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김문수, 단일화 압박 당 지도부에 불만…“날 끌어내리려 해”

서울흐림 / 14.9 °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뒷모습 보이는 이)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뒷모습 보이는 이)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와 국민의힘은 6일, 한덕수 무소속 후보와의 단일화 문제를 두고 이틀째 강경 대치를 이어갔다. 국민의힘은 전당원 투표, 즉 단일화 찬성 의견이 압도적인 ‘당심’을 무기로 김 후보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이에 김 후보는 일정 중단에 이어 지도부 해체 가능성 경고, 당무우선권 발동 순으로 강도를 높여가며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후보 등록 마감(11일) 전까지 단일화를 원하는 당과, 주도권이 자신에게 있다며 시간끌기에 나선 김 후보의 거친 충돌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포문은 김 후보가 열었다. 그는 이날 오전 입장문에서 “(8~11일과 10~11일 가운데 하루씩 소집한)전국위원회와 전당대회는 당헌·당규 개정을 위한 절차로 판단된다”며 “정당한 대통령 후보인 나를 강제로 끌어내리려는 시도”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를 열어, ‘신속한 단일화’ 약속을 지키지 않는 김 후보를 비판했다. 발언한 의원들은 대체로 “경선 때 한 후보와 단일화를 약속해 후보가 돼놓고, 왜 약속을 지키지 않느냐”고 성토했다고 한다. 다만 “김 후보가 마음이 많이 상했다고 하니, 감정을 건드리지 말고 대화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의견도 나왔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전 당원 단일화 찬반 투표’ 실시 계획을 알렸다.



그 사이, 경선 때 김 후보 캠프에 있던 김대식(초선)·엄태영(재선) 의원은 경북 경주를 방문 중이던 김 후보를 찾아가 “초·재선 74명 대표로 왔다. 의총에서 김 후보 입장을 (단일화 즉각 착수로) 바꿀 계기를 마련해야겠다는 마음을 전달하려고 왔다”고 했다. 권영세 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후 행선지인 대구로 가겠다고 통보했다. 그러자 김 후보는 “이럴 거면 왜 경선을 세차례 했는지 모르겠다. 지금 시점부터 후보로서 일정을 중단하고, 서울로 돌아가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일정 중단을 선언했다.



권 위원장과 권 원내대표는 김 후보를 찾아가려고 케이티엑스(KTX)에 올랐지만, 도중에 대전에서 발길을 돌렸다. 국민의힘은 이날 저녁 다시 의총을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했지만, 김 후보는 참석하지 않았다. 박형수 원내수석부대표는 저녁 의총 뒤 기자들과 만나 “내일 적절한 시간에 의총을 열어, 김 후보 얘기를 들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의 주장을 직접 듣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단일화 신속 추진을 설득하겠다는 취지다.



당 지도부는 김 후보의 의총 참석을 요청하려고 했지만, 김 후보 쪽은 연락을 받지 않았다. 이에 권 원내대표와 김기현·박덕흠 의원이 직접 서울 봉천동 김 후보 자택 방문하려 했으나 불발됐다.



그 대신 김 후보는 “당무우선권은 대선 후보의 전권 행사다. 김 후보는 비대위 해체 권한도 있다”고 한 홍 전 시장 인터뷰를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 지도부 해체 카드도 쓸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2017년 당대표 때 후보의 당무우선권 제도를 만들었다. 김 후보는 이어 다시 입장문을 내어 한덕수 후보와 7일 독대한다고 밝혔다. 또 단일화 찬반 전당원 투표 중단을 요구하고 “이 시각부터 단일화는 전적으로 후보가 주도한다”는 등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김문수 후보 중심 당’을 천명했다.



지도부도 물러서지 않았다. 권 원내대표는 “내일 만나서 단일화 합의가 이뤄지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당원들 뜻이 어딨는지 확인하는 것은 당 운영에 필요하다고 생각해 그대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당무우선권을 두고도 “(2017년 이후) 당헌·당규가 개정됐는데, 홍 전 시장이 잘 모르고 잘못된 주장을 한 것”이라며 “비대위는 누가 당대표가 되든 해체할 권한이 없다”고 반박했다.



김문수·한덕수 단일화 시한별 차이점

김문수·한덕수 단일화 시한별 차이점


‘11일 전 단일화’에 사활을 걸고 있는 당 지도부는 7일 김·한 후보의 독대에서 단일화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전 당원 투표 결과를 토대로 다시 김 후보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당 지도부는 현재 지지율이 더 높은 한 후보로 단일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만약 후보 등록일을 넘겨 한 후보로 단일화하면 국민의힘 기호 2번을 쓸 수 없을뿐더러, 당이 선거 비용을 지원하더라도 국고에서 보전받을 수가 없다.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전날 긴급 의총에서 “11일 이후에 한 후보가 이기면 우리는 돈을 써도 보전을 못 받는다. (단일화 후보지만 무소속인 한 후보 지원에) 580억원을 쓰고 못 돌려받기 때문에 (당은) 파산”이라고 말했다.



선관위에 후보 등록을 하려면 정당의 당인과 당대표 직인이 찍힌 추천서를 내야 하는데, 당 지도부가 11일까지 단일화를 밀어붙이려고 김 후보의 등록에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즉 2016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에서 벌어진 ‘옥새 파동’이 재연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김 후보는 지도부 해체 시도로 맞설 수 있다.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은 페이스북에 “(단일화) 판이 깔렸는데도 김 후보가 참여하지 않는다면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일각에선 김 후보가 계속 단일화를 미적댈 경우 당헌·당규를 개정해 후보를 교체하는 ‘플랜 비(B)’도 거론된다. 하지만 후보 등록 마감일을 넘기면 아무 소용 없는 일이라 현실성이 떨어진다. 당 관계자는 “당헌·당규를 개정해 김 후보를 끌어내릴 순 있지만, 그건 대선이 망하는 길이라 선택할 수 없다는 걸 김 후보도 알고 버티는 게 아니겠냐”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경주/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한겨레는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겠습니다 [한겨레후원]

▶▶민주주의, 필사적으로 지키는 방법 [책 보러가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