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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상적 계획, 또 다른 재앙”···이스라엘 ‘가자 점령’ 공식화에 거센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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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상적 계획, 또 다른 재앙”···이스라엘 ‘가자 점령’ 공식화에 거센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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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연정 파트너 압박에 ‘정권 생존 수단’ 활용
하레츠 “네타냐후에겐 인질보다 정권이 중요”
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남부 국경지대에서 전쟁으로 폐허가 된 가자지구 북부 모습이 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남부 국경지대에서 전쟁으로 폐허가 된 가자지구 북부 모습이 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 출범 뒤 호시탐탐 팔레스타인 영토를 노려온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군사작전을 확대하고 종국에는 이곳을 점령하는 계획에 착수했다.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모두 내쫓아 휴양지로 개발하겠다고 선언한 트럼프 대통령의 암묵적 승인 내지 지원을 기대하며 국제사회가 ‘불법’으로 규정한 점령을 공식화한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계획이 가자지구 주민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군인과 가자에 억류된 인질들을 심각한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비판이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나온다.

이스라엘에서 가장 긴 역사를 가진 신문 하레츠는 5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내각이 전날 밤 만장일치로 승인한 일명 ‘기드온의 전차’ 작전이 “망상적 계획”이라고 비판하며 이스라엘이 이 작전으로 가자지구에서 “또 다른 재앙”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내각이 승인한 군사작전으로 ‘하마스 궤멸’이라는 전쟁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뿐더러 오히려 자국군과 인질, 팔레스타인 민간인의 대규모 인명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각이 승인한 작전 계획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를 점령하고 영토를 유지하는 구상이 포함됐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내각 의결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들어갔다가 철수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점령을 공식화했다.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내각은 오는 13일부터 시작되는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순방이 끝날 때까지 해당 작전을 실행에 옮기지 않을 계획이다. 트럼프의 중동 순방이 끝날 때까지 하마스와 휴전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점령 작전을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승인을 기다리는 제스처를 취하면서도 사전에 점령 계획을 공표하며 하마스를 압박, 협상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그러나 하마스 고위 관계자는 이스라엘 내각 발표 하루 뒤인 6일 “이스라엘과 휴전 협상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스라엘 내각이 그간 ‘극우의 망상’ 정도로 취급되던 가자지구 점령을 공식화한 것은 내부 강경파를 달래기 위한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생존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레츠는 “네타냐후에게 인질들의 생명보다 정권의 생존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네타냐후 정권은 이란 핵시설 공격에 대한 미국의 승인을 아직 받지 못했으며, 예멘 후티 반군과의 교전 역시 장기간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대체적이다.


결국 남은 분쟁지는 가자지구 뿐인데, 분쟁의 지속 및 확대가 붕괴 위험에 놓인 네타냐후 정권의 ‘생존 수단’이라는 지적이다. 각종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는 연립정부에서 탈퇴해 정권을 붕괴시키겠다는 극우 연정 파트너들의 압박을 받아 왔으며, 이로 인해 이번 전쟁 내내 극우에 휘둘린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미 뉴욕타임스(NYT) 역시 가자지구 점령 계획이 “하마스 소탕 실패에 실망한 일부 강경 지지층을 향한 네타냐후 총리의 메시지로 보인다”면서 “전쟁 국면을 고조시키는 것은 그에게 국내 정치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3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자녀를 잃은 여성이 울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자녀를 잃은 여성이 울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러나 정권의 ‘단기적인 생존’ 외 군사 작전의 실익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된다. 이스라엘 정보 책임자를 지낸 타미르 헤이만은 압도적 군사력으로 하마스를 압박하려는 시도가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효용을 잃었다고 NYT에 말했다.


하레츠도 작전 실패 가능성을 높게 봤다. 하레츠는 “네타냐후 정부는 실현하기 매우 어려운 망상에 빠져 있다”며 “작전 과정에서 더 많은 인질이 죽고 병력 손실이 초래될 수 있으며, 가자 주민들의 강제이주는 추가적인 대량 살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정권이 일시적인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고 그 대가를 국가 전체에 지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질 가족들은 “인질 대신 영토를 선택하겠다는 것”이라며 정부 결정을 맹비난했다.

실제 에얄 자미르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내각 회의에서 점령 작전을 시작하면 인질들이 며칠 내 사망할 수 있으며, 이미 사망한 인질들의 시신도 영영 찾지 못하게 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군이 가자 전역에서 공격을 강화할 경우 무장세력이 인질들을 식수와 음식이 없는 지하 땅굴에 버려두고 도망칠 가능성이 있으며, 이로 인해 며칠 내 굶주림이나 폭격 등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보안 당국은 하마스가 이미 사망한 인질의 시신을 구덩이 또는 외딴 은신처에 숨긴 뒤 도망칠 가능성이 높고, 은신처를 알고 있는 하마스 대원이 사망할 경우 일부 시신은 영엉 찾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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