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에 참석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7부가 오는 15일 잡았던 첫 공판을 대선 뒤인 다음달 18일로 연기한다고 7일 밝혔다. 이로써 대선 전 이 후보의 유죄를 확정해 피선거권을 박탈하려는 것 아니냐는 야당과 시민들의 우려는 해소됐다. 대법원의 속전속결식 재판에서 촉발된 사법부의 대선 개입 논란이 큰 고비를 넘은 것이다. 사필귀정이다.
서울고법 재판부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 재판기일을 대통령 선거일 후로 변경했다”고 했다. 당연한 결정이다. 이 후보의 대장동 사건을 담당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도 이날 같은 취지에서 재판 일정을 대선 뒤로 미루었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는 주권재민을 확인하는 유권자의 시간이다. 대통령을 뽑는 대선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더구나 이번 대선은 12·3 내란을 몸으로 막고 윤석열을 대통령직에서 파면시킨 시민들이 새 지도자를 선출하는 역사적인 선거이다. 시민들이 주권을 온전히 행사할 수 있도록 사법부는 자제력을 발휘해야 옳다. 그것이 “선거운동은 균등한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헌법 116조 취지에도 부합한다.
사법부는 정반대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조희대 대법원장 주도하에 기록만 6만쪽이 넘는 이 사건을 단 두 차례 심리한 뒤 무죄를 선고한 2심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고법은 재판부 배당, 첫 공판일 지정 등을 군사작전 벌이듯 일사천리로 진행시켰다. 절차적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도외시한 가히 ‘정치 사법’ 행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사법부를 오죽 믿기 힘들고 화났으면, 대법관들의 이 후보 상고심 재판기록 열람 과정을 공개하라는 서명운동에 이틀 만에 100만명 넘는 시민이 참여했겠나.
사법부 권위와 신뢰도는 땅에 떨어졌다. 법원 내부망에는 조 대법원장과 대법원을 비판하는 현직 판사들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김주옥 부장판사는 이날 조 대법원장 사과·사퇴와 전국법관대표회의의 즉각적인 소집을 요구했다. 법원·검찰을 아우르는 형사사법 시스템 전반의 대개혁이 불가피하다는 법원 외부 여론도 커지고 있다. 사법의 정도를 벗어난 ‘조희대 대법원’이 사법개혁을 국가적 의제로 밀어올렸다.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주 3일 10분 뉴스 완전 정복! 내 메일함에 점선면 구독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