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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이 군산에 F-35를 배치한다는데...정말 가능한 일일까 [무기로 읽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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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반도와 남중국해 등 주요국 전략자산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현장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흥미진진하게 전달해드립니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이 격주 화요일 풍성한 무기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2024년 건군 76주년 국군의날 미디어데이가 열린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F35A 프리덤 나이트가 편대 비행을 하고 있다. 성남=박시몬 기자

2024년 건군 76주년 국군의날 미디어데이가 열린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F35A 프리덤 나이트가 편대 비행을 하고 있다. 성남=박시몬 기자


주한미군이 지난달 25일 군산공군기지의 제8전투비행단 소속 F-16 전투기들을 모두 오산공군기지로 옮겨 오산에 두 번째 ‘슈퍼비행대’를 창설한다고 밝혔다. 미 공군의 정규 전투비행대 편제는 24대가 기본인데, 오산기지에는 각각 31대의 전투기로 구성된 2개 전투비행대가 배치되므로, 전투 능력과 효율성이 강화된다는 것이 주한미군과 우리 국방부의 설명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새빨간 거짓말이다.

주한미공군 '슈퍼비행대' 창설한다고 밝혔지만


주한미공군 전력인 제7공군은 군산에 배치됐던 제8전투비행단과 오산에 주둔하는 제51전투비행단으로 구성되며, 8전비는 35·80전투비행대, 51전비는 25·36전투비행대로 구성돼 주한미군의 전투기 전력은 F-16C/D 3개 비행대 72대, A-10C 1개 비행대 24대 등 도합 96대였다. 미국은 이 중 오산에 있던 제25전투비행대를 2025회계연도 종료 시점(9월 30일)까지 본토로 철수시킨 뒤 비활성화하기로 했기 때문에 기존 96대의 전투기는 72대로 줄어들게 된다.

주한미공군 F-16 전력은 F-16C/D 블록 40에 해당하는 기체였는데, 현재 미국은 이 기체들을 최신 버전인 F-16C/D 블록 70 사양으로 개량 중이다. 물론 개량 작업은 미국에서 실시되기 때문에 일단 전투기를 미국으로 옮겨 개량 공사를 진행하고, 미 본토에서 조종사 재교육도 실시한다. 주한미군 F-16 전투기 숫자가 72대에서 62대로 줄고, 운용 거점이 오산기지로 통합된다는 것은 개량을 위해 미국으로 보내진 기체 일부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62대로는 3개 비행대를 만들 수 없으니, ‘슈퍼 비행대’라는 그럴듯한 수식어를 붙여 마치 전력 공백 따위는 없고, 한미동맹이 공고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처럼 사람들을 기만하고 있는 것이다.

2022년 10월 경기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에서 F-16 전투기가 이륙 준비를 하고 있다. 뉴스1

2022년 10월 경기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에서 F-16 전투기가 이륙 준비를 하고 있다. 뉴스1


미국이 주한미군 전투기 숫자를 줄이고 군산기지를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로 만든 것은 이미 지난 3월 말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미국은 이란 핵 협상과 관련해 중동에 위기가 고조되자 주한미군의 방공 전력을 대거 반출해 바레인에 재배치했다. 이 과정에서 군산기지를 방어하는 패트리엇 부대인 제35방공포병여단 제11방공포병연대 제2대대가 빠져나갔다. 이라크 전쟁 당시 주한미군 제2보병사단 일부 철수 때와 같은 수순이다.

패트리엇 빠진 군산에 미군 전투기 고정배치될 가능성 낮아져


미 국방부는 지난 3월 중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명의의 ‘잠정 국가방위전략 지침’을 작성해 전군에 하달했다. 이 지침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최우선 과제로 중국의 대만 침공 억제와 미 본토 방어를 제시하고, 이를 위해 다른 지역에서의 리스크를 감수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 본토에 강력한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구축하는 이른바 ‘골든 돔’ 구상을 추진 중인데, 패트리엇은 이 구상의 핵심 구성요소 중 하나다. 주한미군 지상전투여단 하나를 중동으로 뺐다가 미국 본토로 완전히 철수시킨 것처럼 주한미군 패트리엇 부대도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군은 방공이 제공되지 않는 위험한 장소에 고가치 자산을 배치하지 않기 때문에 패트리엇이 빠진 군산에 미군 전투기가 고정 배치될 가능성은 더 낮아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도 우리 국방부는 심각한 인지부조화에 빠져있다. 트럼프 행정부 여러 관료들이 중국 억제와 본토 방어가 미군의 최우선 과제라며 여러 차례 이야기해도, 트럼프 행정부의 그런 인식을 담은 국방장관의 지침이 정식으로 하달됐어도 우리 국방부는 “그것은 미 국방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거나 “주한미군의 최우선 임무는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주한미군 전투기 전력 재편에 따른 전력 공백 우려가 제기되자, 국방부는 ‘군 소식통’이라는 익명을 빌려 주한미군이 군산기지에 5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F-35A를 배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정보를 흘렸다. 이 ‘군 소식통’은 국내 매체들에 “우선 1개 비행대대를 배치하고, 추가로 1개 비행대대는 순환 배치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는데, 이 주장은 제7공군 측에 사실여부를 문의한 국내 언론들에 의해 당일 바로 반박당했다. 미군의 공식 입장은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였다. 그렇다면 미국은 군산기지에 F-35A 전투기를 정말 배치할까?


