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항공업계가 부쩍 잦아진 사고로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난달 발생한 델타 항공기의 화재 사고는 미국 대형 국적사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사고에는 항공 선진국이라도 잠깐의 방심에 예외가 없음을 보여준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시장의 변화에 따라 안전기준을 마련해오고 있다. ICAO가 규정하는 항공안전이란 '규제당국이 서비스 제공자인 항공사와 공항기관 등에 안전 면허를 발급하고, 각종 조건의 이행 여부를 감독하고, 사고와 준사고, 안전 장애 등의 이벤트가 발생하면 사고조사 또는 사실조사로 문제점을 찾아 개선하는 일'이다. 최근 들어서는 서비스 제공자가 스스로 안전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해서 잠재적인 위험 요인들을 사전에 발굴·제거하도록 하는 안전관리시스템(SMS)이 도입돼 운영 중이다.
세계 항공 시장을 규제에서 경쟁 체제로 바꿨던 미국의 규제완화법(1978년) 제정 당시 수년간 이어진 찬반 논쟁의 초점도 안전이었다. 탈규제로 급증하게 될 신설 항공사의 시장 진입에 따른 사고 증가는 당연한 우려였다. 시장에 대한 규제를 줄이거나 철폐했지만, 안전에 대한 규제를 꾸준히 강화해온 결과였다.
작년 말 무안공항 참사가 난 지 꼭 네 달 만에 국토교통부가 항공안전 혁신 방안을 내놨다. 늦었지만 반가운 변화가 담겨 있다. 수많은 요인이 작용하는 항공에서 사고율 제로의 절대 안전은 쉽지 않은 목표다. 그만큼 이번 발표엔 고심의 흔적이 모두 망라됐다. 우선, 이번 혁신안은 ICAO의 글로벌 표준에 더해 '국민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공항 조성'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소비자의 불안감 해소가 목표다. 공항의 안전성 증대를 위한 인프라 확충과 조류 충돌 예방 활동의 강화, 그리고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실시간 관리 체계 구축이 모두 달성된다면 공항의 안전은 지금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이다.
항공사고 예방형 안전관리 체계의 구축도 눈에 띈다. 선진국 대비 부족한 감독관 인력의 확충, 관제기관 전문성과 항공사의 안전 역량 강화는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의 감독 체계 구축을 의미하고, 항공사의 안전 투자 확대와 정비 강화, 승무원의 훈련 강화를 위한 지원 정책도 항공안전 문화 정착을 위해 바람직한 방향이다.
이 밖에 늘어나는 항공교통량에 대비한 면허 관리 강화와 안전 성과 모니터링, 안전성을 고려한 운항 기회 부여도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정책 수단으로 평가된다. 무엇보다도 이번 혁신안에서는 항공안전 거버넌스 구축 의지가 눈에 띈다. 항공안전 조직의 전문성 강화와 항공산업의 성장세를 고려한 다양한 거버넌스 개편 대안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가 기대된다.
이와 함께 민관 전문가가 디지털 전환에 맞는 개선 방안을 지속 발굴하고, 혁신 방안의 이행 과정을 함께 모니터링할 수 있는 협의체 운영을 담고 있어 정책의 신뢰성을 더했다. 지금 진행 중인 사고조사와 이번 혁신 방안 모두 궁극적인 목적은 사고의 재발 방지다.
국민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공항 환경, 항공안전 체계 고도화를 위해 이제 시작되는 국토부의 혁신에 기대를 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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