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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재진출’ 카드 만지작거리는 현대차그룹…공장 철수 뒤에도 꾸준히 상표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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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양재동 본사 사옥 전경.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그룹 양재동 본사 사옥 전경.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그룹이 러시아 시장 재진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기대감이 커진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부과로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수출 지역 다변화 차원에서 러시아를 공략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타스 통신은 6일(현지시간) 현대차가 최근 러시아연방지식재산서비스(로스파텐트)에 현대(Hyundai) ix10, 현대 ix40, 현대 ix50 등 3개의 상표를 등록했다고 보도했다. 이 상표들은 자동차, 예비 부품, 액세서리 관련 부문에 등록됐다.

기아도 로스파텐트에 ‘기아 마이 모빌리티’(Kia my mobility), ‘어 베터 웨이 투 고’(A better way to go), ‘그린 라이트’(Green light), ‘기아 에디션 플러스’(Kia edition plus) 등 새로운 상표 5건을 등록했다고 타스 통신은 전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달에도 각각 최소 8건과 6건의 상표를 등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와 기아는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특별 군사작전’을 감행하기 전까지 러시아 최대 자동차 회사인 아브토바즈에 이어 판매량 2위(기아)와 3위(현대차)를 달리던 인기 브랜드였다. 하지만 서방이 대러시아 제재에 돌입하면서 자금·부품 수급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현대차그룹도 러시아 내 생산을 중단했다. 지금은 카자흐스탄 등 인근 지역 판매량이 러시아 권역 실적으로 잡히고 있다.

현대차는 2023년 12월 현지 업체에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등 러시아 자산을 1만루블(당시 14만원 상당)에 팔았다. 다만 2년 내 공장을 되살 수 있는 바이백 옵션을 걸어놨다. 러시아 철수 후 현대차의 공백은 중국 업체들이 메웠다.

중국승용차협회(CPCA)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의 중국산 차 수입량은 115만7988대로, 2022년의 16만2734대보다 무려 7배 이상 늘어났다. 이에 따라 러시아 시장에서 중국산 차의 점유율(63%)이 러시아 차량(29%)의 2배를 넘어섰다. 지난해 러시아 승용차 판매 시장 순위를 보면 아브토바즈에 이어 지리자동차와 GWM, 지리자동차, 창안자동차 등 중국 제조사들이 나란히 2위부터 5위를 차지했다.


반면, 2021년 현지에서 36만대가 넘는 차량을 판매했던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3만2866대를 파는 데 그쳐 8위로 주저앉았다.


현대차그룹의 잇단 상표 등록에 대해 러시아 매체 RT는 “러시아 시장 재진입을 준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현대차그룹은 그러나 신중한 입장이다. 아직 종전이 유동적인 데다 전쟁이 끝나더라도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경제 제재가 풀려야 재진출을 공식화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재진출하더라도 현대차그룹이 러시아에서 발을 빼는 사이 러시아로 적극 진출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확 늘린 중국 자동차 업체와 본격 경쟁을 벌여야 하는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권재현 선임기자 jaynew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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