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지연 전략' 들어간 듯…여론조사상 열세
일부 의원 金 단일화 압박…오늘 저녁 긴급 의총
![]() |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왼쪽)와 한덕수 무소속 대통령 선거 예비후보가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불기 2569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5.5.5/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
(서울=뉴스1) 박기현 조현기 박소은 기자 =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의 끈질긴 구애에도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단일화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서 구여권 대선판이 출렁이고 있다.
한 후보에게 '골든타임'이 며칠 남지 않은 상황에서 김 후보가 향후 단일화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지연 전략'을 펼친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내에선 김 후보를 향해 "신의를 저버렸다"며 하루빨리 단일화 협상에 나설 것을 압박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한덕수 "오늘 만나자, 세 번 요청" 김문수 "곧 다시 보자"…단일화 온도 차
5일 구여권에 따르면 한 후보는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 참석해 "김 후보에게 '오늘 중으로 편한 시간에 편한 장소에서 만나자'고 세 번쯤 말했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김 후보와 내가 만나야 할 시간인 것 같다'고 말했다"며 "(김 후보가) 확실한 대답은 안 했고, '네' 정도라고 했다"고 전했다.
당초 한 후보 캠프 이정현 대변인은 이날 오전 기자들에게 한 후보의 이날 중 회동 제안에 김 후보가 응했다고 공개했다.
하지만 김 후보 측은 언론 공지를 통해 한 후보의 회동 제안에 대해 "서로 인사를 나누었고 '곧 다시 만나자'는 덕담이 오갔다. 그 외 다른 발언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김 후보도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늘 그냥 말씀만 들었다"고 짧게 말했다. 당 일부 의원들이 단일화를 촉구하며 의원총회 개최를 요구하는 상황이나, 단일화 논의가 더딘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발언을 삼갔다.
당 대선 경선 기간 내내 한 후보와의 단일화를 강조해 온 김 후보의 태도 변화를 두고 김 후보가 단일화 협상에서 우위를 쥐기 위한 포석이란 해석이 제기된다.
김 후보가 최대한 단일화 시기를 늦춰서 당의 공식 후보가 갖는 조직력과 정치자금 등을 활용해 지지율을 보다 끌어올린 후 단일화에 나서려고 한다는 것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5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보수 단일화 시 한 후보가 적합하다는 응답이 30.0%, 김 후보가 적합하다는 응답은 21.9%이었다. 지지층과 무당층으로 한정하면 한 후보는 49.7%, 김 후보는 24.2%로 두 후보 간 격차가 더 벌어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와의 3자 대결에서도 한 후보가 우세했다. 한 후보는 이재명 후보(46.5%)와 이준석 후보(5.9%) 사이에서 34.3%로 비교적 선전했다. 반면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46.6%)와 이준석 후보(7.5%) 사이에서 27.8%의 지지율을 득하는 데 그쳤다.
단일화 문항을 '경쟁력'으로 하든, '선호도'로 하든 한 후보에 뒤지는 상황이라, 김 후보가 선뜻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에 응했다가는 후보직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 비서실장을 맡은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단일화와 관련해 "아직 시한을 정할 만큼 협상에 나서지 못했고, 심지어 기구까지 구성되지 못했기 때문에 향후 상황을 봐서 말씀드릴 수 있겠다"며 "본선에서 투표용지에는 한 후보의 이름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육조마당에서 열린 가족 동행 축제 '펀펀한 광화문광장'을 방문해 어린이들과 블럭 모자를 만들고 있다. 2025.5.5/뉴스1 ⓒ News1 허경 기자 |
"약속 어기면 끝내 파국 맞을 것"…당내 성토 터져 나와
김 후보와 한 후보의 단일화를 기대했던 국민의힘 내에선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당은 이날 오후 7시 의원총회를 열고 해당 사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김도읍·김상훈·박덕흠·윤영석·이종배·이헌승·한기호 등의 4선 일부 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 명을 받들고 국민의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 단일화를 염원하는 국민들의 희망에 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런 차원에서 우선 후보 등록 마감일인 5월 11일 전에 단일화가 이뤄져야 한다"며 "이 시한을 넘길 경우 투표용지 인쇄를 시작하는 25일까지 지루한 협상으로 국민들에게 외면받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영하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정치가 신의를 잃으면 그 결말은 뻔하다"며 "한 입으로 두말하면 잠시는 누릴지 몰라도 끝내는 파국을 맞을 것"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단일화를 주장해 사무총장직에서 내쫓겼다가 복귀한 이양수 사무총장은 페이스북에 지난 경선 과정에서 전당대회 후 한 후보와 즉시 단일화하겠다고 약속하는 김 후보의 모습을 게시하기도 했다.
당 소속 의원들의 단체대화방에서도 전날부터 단일화 협상을 촉구하는 성토가 잇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김 후보가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지 이틀도 안 돼 잡음이 터져 나오는 데는 '단일화 골든타임'이 며칠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는 7일 전까지 단일화해야 대선 후보 공보물 발주에 차질이 없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통상 여론조사에 이틀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불가능하게 됐다.
이에 실질적인 데드라인은 오는 11일 대선후보 등록 마감인데, 아직 협상 테이블조차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 당내 불안을 자극하는 요인이다. 후보 등록 시한을 지나 한 후보로 단일화하게 될 경우 국민의힘 기호인 '2번'과 당의 선거 비용을 사용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경선에 나오지 않은 한 후보를 진영의 대선 후보로 전제했기 때문에 파열음이 끊이질 않는 것"이라며 "애당초 김 후보의 사실상 양보를 전제로 한 플랜 자체가 무리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 |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4.24/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
masterki@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