지난해 전북 군산 공군기지에서 열린 '2024년 연합편대군 종합훈련(KFT·Korea Flying Training)'에서 미공군의 MQ-9 리퍼 무인공격기가 이륙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전북 군산 공군기지에서 열린 '2024년 연합편대군 종합훈련(KFT·Korea Flying Training)'에서 미공군의 MQ-9 리퍼 무인공격기가 이륙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생에너지 시설로 전투기 작전에 부적합해진 군산기지


지난 2019년 주한미군이 한국수력원자력 측에 문제를 제기한 바와 같이 군산공군기지는 점점 전투기 작전에 부적합한 시설이 되고 있다. 기지 주변에서 대대적으로 진행 중인 재생에너지 관련 사업 때문이다. 현재 군산기지 주변은 그야말로 태양광 발전 시설로 도배되고 있다. 기지 북쪽에 300MW 규모 육상태양광 설비가, 기지 서쪽과 남쪽에 각각 400~900MW 규모의 수상태양광 설비 3개소가 건설됐거나 추진 중이다. 이 태양광 시설 서쪽 바다에는 대규모 풍력발전단지도 들어설 예정이다.

주한미군은 지난 2019년 “대형 태양광 패널에 반사된 태양빛이 전투기 착륙 시 매우 위협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당시 정부와 한수원 측은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미국 측의 입장을 반박했고, 이후 국방부는 대변인이 직접 나서 “태양광 패널 때문에 비행에 지장이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피해를 보고 있는 미군이 직접 문제를 제기했는데, 한국 정부가 이를 부정하고 나선 것이다.

군산기지 서쪽에 추진되고 있는 대규모 풍력발전단지도 문제다. 스웨덴은 지난해 11월 5일, 무려 32GW에 달하는 발트해 13개소 풍력발전단지 조성 계획을 전면 취소했다. 연안에서 가동되는 해상풍력발전단지가 레이더 난반사를 일으켜 러시아가 발사한 순항미사일이나 러시아 전투기 저공 침투를 탐지하지 못하게 만든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는 군산기지도 마찬가지다. 군산기지 서쪽에 대규모 해상풍력발전단지를 만드는 것은 중국에서 날아오는 미사일들에 대한 조기경보와 요격을 방해하는 행위다. 유사시 중국과 가장 가까운 전진기지라는 전략적 중요성을 가진 군산기지에서 미군이 전투기를 빼는 이유가 이것이다. 이렇게 취약한 곳에 고가치 자산인 F-35A를 배치할 것이라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경기 오산 공군기지에서 주한미군 제36전투비행대대 소속 F-16 전투기 2대가 이륙 허가를 받기 전 나란히 주기돼 있다. 미 7공군 제공

경기 오산 공군기지에서 주한미군 제36전투비행대대 소속 F-16 전투기 2대가 이륙 허가를 받기 전 나란히 주기돼 있다. 미 7공군 제공


물량 부족으로 F-35 주한미군 상시 배치 가능성 낮아


한국정부가 군산기지 운영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점 외에도 주한미군에 F-35가 상시 배치될 가능성이 낮은 이유는 또 있다. 주한미군에 배치할 물량이 없기 때문이다. 단계적 진화 과정을 밟고 있는 F-35는 현재 운용 중인 블록 3F 사양에서 레이더·전자장비·엔진 등을 교체한 블록 4 업그레이드를 준비 중이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올해부터 출고되는 모든 F-35는 블록 4 사양이어야 하지만, 개선 프로그램의 시험평가 일정이 2026회계연도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미 공군은 블록 4가 완성될 때까지 F-35 인수를 최대한 미룬다는 입장이다. 미 공군 예산안을 보면, 올해 42대, 내년에 25대, 2027년부터 2029년까지는 매년 48대의 F-35A를 인수하는 것으로 계획이 잡혀 있다. 2025~2029년 중 211대를 인수한다는 것인데, 같은 기간 중 전투사령부에서만 7개, 예비사령부 1개, 주방위공군 6개, 태평양공군 2개 비행대 개편 소요로 300대 가까운 소요가 잡혀 있기 때문에 주한미군에 추가로 배정할 F-35A 물량은 존재할 수 없다. 전투사령부의 개편 대상 부대인 23·325·388·495비행단은 미 본토 방공작전과 해외 원정작전의 핵심 전력이기 때문에 주한미군용으로 전환할 수 없고, 예비사령부의 301비행단이나 매사추세츠·위스콘신·플로리다·버몬트·오리건·앨라배마 주방위공군용 물량은 지역 일자리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주한미군으로의 물량 전환을 시도할 경우 의회가 승인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주일미군 전투기 전력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강화하고 있는 미국이 주한미군의 전력은 왜 축소하고 있는지를 곱씹어봐야 한다. 일본은 미국의 반중 동맹 선봉을 자처하며 군비 증강과 역할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우리는 주한미군의 대중국 임무 수행을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제3조는 그 적용 범위를 ‘태평양 지역’으로 적시하고 있다. 미국이 ‘슈퍼 비행대’ 같은 말장난을 하며 대놓고 주한미군 전력을 감축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지금처럼 상호호혜 동맹을 계속 부정할 경우,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억제하며 국가 발전의 받침돌이 됐던 주한미군은 머지않아 완전히 철수하거나 알맹이 없이 껍질만 남게 될 수도 있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