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8회 다시 기회를 잡았다. 키움 네 번째 투수 박윤성을 상대로 선두 오선우가 침착하게 볼넷을 골랐다. 이어 한준수가 9구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 끝에 우전 안타를 기록해 무사 1,2루라는 찬스를 맞이했다. 여기서 KIA 벤치는 승부수를 꺼냈다. 정해원을 김규성으로 교체했다.
KIA 벤치의 사인은 번트인 것으로 보였다. 김규성은 초구 볼을 지켜본 뒤 2구째 번트 모션을 취했다. 3-3으로 맞선 8회 무사 1,2루고, 1점이 결승점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으니 모두가 이 번트 작전에 대해 큰 의심을 품지는 않았다. 다른 작전이 나올 가능성보다는 번트 작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임에는 분명했다. 키움 수비진도 번트에 대비해 움직이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김규성이 방망이를 거둬들이더니 공을 맞혀 1·2루간으로 타구를 보냈다. 번트에 대비해 움직이고 있었던 키움 수비진이 흔들렸고, 결국 타구는 우익수 앞으로 빠져 나갔다. 2루 주자 오선우가 3루를 돌아 홈을 밟았다. 작전의 성공이었다.
김규성은 “그것(강공 전환)을 생각해서 들어갔는데 운이 좋았던 것 같다”고 활짝 웃어 보였다. 이 감독의 작전도 작전이지만, 이 작전을 완벽하게 수행한 김규성의 능력도 빛났다. 김규성은 “2루수를 많이 보고 있었는데 좀 많이 움직이더라”면서 키움 수비진의 상황 판단을 읽은 뒤 “2루 쪽으로 치면 안타가 나올 확률이 높겠다 생각을 했는데 마침 조금 1루로 가기는 했지만 운이 좋아서 안타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김규성은 “정타가 아니어서 (1루로) 뛰면서 ‘제발, 제발 잡지 마라’고 했던 것 같다”고 다시 웃어보였다.
김규성의 적시타로 1점은 물론 1루 주자를 3루로 보낸 KIA는 박찬호 타석 때 폭투까지 나오며 1점을 더 추가해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KIA는 8회 조상우, 9회 정해영이 차례로 등판해 2점 리드를 지키고 연승을 확정했다.
김규성은 “백업들 같은 경우에는 굉장히 힘든 직업이라고 생각을 한다. 상황도 다르고, 굉장히 타이트한 상황에 나오기 때문에 힘든 백업이라고 생각을 한다. 나 같은 경우에는 백업이지만 내 개인 기록이나 이런 것들을 떠나서 그냥 팀이 이기는 것만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팀이 이기면 내가 못해도 기분이 좋고 그렇다”면서 “우리 백업 선수들이 굉장히 열심히 한다. 한 번의 기회가 왔을 때 우리 백업들이 그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뒤에서 많이 준비를 많이 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KIA 선수단의 의지를 대변했다.
이범호 감독도 경기 후 “찬스 상황에서 득점이 안 나오면서 전체적으로 어려운 경기였다”면서도 “8회초 무사 1,2루 상황에서 대타 김규성이 그라운드 타구를 만들어내면서 그것이 결국 결승타로 이어졌다. 부담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 자신의 몫을 너무나도 잘 해줬다”고 칭찬하고 또 고마워했다. 이어 “마운드에서는 김도현이 초반에 고전하기도 했지만 퀄리티스타트 투구로 선발투수 역할을 다 해줬고, 위기 상황에서 등판한 이준영이 귀중한 아웃카운트 두 개를 책임져줬다. 오늘 마운드에 오른 모든 투수들 다 호투해줬다. 끝까지 응원해주신 팬분들께 감사드리며, 내일도 최선을 다 하겠다”고 다짐했다.
KIA는 7일 황동하가 선발로 나서 3연승에 도전한다. 키움은 에이스 케니 로젠버그가 등판해 4연패 탈출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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