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1569억…전체 88% 차지해
대선 맞물려 정치권 규제 빌미 제공
"비리 은폐시 제재 등 제도 정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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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사에서 반복적으로 터지는 횡령 사고가 금융권 전반의 신뢰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 최근 5년간 발생한 사고만 100건이 넘는다. 이제는 ‘이례적’이 아니라 ‘상시적’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정도다. 특히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고 있는 은행권에서 사고가 집중되면서 금융의 핵심인 ‘신뢰 경영’이 무너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같은 내부통제 실패가 정치권의 규제 명분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기 대통령선거 국면과 맞물리면서 정치권은 금융사 책임론을 전면에 내세우고 규제 강화를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국내 금융업권 횡령 사고 현황’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2월까지 발생한 횡령사고는 총 109건으로 횡령금액은 1779억6100만 원에 달했다.
횡령 사고 건수는 2021년 21건에서 2022년 30건으로 급격하게 늘었다. 이후 2023년 24건으로 다소 줄었으나 지난해 31건으로 급증했다. 이 기간 매달 2건 이상의 횡령 사고가 발생한 셈이다. 올해 들어서는 두 달 만에 세 건의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 횡령 액수는△2021년 156억9400만 원 △2022년827억4700만 원 △2023년 644억5400만 원 △2024년 149억9000만 원으로 매년 100억 원 이상을 꾸준히 기록했다.
사고는 단연 은행권에 집중됐다. 전체 사고 중 81건(74%)이 은행에서 발생했고 횡령 금액은 1569억2000만 원으로 전체의 88%를 차지했다. 보험(17건·29억 원), 저축은행(9건·159억 원), 증권(2건·21억 원)과 비교해 압도적이다.
은행 중심으로 금융권에 횡령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과 관련, 전문가들은 금융권이 취급하는 자금 규모가 큰 데다 거래 복잡도가 높은 산업 특유의 구조적 요인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하지만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부실한 내부통제 시스템에 있다는 지적이다. 사고가 발생해도 관련 직원에 대한 실질적인 징계나 조직 차원의 책임이 명확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유사 사례가 반복되는 악순환도 지속됐다.
정치권은 이를 금융 개혁의 신호탄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특히 ‘억대 연봉’, ‘사상 최대 실적’ 등으로 대표되는 은행권의 높은 수익성과 반복되는 사고는 금융의 공공성 강화를 요구하는 여론을 자극하고 있다. 국회에서는 이미 가산금리에 각종 출연금·보험료를 넣지 못하도록 하는 은행법 개정안이 패스트트랙으로 추진 중이다. 일부 의원들은 은행 경영진에 대한 법적 책임 강화 방안까지 검토 하고 있다.
취약계층 대상의 포용금융 확대 요구도 거세지는 분위기다. 고금리·고수익에 치중해온 은행업의 기조를 바꾸라는 압박이다.
이인영 의원은 “신뢰를 저버린 금융기관에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이 반드시 따르도록 해야 한다”면서 “금융당국은 실적 뒤에 가려진 통제 실패를 외면하지 말고, 강제적인 내부통제 강화와 비리 은폐 시 조직 차원 제재 등 제도 정비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투데이/문선영 기자 (mo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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