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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공 부활 조금만 기다려요' 결과 얻는 전북, 포옛의 실리 축구는 하나의 과정 "당연히 우승 경쟁!"

스포티비뉴스 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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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닥공'의 이미지를 안고 있는 전북 현대가 수비에 무게를 두고 결과를 얻기 위해 실리 축구를 하는 것은 팬들의 답답한 심리를 자극하는 일이다. 매년 화끈한 공격 축구를(=사실상 최강희 감독 사임 이후 닥공은 끊겼다고 봐야 하지만=) 보다가 안정 지향의 경기를 보는 입장에서는 속이 타는 일이다.

하지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최강이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이 2013년 장기 집권을 끝내며 은퇴한 이후 올 시즌까지도 리그 우승 없이 방황하는 것처럼 전북도 최 전 감독의 짙은 그림자를 빠져나와야 하는 고민과 마주하고 있다.

지난 시즌이 최악이었다.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가서 서울 이랜드FC를 겨우 이기고 생존에 성공한 것이 대표적이다. 바로 좋은 성적을 낸다는 것은 팀을 혁명적으로 바꾸지 않는 이상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브라이턴 호브 알비언, 선덜랜드 등을 맡았던 거스 포옛 감독은 전북을 점진적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선수들이 최고의 여건에서 뛰기를 바란다. 아시아 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2(ACL2) 원정을 가도 품격에 맞게 전원 비즈니스 클래스 탑승을 고집하는 등 전북의 여러 문화를 점진적으로 바꿔 놓고 있다.

물론 팬들이 닥공을 계속 외치고 개막전 김천 상무를 2-1로 어렵게 이긴 뒤 5라운드까지 1승2무2패로 불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자 "포엣도 별것 없다"라는 섣부른 진단이 일부 팬 사이에서 흘러나왔다.

결국은 승리가 필요했고 6라운드 FC안양전에서 전북은 자존심을 내려놓고 스리백에 양쪽 윙백이 수비로 내려서고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벽을 쳐서 1-0으로 겨우 이겼다.


당시를 경험한, 전북 출신으로 안양에서 중앙 수비수로 뛰었던 '이경규의 사위' 김영찬은 제주 유나이티드전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제가 예전에 전북에 있었지 않았나. 전북을 나오고 난 뒤에 처음 겨루기였었다. 수비수를 내세워 잠그는 축구를 하는 것을 보면서 '전북도 이러게 하는구나' 싶더라. 물론 이기는 것이 중요하니까 그렇게 할 수도 있겠지 싶었지만, 분명한 것은 제가 알던 전북과는 분명히 달라졌다"라고 지적했다.

분명한 것은 안양전이 전북에는 변곡점이었다. 이후 대전 하나시티즌전 원정 2-0 승리를 낚은 뒤 제주 유나이티드에 1-1 무승부, 대구FC 3-1, 수원FC 2-1에 이어 지난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의 원정 경기에서 사랑 고백을 했던 송민규의 전반 23분 헤더 결승골로 1-0으로 이겼다.

사실상 전북이 실리를 챙긴 경기였다. 슈팅 수는 3-21로 밀렸지만, 지키는 능력이 된다는 것을 알려줬다. 송범근 골키퍼의 선방쇼에 후반 22분 연제운, 한국영 등이 들어간 뒤에는 수비벽을 더 높게 세워 서울의 속을 태웠다.


경기 후 만난 중앙 미드필더와 중앙 수비수 모두 소화 가능한 국가대표급 주장 박진섭은 "축구라는 것이 어떻게 보면, 좋은 흐름을 가지고 가더라도 결과를 챙겨오지 못하면, 분위기 자체가 많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포옛) 감독님이 (안양전에) 전술적으로 조금 자신의 성향에 맞지 않은 전술을 썼지만, 결과를 챙겨오지 않았나. 상승세를 탈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된 것 같았다. 그 이후 감독님의 지략에 대한 선수들의 믿음이 생긴 것 같다. 선수끼리도 많은 승리를 거두면서 믿음이 생겼고 지속해서 분위기를 이어가야 할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단 한 시즌 만에 팀이 달라지는 것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포옛 감독은 "팀의 틀이 잡히고 제 스타일이 녹아드는 시간은 8개월은 있어야 한다"라며 사실상 한 시즌은 주변에서 믿음을 가져줘야 체계가 잡힌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지난해 승강 PO까지 갔던, 팀이 완전히 엉망으로 무너졌던 기억을 떠올리면 더 그렇다.

