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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타 “시간 되돌린다 해도 다시 K팝 아이돌 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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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활동 에세이 낸 일본인 켄타

20세에 한국 와 오디션 프로 참가

데뷔 ‘천국’ 후 소송 등 ‘지옥’도 겪어

“가진 게 천원이라도 인생 재미있어”
일본인으로 K팝 아이돌로 활동한 켄타는 “한국인의 ‘정’을 사랑하게 됐다”고 했다. 비밀신서 제공 ⓒKADOKAWA

일본인으로 K팝 아이돌로 활동한 켄타는 “한국인의 ‘정’을 사랑하게 됐다”고 했다. 비밀신서 제공 ⓒKADOKAWA


“만약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고 해도, 저는 다시 K팝 아이돌을 하고 싶습니다.”

켄타(본명 다카다 겐타·高田健太·30)에게선 K팝 아이돌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배어났다. 그는 2017년 방영한 엠넷의 보이그룹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101 시즌2’에 유일한 일본인 연습생으로 참가한 것을 계기로 아이돌로 활동 중이다. 지난달 15일 자신의 활동을 돌아본 에세이 ‘천 원뿐이라도 재밌는 인생’(비밀신서)을 출간한 그는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나는 어릴 적부터 ‘보통’이라는 틀에서 조금 벗어난 인생을 살아 왔다”며 “나의 또 다른 ‘홈(home)’이라 할 수 있는 한국에서 책을 내 기쁘다”고 말했다.

책에는 그만의 인생 스토리가 담겼다. 중학생 때 K팝 보이그룹 틴탑의 노래를 들은 순간 ‘온몸의 세포가 들끓는 듯한 전율’을 느낀 켄타는 스무 살 때 캐리어만 끌고 한국으로 건너왔다. 아는 한국어는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뿐이었지만 꿈을 잃지 않았다고 했다. 켄타는 “언어도, 문화도 다른 환경에서 도전했다”며 “지금은 1년에 일본인 10∼20명이 K팝 아이돌로 데뷔하는 시대지만 나는 ‘혼자’였기 때문에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많이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켄타는 프로듀스101 출연 당시 100명 중 24위를 기록해 정식 데뷔조 ‘워너원’에는 들지 못했다. 그러나 팬들의 요구로 결성된 파생 그룹 JBJ로 활동하다가, 현재는 멤버 상균과 ‘켄타상균’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데뷔 초반에는 거의 사흘 동안 잠을 자지 못했고, 집에도 돌아가지 못했다”면서도 “모두가 지쳐 있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해보자’고 뜨거운 마음을 나눴던 순간이 추억으로 남아 있다”고 회상했다.

‘언어의 장벽’ 탓에 힘든 적도 많았다. 일본인 특유의 ‘애매한 표현’을 한국인 멤버가 잘 이해하지 못하기도 했다. 켄타는 “그 때문에 얕은 관계밖에 맺지 못하는 건 아닐까 고민한 적도 있었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의 ‘정’을 사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말이 완벽하게 통하지 않았지만, 정성스럽게 만들어준 집밥과 힘든 일에 저보다 더 눈물 흘려준 멤버들의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데뷔라는 ‘천국’이 있었다면, ‘지옥’도 만만치 않았다. 켄타상균은 전 소속사와의 갈등으로 전속계약을 해지하게 됐고, 두 멤버는 각각 수억 원의 손해배상을 하게 됐다. 하지만 켄타는 “가진 게 1000원뿐이라도 재밌는 인생”이라며 “어떻게든 된다고 믿으면 반드시 좋은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했다. 극적인 희비의 순간을 오가면서도 벼려진 ‘자기 신뢰’의 근원은 무엇일까. 그는 “‘자신을 믿는 것’이란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늘 그때그때의 ‘지금’을 진심을 다해 살아 왔다”고 말했다.


켄타는 2021년 회화 작품 개인전을 선보이는 등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20대 때는 ‘오직 내가 빛나는 것’이 목표였다면, 30대엔 누군가를 비춰줄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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