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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재판 미루라며 탄핵 협박하는 민주당, 사법부도 통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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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앞줄 가운데)와 민주당 의원들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대법원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앞줄 가운데)와 민주당 의원들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대법원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5월 12일 이전까지 선거운동 기간 중 잡혀 있는 출마 후보들에 대한 공판 기일을 모두 대선 이후로 변경하기 바란다”고 공개 요구했다. 서울고등법원이 최근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된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첫 공판 기일을 15일로 지정했는데, 이를 포함해 6월 3일 대선일까지 예정된 이 후보의 모든 재판 출석을 대선 후로 미뤄 달라는 것이다.

윤호중 민주당 중앙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은 ‘(공판을) 연기하지 않을 경우 대법원장이나 대법관 탄핵에 돌입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입법부에 국민이 부여한 모든 권한을 동원해서 이 사법 쿠데타가 진행되는 것을 막겠다”고 답했다. 법사위원장인 정청래 의원은 김어준씨 유튜브 방송에서 “우리 국민들이 대통령도 2명씩이나 탄핵한 국민”이라며 “대법원장이 뭐라고”라고 말했다. 피고인 측이 재판을 미뤄달라고 요청하면서, 법원이 거부하면 대법원장까지 탄핵하겠다고 협박하는 것과 다름없다.

민주당은 이 후보가 대선 당일까지 5번이나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며 “사법부에 의한 사실상의 선거 방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후보의 대장동 재판 공판 기일이 13일과 27일로 잡혀 있고 위증 교사 혐의 항소심 첫 공판이 20일, 결심 공판이 6월 3일에 예정돼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후보가 12개 혐의로 5개 재판을 받게 된 것이 조기 대선이 확정된 후 갑자기 일어난 일도 아니고, 그 책임이 법원에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민주당이 “고등법원의 심리와 재판 진행을 막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힌다”고 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의 경우, 2022년 9월 검찰의 기소 이후 이미 2년 7개월이 지났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기소 후 6개월 내에 1심 선고, 전심 판결 선고 후 3개월 내에 2·3심 선고를 하라는 법이 지켜졌다면 이미 진작에 결론이 났어야 할 사건이다. 그런데 민주당 내에서는 이 재판을 진행시킨 대법원장과 대법관들, 또 앞으로 재판을 맡을 서울고등법원 판사의 탄핵까지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고 한다.

민주당은 법원이 이 후보 선거법 위반 사건의 파기환송심을 신속하게 진행하는 데 대해 ‘사법 쿠데타’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통령은 국민이 선택하는 것인데 법원이 개입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후보가 공식 선거 운동 기간 중에 여러 번 재판에 출석해야 하는 것이 무리하고 부당한 일인지에 대해서는 국민들 생각이 엇갈릴 것이다.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라고 여긴다면 이것 역시 유권자들의 판단에 맡기면 될 일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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