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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수 바람’으로 대선후보 선출되자… “일단 숨 좀 돌리고” 느긋해진 김문수 [6·3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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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급적 넓은 폭 빅텐트” 변화 기류
“한덕수 권한대행이 (대선) 출마를 위해 (권한대행직을) 그만둔다면 상당한 문제 제기가 있을 수 있다”(4월12일, 김문수 대선 후보 발언)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꺾으려면 한덕수든 ‘김덕수(김문수와 한덕수 합성어)’든 다 뭉쳐야 한다”(4월24일, 김 후보 발언)

“가급적 넓은 폭으로 모든 분들이 (단일화 협상에)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5월4일, 김 후보 발언)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가 5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가 5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의 최근 한 달간 공개 발언을 되짚어보면 무소속 한덕수 예비후보와의 단일화를 둘러싼 기류 변화가 포착된다.

김 후보는 5일 ‘단일화 의지는 변함이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예”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 대답이 한 후보 중심의 단일화를 뜻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해석된다. 김 후보 비서실장인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한덕수 후보는 우리 당에 1000원짜리 당비 하나 내시지 않으신 분이다. 마지막 투표용지에 기호 2번 김문수 후보가 적혀 있을 것”이라고 했을 정도다.

당초 김 후보는 당 일각에서 ‘한덕수 차출론’이 제기되자 불쾌감을 드러낸 바 있다. 김 후보는 지난달 12일 CBS 라디오에서 “한 권한대행은 정치와는 상당히 거리가 멀고, 정치의 꿈을 꾼다는 것은 제가 한 번도, 잠꼬대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당시 김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수 진영 굳건한 ‘1위’를 달리고 있었다.


4월 중순 무렵이 되자 상황이 변했다. 김 후보의 지지율이 정체기를 맞이하고 홍준표 대구시장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지지율이 상승세를 탔다. 이내 김 후보는 한 후보와의 단일화에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며 ‘김덕수 바람’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김 후보는 지난 1일 진행된 최종 경선 토론회에서도 ‘한덕수 대행과 단일화는 전당대회 직후여야 한다’는 OX퀴즈에서 ‘O’를 들었다. 다만 당시 한 전 대표가 “한 후보에게 양보할 용의가 있느냐”고 묻자 “당원과 국민이 애를 써서 뽑아준 후보가 양보한다면 명분이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5월3일, 김 후보는 당 대선 후보로 최종 선출됐다. 이날부터 김 후보 측은 한 후보와의 단일화에 미온적인 반응을 드러내고 있다. 김 후보는 수락연설 직후 “오늘 선출되자마자 ‘단일화를 어떻게 할 거냐, 방법을 내놔라’ 이렇게 하는 것은, 조금 저도 숨을 한 번 돌리고 답을 해드리도록 하겠다”며 단일화에 대한 즉답을 피했다.


다음 날인 4일 김 후보는 “가급적 넓은 폭으로 모든 분들이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범보수 빅텐트론의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는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 등을 포함한 단일화를 제안한 것이다. ‘김·한 단일화’를 우선하고, 이후 범보수 주자들을 끌어들여야 한다는 주장과는 다른 결의 발언이다.

여러 주자들이 포함된 단일화 협상이 진행되면 단일화 일정이 지연될 수 있고, 단일화를 위한 경선이 이뤄지더라도 한 후보로 향하는 표심이 분산될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 측은 이날 한 후보의 만남 제안에도 “‘곧 다시 만나자’는 덕담이 오갔다. 그외 다른 발언은 없었다”며 선을 그었다.

김나현 기자 lapiz@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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