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정치편향 논란에 횡령까지…대학가 "학생회 없애자"

서울흐림 / 17.8 °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회에 대한 무용론이 확산하고 있다. 학생회가 정치적 편향성 시비에 휘말리고 학생회비 횡령 등 비리 행위까지 발생하자 대학가에선 "차라리 없는 게 낫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5일 매일경제 취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임기를 시작한 서울대 제64대 총학생회는 출범 5개월 만에 위기에 봉착했다. 총학생회가 학외 정치적 사안에 대해 서울대 학생들과 다른 입장을 보이면서 거센 사퇴 압박에 시달리는 것이다. 지난 2월 12일 열린 서울대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에서는 서울대 총학생회에 대한 사퇴촉구안이 안건으로 올라왔다. 사퇴촉구안이 발의된 건 서울대 총학생회가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 퇴진 집회'에 석연치 않은 이유로 불참해서다. 당시 김민규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퇴진 집회에 참여하기로 한 학생총회 의결을 뒤집고 불참 의사를 밝혔다.

사퇴 여론은 지난달 서울대 총학생회가 국민연금 개혁안에 대한 대응 계획을 일방적으로 철회하며 다시 확산했다. 총학생회는 지난 3월 '국민연금 개혁안 인식 조사' 등을 진행했지만 '시의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취소했다. 학생회 관계자는 "정치적 중립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재학생 임 모씨(21)는 "국민연금 이슈만큼 대학생과 청년 세대에게 중요한 사안이 무엇이 있느냐"고 말했다.

회계 부정과 횡령 등 비리 의혹이 잇따르는 점도 학생회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11월 고려대 세종캠퍼스 공공정책대학 학생회장은 학생회비 206만원을 개인 계좌로 이체한 뒤 사행성 게임에 사용해 탄핵됐다. 지난 3월에는 부산대 경제통상대학과 사범대 학생회가 유료 행사 수익을 회계에서 누락하고, 학생회장단의 개인 계좌에 은폐해 부산대 중앙감사위원회의 처분 명령을 받았다.

극심해진 취업난에 학생회를 향한 무관심이 커진다는 해석도 나온다.한국외대 재학생 이서현 씨(23)는 "요즘 학생들에게는 학점과 취업이 가장 중요한데 이런 분야에서는 학생회가 별 도움이 안 되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 팽배하다"고 전했다.

[김송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