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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목소리에 ‘귀 닫은’ 대구시?···시민단체 “정책토론청구조례 원래대로”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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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복지시민연합 등 대구 8개 시민단체가 7일 대구시 동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책토론청구조례 재개정 등을 촉구하고 있다. 백경열 기자

우리복지시민연합 등 대구 8개 시민단체가 7일 대구시 동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책토론청구조례 재개정 등을 촉구하고 있다. 백경열 기자


대구지역 시민단체가 정책 결정 과정에 주민 참여를 보장한 조례안의 재개정 등을 촉구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 때 이뤄진 주민 참여 퇴행 움직임을 비판하면서다.

우리복지시민연합 등 8개 시민단체는 7일 기자회견을 열고 홍 전 시장 때 이뤄진 대구시의 정책토론청구조례안 개정이 잘못이라며 원상 복구와 관련자 사퇴 등을 촉구했다.

대구시가 대표적인 주민참여제도인 정책토론청구조례안을 부정적인 방향으로 개정해 유명무실하게 만들고, 궤변과 거짓으로 시민과 대구시의회를 농락했다는 게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또한 시민단체는 정책토론청구에 적극적이었던 시민단체를 오히려 비윤리적 집단으로 내몰았다고도 주장했다.

이날 시민단체는 “과거 조례안 개정 등을 추진하고 주민 참여를 퇴행시킨 황순조 (대구시) 기획조정실장은 즉각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면서 “조례 원상 복구와 더불어 대구교육청 및 기초단체도 정책토론청구조례 등을 제정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대구시는 2008년 3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정책토론회 관련 조례를 제정했다. 당시 시정 혁신 차원에서 지자체 주도로 만드는 주요 정책에 시민의견을 반영하겠다는 의도를 담은 것이다.

해당 조례안은 청구인 대표자가 일정수 이상의 서명을 받아 정책토론회를 청구하면 별도 심의위를 열어 한달 안에 개최 여부를 정하도록 했다. 대구시가 토론 내용을 실제 정책에 반영할 의무는 없지만 토론 후 결과를 공개하도록 규정하는 등 주민 참여를 활성화시켰다는 평을 받았다.


이날 시민단체에 따르면 조례가 제정된 후 15년간 38건이 청구됐고, 이중 22건 채택돼 토론이 이뤄졌다. 제2대구의료원 설립 문제를 비롯해 시민원탁회의 평가와 개선방안, 발달장애인 지원, 아동급식, 장애인 탈시설 자립생활 등 시민사회의 관심이 집중되던 사안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대구시는 홍준표 전 시장 재임 때인 2023년 4월 정책토론회 청구인 기준을 기존 300명에서 1500명으로 늘리고, 청구인 나이를 19살 이상에서 18살 이상으로 변경하는 등의 내용으로 조례 개정을 추진했다. 이후 대구시의회는 청구인 수 기준을 대구시 안보다 조금 낮춘 1200명으로 통과시켰다.

시민단체는 대구시가 각종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토론 청구의 장벽을 높였다며 반발했다. 사실상 시민단체 주도의 ‘딴지’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실제 대구시는 2023년 7월 정책토론 청구인 서명부 전체를 분석한 결과 주소지가 맞지 않는 등의 오류가 발견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대구시는 시민단체들을 사문서위조·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하지만 경찰은 반년 넘게 수사를 벌인 뒤 지난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조례 개정 이후 2년 가까이 정책토론은 열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시민단체는 전국 지자체 중 모범 사례였지만 이를 퇴행시켜 유명무실한 제도가 됐다고 비판한다. 또한 황순조 대구시 기획조정실장이 이러한 움직임을 주도하며 대구시의회 등에서 궤변과 거짓 발언을 일삼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조례가 제정(2008년)된 이후 10년 넘도록 내용이 변경된 적이 없었던 점을 감안해 개정이 이뤄졌다. 다른 지자체의 현황을 살펴 정책토론 청구인 수 기준을 높였던 것”이라면서 “과거에 비해 주민참여예산제 등 소통 채널이 많아진 만큼 주민 의견을 반영하지 않기 위해서라는 시민단체의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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