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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K 배터리도 속 빈 강정...제조업 위기 말로만 끝낼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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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2위를 자랑해 온 한국의 ‘K배터리’가 중국의 거침없는 약진에 벼랑으로 몰리고 있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K배터리 4대 핵심 소재인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의 국내 점유율이 최근 2년간 일제히 떨어졌다. 중국산 소재 점유율은 90%에 육박한다. 가성비 좋은 중국산은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휩쓸고 있다. 국내 배터리 소재업체들의 어려움이 커지면서 K배터리는 속 빈 강정처럼 되어 간다.

한국의 배터리 완성업체들도 가격 경쟁력 때문에 중국산을 쓸 수밖에 없다 보니 국내 배터리 소재업체의 60%가량이 적자를 면치 못하는 게 현실이다. 4대 배터리 소재 전문기업 15곳 중 9개사가 지난해 적자를 냈다. 배터리 원가의 40~50%를 차지하는 양극재 분야가 특히 심하다. 주문이 끊겨 생산 라인을 제대로 돌릴 수 없는 소재 기업이 늘었다.

중국의 배터리 소재기업이 약진하는 것은 해당 업계의 기술개발 노력에 과감한 정부 지원이 시너지를 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자국에서 생산한 소재를 적용한 배터리와 이를 장착한 전기자동차에만 보조금을 주는 식으로 배터리 산업 생태계를 확실하게 구축해 왔다. 저렴한 인건비 등을 바탕으로 완성품, 소재 할 것 없이 가격 경쟁력을 갖춘 것이다. 소재에서 먼저 한국산이 충격을 받고 있지만, 국내 완성품 대기업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우선은 가성비 때문에 중국산 소재 의존도를 높이지만, 중국 기업들이 가격 주도권을 쥐는 날이 조기에 닥칠 수 있다. 가격보다 소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느냐가 장기적으로 더 큰 문제일 수 있다.

정부와 국회가 외화내빈의 K배터리 실상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값싼 중국산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한국의 소재 기업이 위기에 내몰리는 와중에 완성체 배터리 대기업은 관세전쟁 통에 미국진출을 가속화하면 국내에는 뭐가 남나. 제조업 기반이 하나씩 무너지고 산업 생태계가 붕괴하는 것을 방치해선 안 된다. 지금 국회에는 세액공제, 보조금 지급 등으로 정당 구별 없이 지원법이 여러 개 발의돼 있으나, 그걸로 끝이다. 더 실기하지 말고 뭔가 실행에 나설 때다. 과도한 반도체 자동차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라도 K배터리 소재기업 육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