올 시즌도 5라운드까지는 10위였다. 상위권의 격차가 크지 않아 언제라도 다시 순위가 떨어질 수 있다. 그래도 '전북 왕조'를 경험했던, 위용을 살리고 싶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박진섭도 지난해 떨어진 자존심 회복에 대해서는 "우승이라고 생각한다. 전북은 당연히 우승을 경쟁해야 하는 팀이라는 생각이다. 선수들도 많이 생각하고 있다. 작년에 분명 어려움이 있었지만, 올해는 프리시즌부터 정말 선수들이 열심히 준비했던 것이 올해 우승 경쟁을 하기 위해서라는 생각이다"라며 "지금 좋은 흐름을 가지고 가고 있는 것 같다. 경기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결과를 챙겨오면 (시즌) 중반이 지날 시점에 그런 경쟁을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상위권에서 치열하게 싸우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11경기 16득점 10실점의 전북이다. 득점력이 나쁜 편은 아니지만, '전북 팬' 보기에는 닥공이 아니라는 것이 진하게 아쉬운 부분이다. 실리적인 경기로 승리를 쌓는 것이 최종 성적에는 분명 도움이 된다는 '결과'도 있다.

화끈한 내용과 이겨야 하는 결과를 보고 싶은 괴리를 어떻게 생각할까. 박진섭은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라는 생각이다. 3-0, 3-2, 4-3 이런 승리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1-0 무실점 승리를 더 좋아한다. 팬분들도 이해해 줄 것이라 믿고 있다. 공격진이 지금 컨디션이 좋아지고 있다. 차차 팬들이 원하는 닥공과 점수가 많이 나는 결과는 앞으로 충분히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시간을 갖고 기다려주기를 바랐다.

포옛 감독은 서울전을 앞두고 "선수들이 부상이 없다. (1군 선수단 중) 9명은 집에서 TV로 경기를 봐야 한다"라며 내부 경쟁 체제가 치열함을 강조한 바 있다. 이는 혹서기로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부상자가 발생하면서 선수단 내 실력 차가 적은 팀이 정상권에서 버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즌이 길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는 박진섭도 "선수단 내부적으로도 서로 경쟁하고 노력하려고 하고 있다. 경기마다 쉬운 팀이 없다. 앞의 경기만 보며 준비하겠다. 좋은 결과를 챙기자는 의지로 준비한다. 이런 마음이라면 서로 좋은 힘이 생길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6일 대전과의 홈 경기 맞대결은 시즌 중반으로 진입하는 과정에 상당히 중요한 경기다. 대전도 올 시즌 우승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황선홍 감독은 "우승 후보는 아니다. 파이널A 진입이 우선"이라며 몸을 사리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우승 경쟁에 피하기 어려운 팀이라는 사실이다. 1시간이면 닿는, 근거리라 대전 팬들의 대대적인 원정 응원도 예상된다.

대전 출신으로 전북에서 뛰는 박진섭도 친정을 봐줄 생각은 없다. 그는 "대전이 좋은 흐름인 것은 분명하지만, 전북도 마찬가지다. 재미있는 경기가 될 것 같다. 홈경기라 쉽게 내줄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충분히 좋은 결과를 챙겨올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라고 강조했다.

전북은 한때 관중 동원에서 수용 인원이 큰 FC서울을 빼고 1, 2위를 다퉜던 팀이다. 아직 팬심이 완벽하게 회복된 것도 아니다. 그래도 서울전에는 전체 4만 8,008명의 관중 중 7,546명이 전북 원정 팬들이었다. 역대 1위은 수원 삼성으로 강등 직전인 2023년 11월 27일 7,996명이었다.

서울전 종료 후 관중석 1, 2층에서 팬들과 선수들이 서로 마주보며 소위 '오오렐레~' 응원을 보여주는 장관이었다. 1, 2층 팬들이 어깨 동무를 하고 방방 뛰는 집단 세리머니는 예술적이었다. 전북 선수들 입장에서는 부담을 크게 느껴야 하는 장면이었다.

충분히 알고 있는 박진섭도 "(팬들은) 팀의 자부심이고 자랑거리라고 생각한다. 항상 힘든 원정 경기를 해도 팬분들이 늘 홈 경기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그래서 힘든 것을 이겨낼 수 있다는 생각이다. 늘 팬들께 감사하다"라며 "(홈 관중몰이가 아직 되지 않는) 그런 부분을 인지하고 있다. 점차 좋은 흐름을 가져가면, 자연스럽게 팬들이 예전의 전주성 분위기를 만들어 줄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선수들을 믿고 녹색의 전주월드컵경기장을 가득 메워주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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