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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제이 바타차리아 국립보건원 원장(왼쪽)과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이 배석한 가운데 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보건·의약품 관련 행정명령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의약품 관세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상호관세 유예와 자동차 관세 완화 등 유화적인 태도를 보인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정책에 다시 고삐를 죄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의약품 제조촉진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의약품에 대한 관세율이나 공표 시기 등을 결정했느냐는 질문에 "향후 2주 이내에 공개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의약품 가격과 관련해 다음주에 발표할 것"이라며 "전 세계 다른 나라와 비교해 우리는 매우 불공정하게 갈취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 식품의약국(FDA)에 미국 내 제약공장을 짓도록 승인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라고 지시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해당 명령에는 미 환경보호국(EPA)에 관련 승인 절차를 가속하도록 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백악관은 이날 "우리는 다른 나라에서 의약품을 수입하고 싶지 않다"며 "우리 스스로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CNBC는 이날 임금 등이 상대적으로 상승하면서 미국 의약품 생산이 지난 수십 년 동안 감소해왔고 그 자리를 중국·유럽 국가들이 확대해왔다고 전했다. 미국 약전위원회(USP)에 따르면 미국에서 완제의약품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원료의약품(API)의 88%가 수입된다. 이 탓에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가 현실화하면 의약품 공급망이 혼란을 겪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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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슈·노바티스·존슨앤드존슨 등 글로벌 제약사들은 최근 미국 내 생산시설에 대한 대규모 투자계획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한국 제약·바이오업계는 실제 관세가 부과되는 품목과 방식이 공개된 뒤 구체적인 대응에 나서려는 분위기다. 특히 미국에 의약품을 수출하는 국내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들이 관세 영향권에 들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셀트리온은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을 언급하자 필요하면 현지에서 의약품 생산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셀트리온 측은 "올해 미국에서 판매할 예정인 제품은 1월 말 기준 약 9개월분 재고를 이미 이전했다"며 "관세 추이에 따라 필요시 현지 완제의약품 생산을 더욱 확대하는 전략으로 대응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SK바이오팜은 미국 내 6개월분 재고 물량을 사전에 확보한 상태다. 동시에 미국 내 생산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정부 역시 선제 대응에 나섰다. 정부는 지난 4일 미국 측에 한국산 의약품 수입이 미국의 공급망 안정과 환자 접근성에 도움이 된다는 내용의 정부의견서를 제출했다. 보건복지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의견서를 통해 한국산 의약품 수입이 미국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공급망 안정과 환자 접근성 향상에 기여하기 때문에 관세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전했다. 한미 간 의약품 무역이 경제·보건 협력의 상징이며 한국의 CDMO 기업이 미국 제약사의 생산 이원화를 지원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한편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 영화에 100% 관세 부과를 천명한 것과 관련해 "외국 영화에 대한 관세는 최종 결정이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고 이날 밝혔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상무부와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외국에서 제작돼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영화에 100% 관세를 매기는 절차를 즉시 시작하도록 승인했다"고 적었다.
백악관이 이렇게 입장을 낸 건 트럼프 대통령의 기존 방침에 비해 다소 후퇴한 것으로 보인다고 USA투데이가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같은 날 "(영화) 산업 관계자들과 만날 것"이라며 신중한 기조로 돌아섰다.
6일 발표된 미국 3월 무역수지는 1405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폭이 예상치인 1376억달러를 넘어섰을 뿐만 아니라, 2월의 1232억달러를 상회했다. 3월 무역적자가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은 기업들이 백악관의 본격적인 관세 부과에 앞서 상품 수입을 서두른 탓으로 분석된다.
[김덕식 기자 / 신유경 기자 / 김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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