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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지켜야 국경도 지킨다"…소멸 위기 '먼섬' 살리기

뉴시스 김종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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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지켜야 국경도 지킨다"…소멸 위기 '먼섬' 살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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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해양법협약에 따르면 사람이 살아야 해양영토로 인정
고령화·인구 유출로 무인화 위기…해양영토 수호 관심 필요
자료 국토연구원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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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종민 기자 = 국토 최외곽에 위치한 43개 ‘먼섬’이 심각한 인구유출과 고령화, 의료공백 등 복합 위기에 직면해 있다.

국가 해양영토의 전초기지이자 국경수비대 역할을 수행하는 이들 섬이, 정작 ‘국민의 기본권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유엔해양법협약(UNCLOS) 제121조에 따르면 사람이 거주하거나 독자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장소는 ‘섬’으로 인정받지 못하며, 이 경우 배타적 경제수역(EEZ)이나 대륙붕에 대한 권리마저 상실하게 된다. 다시 말해, 사람이 살지 않으면 그 섬은 국제법상 해양영토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먼섬들은 고령화와 인구 유출로 지속적인 무인화 위기를 겪고 있다.

6일 국토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국토외곽 먼섬 지원 특별법'과 시행령을 통해 본격적인 회생 프로젝트에 돌입했지만, 아직은 시작 단계다.

지난 2023년 기준 국토외곽 먼섬의 총인구는 2만6,835명. 그러나 2015년 이후 8년간 무려 12.99%가 줄었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인구유출이 가속화되었고, 울릉도를 제외하면 아직 회복되지 못했다. 특히 일부 섬은 1명(울릉군 죽도)만이 거주하는 극단적 사례도 있다.

고령화는 더 심각하다. 70세 이상 인구 비율이 평균 21.8%에 달하고, 신안군 상태도(45.5%), 장도(32.5%), 옹진군 소청도(32.1%) 등은 초고령사회 기준을 훌쩍 넘는다. 65세 기준으로 보면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고령층일 것으로 추정된다.


자료 국토연구원 *재판매 및 DB 금지

자료 국토연구원 *재판매 및 DB 금지



현재 43개 먼섬 중 14곳은 의료인력이나 시설이 전무한 '완전 의료공백' 상태이고, 18곳은 의료 인력이 1명 이하인 '준의료공백' 지역이다. 마을리더 설문조사(2024)에 따르면 “가장 불만족스러운 생활 여건”으로 ‘의료시설 부족(70.6%)’, ‘이동의 어려움(55.9%)’이 꼽혔다. 의료지출 비중도 전국 평균의 2배를 넘는다.

의무교육도 사실상 불가능한 곳이 대부분이다. 초등학교가 없는 먼섬은 29곳, 중학교는 34곳, 고등학교는 39곳에 달한다. 실제로 초등학생의 절반 이상이 중학교 입학을 위해 섬을 떠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가족 이탈과 섬의 무인화로 이어진다.

생활 기반도 열악하다. 상수도 보급률은 46.6%로 일반 농산어촌(82.8%) 대비 크게 뒤처지며, 누수율도 26.7%로 전국 평균(17.4%)보다 훨씬 높다. 난방은 LPG에 의존하지만 공급이 불안정하고 비용도 높아 혹한기엔 난방을 포기해야 할 정도다. 디지털 격차도 극심하다. 인터넷이 가능한 섬은 전체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와이파이(WiFi) 구축은 고작 4개 섬에 불과하다.


교통도 문제다. 여객선은 안개, 태풍 등 기상 악화와 선박 노후화로 자주 결항되며, 백령도·독도 등 일부 먼섬은 연간 100일 이상 결항되는 경우도 있다. 연안여객선의 운임은 km당 362.9원으로 KTX(164.2원)나 수도권 전철(125.0원)의 2~3배에 달한다. 섬 내 대중교통도 거의 없다. 유인섬 중 대중교통이 있는 섬은 20%, 100원 택시 등 대체교통수단이 있는 곳은 13%뿐이다.

더 큰 문제는 국민적 무관심이다. 정부 조사에 따르면, 일반 국민은 독도, 백령도, 울릉도 등 일부 섬만 겨우 알고 있고, 대부분의 국토외곽 먼섬은 존재조차 인지되지 않는다. 정부와 지자체의 섬 관련 계획에서도 ‘관광’, ‘생태’, ‘해양’ 등의 키워드는 많았지만 ‘국경’이나 ‘영토’와 같은 전략적 개념은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정부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를 지켜주는, 우리가 지켜야 할 국토외곽 먼섬’이라는 비전을 내걸고 다섯 가지 발전 전략을 수립했다. ▲국경수비 및 해양영토 수호 역량 강화 ▲주민 생활 안정 ▲접근성 개선 ▲생활 인구 확대 ▲지속가능한 미래기반 구축 등이 핵심이다. 또, 섬과 육지를 잇는 ‘3차원 네트워크 구상’을 통해 물리적 거리의 한계를 기술로 극복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국경섬기금 신설, 특별회계 운용, 민간 ESG 투자, 고향사랑기부제(‘국경섬 지키기’) 등을 통해 안정적인 재원 조달과 국민 참여 확대도 병행할 방침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jmki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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