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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걱대는 ‘김덕수’ 단일화…국민의힘 비판 분출[이런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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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韓 회동 불발에 국민의힘 의총 소집
“낄끼빠빠” “당내 쿠데타” 거센 설전
김문수(왼쪽)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가 5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불기 2569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 참석하고 있다. 박해묵 기자

김문수(왼쪽)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가 5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불기 2569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 참석하고 있다. 박해묵 기자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한덕수 무소속 후보와 단일화하라는 거센 압박에 부딪혔다. 한 후보와 단일화를 앞세워 대선 후보로 선출된 김 후보가 막상 단일화 협상에 미온적으로 나서자 국민의힘 안팎에서 비판 여론이 분출한 것이다. 일부 의원들이 후보 등록 시한인 11일 마지노선으로 조속한 단일화 협상을 촉구하자 김 후보 측에서는 ‘당 내 쿠데타’라며 맞섰다.

국민의힘 4선 김도읍·김상훈·박덕흠·윤영석·이종배·이헌승·한기호 의원은 5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후보 등록 마감일인 11일 전에 단일화가 이뤄져야 한다”며 “이 시한을 넘길 경우 투표용지 인쇄를 시작하는 25일까지 지루한 협상으로 국민에게 외면받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국민의힘 4선 의원 전원은 기득권을 내려놓고 국가와 국민만을 생각하면서 신속하고 아름다운 단일화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며 “지금 국민의힘의 당면과제는 각자의 생각이 서로 다르다 해도 힘을 모으는 것이 먼저이며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이면 이번 대선은 필패”라고 목소리 높였다.

韓 “오늘 중 만나자” 金 “곧 다시 만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나선 건 김 후보가 단일화 협상에 시간을 끌면서 자칫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전당대회 후 이틀 새 김 후보가 “단일화 방식은 숨 좀 돌리고 말하겠다”(3일), “가급적 넓은 폭으로 모든 분이 참여하는 게 바람직하다”(4일) 등 여유로운 입장을 보이고 있어서다.

김 후보와 한 후보는 이날 서울 종로구 조계사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서 마주쳤으나 미묘한 입장 차를 드러냈다. 한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오늘 중으로 김 후보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만나자고 말했다. 기회가 세 번쯤 있었기 때문에 이제는 김 후보와 제가 만나야 할 시간인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또 한 후보는 “(김 후보가) 확실한 대답은 안 하셨고 네, 네 정도 말씀이 있었다”고도 덧붙였다. 이에 김 후보 측은 “‘곧 다시 만나자’는 덕담이 오갔다. 그 외 다른 발언은 없었다”며 정정하는 공지를 냈다.


김문수(오른쪽)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가 5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불기 2569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

김문수(오른쪽)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가 5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불기 2569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전당대회 직후 단일화 협상이 시작해 연휴가 끝나는 7일까지 매듭짓는 방식에 관한 기대감이 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공보물 인쇄 발주 시점인 7일 전에 단일화를 마치면 단일 후보로 효율적으로 유세할 수 있어서다. 후보 등록 시한인 11일을 넘겨 한 후보로 단일화할 경우 국민의힘 기호인 ‘2번’, 당의 선거 비용을 사용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3선의 조해진 전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단일화 말만 있고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이 초단기 이벤트를 해내야 한다. 그러려면 오늘(4일)부터 협상이 진행됐어야 했다”며 “그런데 그런 움직임이 없다. 내일 예고된 일정도 없다. 이렇게 가면 시간 때문에 물리적으로 단일화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사무총장 인선 놓고 金-당 지도부 신경전

김 후보와 국민의힘 지도부의 불협화음도 감지된다. 당무 우선권을 쥔 김 후보가 이양수 사무총장을 해임하고 김문수 캠프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았던 장동혁 의원으로 교체하는 인선을 낸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장 의원이 사무총장직을 고사했으나 당 지도부에서 김 후보의 인선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 후보 측근인 차명진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양 권(비대위원장·원내대표)은 김 후보가 단일화 의지가 없다고 판단했는지 당무를 보이콧했다. 후보가 지명한 장동혁 사무처장 임명 건을 공식 처리하지 않고 있다”며 “당헌당규상 불법이다. 당내쿠데타다”라고 거세게 반발했다.

김문수(가운데)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4일 국회에서 열린 당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김문수(가운데)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4일 국회에서 열린 당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한 후보와 단일화를 주장해 온 이 사무총장 역시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선 경선 결승 토론회에서 ‘한 후보와 단일화가 전당대회 직후여야 하느냐’는 질문에 김 후보가 동의한 장면을 올리며, 김 후보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낄끼빠빠” vs “양다리 여의도 기득권 세력” 설전도
김문수 캠프에서 정책총괄본부장을 맡아 경선 승리를 이끈 박수영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빨리 단일화하고 이재명 잡으러 가야 된다”고 적었다. 김미애 의원도 전날 페이스북에 “‘낄끼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진다)’가 중요한 시점이다. 국민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제발”이라고 했다.

김 후보를 향한 비판이 쇄도하자 김 후보 측은 ‘정당성’을 내세우며 맞섰다. 김문수 캠프의 최인호 부대변인도 페이스북에 “양다리를 걸치고 매번 본인들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판을 만들어왔던 여의도 기득권 세력의 시나리오대로 김문수 후보가 움직일 명분은 조금도 없다”며 “치열한 경선을 통해 선출된 우리 당 최종 후보는 김문수”라고 적었다.

이에 김 후보 캠프 측에서는 “당 중앙선대위에 단일화 추진 기구 실무진 구성을 지시했으며 조속한 구성을 통해 단일화가 진전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단일화에 대해 부적절한 추측 보도가 없길 바란다”는 입장을 내고 진화에 나섰다.

연휴가 끝날 때까지 단일화 협상이 시작되지 않을 경우 단일화 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날 오후 7시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회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김 후보와 한 후보의 단일화를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