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바이러스>.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
사랑을 열병에 빗대곤 한다. 사랑에 빠졌을 때 온몸에 열이 나는 듯 마음이 펄펄 끓다가 이내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괜찮아지는 것이 병을 앓다 낫는 과정과 닮았다. 그런데 사랑이 정말 ‘병’이라면 어떨까. 영화 <바이러스>는 이 같은 상상에서 출발한다.
연애세포 소멸 직전인 옥택선(배두나)은 이성 교제 경험이 없는 ‘모태솔로’ 남수필(손석구)과 소개팅을 한다. 지나치게 들떠보이는 수필은 급기야 한번 만난 사이에 청혼까지 한다. 그런데 수필을 만난 다음날 택선의 세상도 달라진다. 쉽게 우울함에 잠식당했던 평소와는 달리 괜히 웃음이 나고, 관심도 없던 화려한 원피스에 눈이 간다.
원인은 바이러스였다. 이유 없이 기분이 좋아지고 타인에게 강렬한 호감을 느끼게 만드는 ‘톡소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이다. 문제는 이 바이러스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는 것. 위기에 처한 택선이 연구원 이균(김윤석)과 함께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게 영화의 주 내용이다. 이지민 작가의 소설 <청춘극한기>가 원작이다.
배두나는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영화에 대해 “밝고, 착하고, 희망적이고, 현대인들의 동화 같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이 영화는 바이러스를 다룬 다른 재난 영화와는 달리 유쾌하고 몽글몽글한 분위기다.
그는 택선을 연기하며 밝은 역할에 대한 갈증을 해소했다고 말했다. 처음 <바이러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는 ‘엉뚱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그간 주로 좀비물이나 형사물 등에 출연한 그는 피식피식 웃게 되는 이 영화가 ‘힐링’으로 다가왔다.
배두나는 매사 의욕 없는 감염 전 택선과 눈에서 하트를 쏟아내는 감염 후 택선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그건 감염 증상이고, 진짜 사랑하는 게 아니라 사랑에 빠졌다고 착각하는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이균에게 막무가내로 구애하는 연기는 웃음을 자아낸다. 자신이 슈퍼 항체인 줄로만 알았는데 몸에 붉은 반점이 생기자 두려움에 떠는 모습은 몰입도를 높인다. 택선의 이 같은 감정 변화를 배두나는 한편의 성장 서사라고도 해석했다.
배두나는 함께 호흡을 맞춘 김윤석을 ‘기둥’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영화 <암수살인>(2018)을 본 뒤 김윤석과 같이 연기를 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그는 “김윤석을 믿고 <바이러스>를 선택했다”며 “김윤석은 작품을 보는 눈이 다르고, 방향성 등에 대한 판단이 정확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 작품을 찍기 전에 ‘나홀로 김윤석 영화제’를 했다”며 “(김윤석이 출연한) 10여편의 영화를 하루에 3개씩 봤다”고 했다. 다음에는 김윤석에게 구박받는 캐릭터로 작품을 함께하고 싶다고도 했다.
가수 장기하가 택선의 동창인 김연우 역으로 나온다. 배두나는 “장기하가 연기를 너무 잘한다”며 “당최 긴장을 잘 안 하는 것 같더라”고 말했다. 연출을 맡은 강이관 감독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장기하 연기는 당연히 5점 만점에 5점”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특별출연한 손석구의 연기도 관람 포인트다. 손석구는 연애에는 영 소질이 없고 ‘쥐밖에 모르는’ 연구원 역을 훌륭하게 소화해내며 분량에 비해 깊은 인상을 남긴다. 배두나는 손석구에 대해 “이전에 호흡을 워낙 많이 맞춰봐서 재밌게 찍었다”고 했다.
이 영화는 긴 기다림 끝에 세상 빛을 봤다. 2019년 촬영했으나 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개봉이 미뤄졌고, 그 과정에서 배급사가 바뀌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OTT행이 아닌 극장 개봉을 지켜냈다. 김윤석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기쁘지만 겁도 난다”며 개봉 소감을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영화에 나오는) 보호복과 PCR 검사 등이 일상이 돼버릴 줄 상상도 못했다”고 했다.
사랑에 빠져 “내가 왜 이러지?”라고 한번이라도 생각해본 적 있다면, 택선에게서 ‘나’를 발견할 것이다. 러닝타임 98분. 12세 이상 관람가. 오는 7일 개봉.
영화 <바이러스>.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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