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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6일 경북 포항시 죽도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6일 “당이 대선 후보를 끌어내리려 한다”는 격한 표현을 동원하고 “당은 즉시 중앙선대위를 중심으로 후보를 보좌하여 선거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당무우선권을 발동한 것은 ‘한덕수 고사 작전’으로 보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후보 등록 마감일(11일)을 넘기면, 현재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는 한덕수 무소속 후보로 단일화하더라도 한 후보는 계속 ‘무소속’이기 때문에 당의 정치자금이나 조직적 지원을 받기 어렵고, 기호 2번도 쓸 수 없다. 김 후보로선 지연 전술로 유리한 국면을 만드는 것이, 당장 단일화해서 지는 것보단 나은 선택인 셈이다. 하지만 경선 과정에서 ‘한덕수 마케팅’을 펼쳐 후보가 됐다는 점이 부메랑이 되고 있다.
6일 경북 영덕 산불 현장을 시작으로 1박2일로 포항, 경주, 대구 등을 찾으려던 김 후보는 당의 전국위원회·전당대회 소집이 “대선 후보를 끌어내리려는 시도”라며 하루 만에 일정을 중단하고 서울로 복귀했다. 그는 ‘세차례 경선을 거쳐 선출된 후보’라는 정당성이 자신에게 있다고 강조하면서 ‘김문수로 단일화’ 주장의 명분 쌓기에 나섰다.
김 후보와 가까운 한 의원은 한겨레에 “김 후보가 단일화할 마음이 전혀 없어 보인다. 11일까지 버티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후보가 7일 한 후보와 독대한다고 이날 밤 밝혔지만, 당 안에선 김 후보가 자금과 조직력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한 한 후보의 백기투항을 바라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 핵심 관계자는 “김 후보가 단일화를 하지 않고, 시간끌기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가 ‘전 당원 단일화 찬반 투표’ 카드까지 꺼내 들었지만, 김 후보 쪽이 여전히 ‘원샷 단일화’를 주장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김 후보 쪽 단일화 협상 실무단인 박계동 전 의원은 이날 한겨레에 “한 후보와의 일대일 단일화는 의미가 없다. 이준석 후보를 내치고는 대선에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단일화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이런 주장을 거듭하는 건, 단일화 시기를 최대한 늦추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김 후보는 이날 밤 당무우선권 발동을 알리는 입장문에서 “당 지도부는 더 이상 단일화에 개입하지 말고, 관련 업무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 이 시각부터 단일화는 전적으로 대통령 후보가 주도한다”고 못박았다. 언제, 어떤 방식의 단일화가 되든 그건 자신이 결정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김 후보가 단일화에 소극적으로 돌아서면서, 김 후보를 지지했던 의원들의 반발도 격화하고 있다. 경선 때 김 후보 캠프 핵심이었던 한 의원은 당 소속 의원 텔레그램방에 “(김 후보가) 전형적인 좌파식 조직 탈취 및 재구성 조직화 전략 행보의 전조를 보이고 있다. (대선에) 지더라도 이를 명분 삼아 당권 장악의 서사를 확보하려는 것으로서 전형적인 좌파형 노선 투쟁의 답습”이라고 주장했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경주/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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