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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연 “이재명 공판 변경 요구, 사법부 스스로 자제하라는 것…그게 헌법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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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12월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조희대 신임 대법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12월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조희대 신임 대법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석연 더불어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이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재명 대통령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초고속으로 파기환송한 것과 이후 민주당의 대응 과정에서 제기된 비판에 대해 6일 기자회견을 열어 쟁점별로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법제처장을 지냈고, ‘1호 헌법연구관’ 타이틀을 가진 이 위원장은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 “위헌적 정치재판”이라며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당내에서 나오는 법관 탄핵 주장에 대해선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판기일 변경 요구는 “재판부 스스로 자제하라는 것”





이석연 공동선대위원장은 헌법 제116조1항을 수차례 언급하며 선거운동 기간 균등한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해당 조항은 ‘선거운동은 각급 선거관리위원회의 관리하에 법률이 정하는 범위 안에서 하되, 균등한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 위원장은 “이 원칙 앞에선 어떤 공권력이라고 해도 협조해야 하고, 법원도 포함된다. 법원이 선거운동 기간 변론기일을 지정해서 소환하는 건 헌법 조항을 스스로 위배해 한쪽 후보자에게 불리한 상황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석연 더불어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1대 대통령선거 ‘진짜 대한민국’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석연 더불어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1대 대통령선거 ‘진짜 대한민국’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이재명 후보도 5일 해당 헌법 조항을 언급하며 자신의 재판 일정이 선거운동 기간에 잡힌 것을 두고 ‘헌법 정신 위배’라고 주장했다. 윤호중 민주당 총괄선대본부장은 같은 날 “대통령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5월12일 이전까지 선거운동 기간에 잡혀 있는 출마 후보들의 공판기일을 모두 대선 이후로 변경하기 바란다”고 밝힌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위원장은 민주당의 공판기일 변경 요구가 재판 독립성 침해라는 주장과 관련해 “헌법에 기회균등의 보장이라는 원칙이 있기 때문에 재판부 스스로가 이 기간에 재판을 하지 않는 자제의 정신이 필요하다. 민주당의 요청이 사법권 침해로 보일 수 있겠지만, 사법부 스스로 자제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고이유서 제출 20일 단축? “어떤 경우에도 불가”





일각에서는 이 후보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뒤 재상고를 할 경우 대법원이 상고이유서 제출 기간 20일을 임의로 단축해 6·3 대선 전 속전속결로 유죄를 확정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이 기간은 헌법에 기초해 피고인의 최소한의 방어권 행사에 필요한 기간이기 때문에 대법원이 어떤 경우에도 단축할 수 없고, 대법원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런 우려는 지난 2일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대법원이 상고이유서 제출을 20일 동안 기다리지 않고 바로 판결을 할 수도 있다’고 주장하면서 확산했다. 형사소송법의 상고 제기 기간은 7일, 상고이유서 제출 기간은 20일인데,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만큼 재상고이유서를 기다리지 않고 바로 선고를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위원장은 “대법원이 만약에 속전속결로 6월3일 이전에 선고를 강행한다면 그 판결은 위헌 무효의 판결일뿐 아니라 그때부터 한국 법치주의는 무너진 것이다. 탄핵 여부를 떠나 대법원의 범죄행위이고 대한민국은 투쟁의 시기로 접어들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법관 탄핵과 관련해선 “당내에서 탄핵 이야기를 꺼내는 건 일리가 있지만 탄핵해야 한다는 것과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는 건 다르다. 개인적으로 탄핵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했다.







“6·3·3 원칙, 당선자 대상으로 적용하는 것”





이 위원장은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회부부터 선고까지 9일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서도 작심 비판했다. 그는 “아무리 재판의 신속성이 중요해도 적법 절차를 거친 신속함이어야 한다는 것이 더 큰 민주주의 원리”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법원은 일관성과 형평성이 결여된 채로 그야말로 속전속결로 재판을 처리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이 6·3·3원칙(1심 6개월, 2심 3개월, 3심 3개월 내 처리)에 따라 빠른 결론을 내린 것 아니냐는 질문엔 “해당 원칙은 당선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낙선자에 대해서까지 6·3·3 원칙을 강요하면서 같은 잣대를 들이댄다는 것은 국민 상식에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 “대법원은 90일도 아니고 (2심 판결 이후) 36일 만에 했다. 6·3·3 원칙을 앞당겨서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6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모습. 연합뉴스

6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모습. 연합뉴스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재판도 정지”





헌법 84조에 규정된 현직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과 관련해 이 위원장은 “새로이 수사를 해서 기소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인 재판도 정지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이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 조항인데,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의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이 위원장은 “헌법학자로서 40년 동안 연구하고 고민했던 입장에서 말씀을 드린다. 헌법 84조의 대통령 불소추 특권은 한마디로 말하면 대통령의 신분 보유 기간 중에는 형사재판권이 관여해선 안 된다는 원칙을 선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헌법에서 형사상 소추라고 하는 건 공소제기부터 재판까지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것을 말한다. 이미 진행 중인 재판도 당연히 소추에 포함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헌법 해석과 별개로 민주당은 대통령 재직 기간 동안 형사재판 절차를 정지하도록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헌법상 (대통령에 대한) 공소기각 결정이 너무나 당연한 건데 그게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우려가 있으니 법에 정지 규정을 넣을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2일 이 개정안을 법안심사1소위에 회부한 상태다.







“대법관 증원, 보복 차원 아니다”





이 위원장은 민주당에서 대법관 수 증원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하필 이 시기에 대법관 증원을 내세우는 것에 대해 보복성으로 비칠 수 있는 건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보복 차원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지금 대법원에선 ‘심리불속행’으로 민사·가사 등 사건의 70~80%가 종결되고 있다. 이건 헌법이 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거고 사실상 2심제로 운영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리불속행은 원심판결에 법 위반 등 사유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대법원이 본안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결정이다.



이 위원장은 “대법관 수를 늘림으로써 국민은 충분히 재판받을 권리를 누릴 수 있고, 일선 법관들은 업무 부담뿐 아니라 많은 법리 검토와 사실관계에 대한 연구를 더 하고 재판에 임할 수 있다. 법원 내에서도 찬성 분위기가 대다수”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증원 규모에 대해선 “25명 내외로 늘려야 한다. 민주당 공약으로 대법관 수를 대폭 늘리는 것을 제안하고, 저도 선대위에서 이 문제를 충분히 검토해 반영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2일 열린 국회 법사위에서도 대법관 증원이 필요하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주장이 나온 바 있다. 민주당은 같은 날 대법관 수를 현행 14명에서 30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 발의했다.



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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