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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가 7일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단일화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5.05.07. /사진=뉴시스 /사진=고승민 |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가 11일까지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선 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며 배수의 진을 쳤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 교착 상태가 이어지자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보수 지지층에선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맞서기 위한 최소 조건이 후보 단일화라는 공감대가 있는 만큼, 민심을 명분으로 김 후보를 압박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시간은 김 후보 편이란 점에서 양측이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한 후보 간 단일화는 이날 오후까지도 진전되지 않았다. 김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요청에도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전날 밤 권성동 원내대표와 김기현·박덕흠 의원이 김 후보를 만나기 위해 자택을 찾았으나 연락이 닿지 않아 발길을 돌렸다. 이날도 박수민, 박형수, 서지영 의원이 김문수 캠프를 찾아 재차 의총 참석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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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기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2025.5.7/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김 후보는 대신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참여했던 나경원·안철수 의원을 만났다. 자신을 공개 지지하거나 힘을 실어주는 인사들을 만나 간접적으로 지도부 주도 단일화에 대한 비판 메시지를 내려는 의도로 보인다.
김 후보를 지지하는 국민의힘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당 지도부가 공고한 8~9일 전국위원회와 10~11일 전당대회 소집을 중단해달라는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했다. 김 후보의 민주적 정당성을 훼손하고 후보 지위까지 위협했다는 주장이다.
김 후보는 이날 오후 한 후보와 첫 독대 회동을 앞두고 있지만 이같은 행보를 볼 때 단일화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단 분석이 나온다. 실제 김 후보 측근인 차명진 전 의원은 이날 SNS(소셜미디어)에 "한 후보는 그동안 국민의힘 지도부와 불법 내통하고 있었다"며 "한 후보는 김 후보에게 단일화를 요구할 자격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힘 배지(의원)들이 11일까지 단일화 시한으로 정해 난리 친 것도 한 후보에게 2번을 달아주기 위한 모략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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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와 안철수 의원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면담을 하고 있다. (안철수 의원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5.7/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
이런 가운데 한 후보는 이날 오후 캠프 사무실에서 예정에 없던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 후보는 그간 김 후보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단일화 관련 사안을 모두 당에 일임하고 말을 아껴왔는데, 처음 입장을 직접 밝힌 것이다.
한 후보는 "11일까지 단일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저는 대선 본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 저는 투표용지 인쇄 직전까지 국민들을 괴롭힐 생각이 전혀 없다"고 했다. 또 "저는 단일화의 세부조건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며 "단일화 절차, 국민의 힘이 알아서 정하시면 된다. 저는 아무런 조건 없이 응하겠다"고 진정성을 강조했다.
김 후보 측 일각에서 언급되는 '25일까지 단일화' 시나리오를 김 후보와의 회동 전에 무력화시키면서 김 후보에게 압박을 가한 것으로 보인다. 명분은 후보 단일화를 향한 국민과 당원의 요구다.
국민의힘은 이날 전 당원을 상대로 단일화 찬반과 단일화 시기를 묻는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당원들의 단일화에 대한 찬성 의견이 높다면 김 후보에 대한 압박 수단이 될 수 있다. 지도부는 김 후보와 한 후보의 담판을 지켜본 뒤 조사 결과를 공개할지 결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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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국민의힘 상임고문단이 황우여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과의 긴급 회동에 앞서 대화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준상, 김종하, 목요상, 유흥수, 나오연, 신영균, 신경식, 김동욱 상임고문. 2025.05.07. /사진=뉴시스 /사진=황준선 |
국민의힘 원로들도 가세했다. 상임고문단은 이날 오후부터 김·한 후보의 단일화를 촉구하기 위해 단일화가 이뤄질 때까지 당사 앞에서 단식 농성을 할 예정이다.
다만 김 후보 입장에서는 11일까지만 버티면 보수 단일후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더 버티기에 나설 가능도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이 기존 5월15일에서 대선 본투표 이후인 6월18일로 이날 미뤄진 것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사실상 사라지게 되면서 보수 지지층의 위기감이 고조돼 단일화 압박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반면 국민의힘 후보가 이 후보를 역전할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단일화 유인이 떨어질 것이란 반론도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단일화란 건 필요성이 있어야 된다. 단일화만 하면 한 번 해볼 만하다는 판단이 서야 한다"며 "노무현과 정몽준은 그래도 각각 20%는 지지율이 나왔는데 지금 한·김 후보는 한 자릿수, 어쩌다 두 자릿수 지지율 아닌가"라고 했다. 이어 "현재 단일화를 둘러싼 내홍을 보면 이재명 후보에게 정권을 헌납하는 수순으로 보인다"고 했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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