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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북한군 포로' 압송 위기... 파병 인정 北 입김에 한국행 난항 [문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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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파병 인정으로 북송 입김 세질 듯
제네바 협약 기본원칙은 본국 송환
우리 정부는 "우크라 정부와 소통 중"
"정치적 망명이 현실적 방법" 분석도

편집자주

광화'문'과 삼각'지'의 중구난'방' 뒷이야기. 딱딱한 외교안보 이슈의 문턱을 낮춰 풀어드립니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이 2월 우크라이나에서 북한군 포로 2명을 면담한 사진과 음성을 공개했다. 유 의원은 포로들이 북한으로 강제 송환되지 않도록 정부의 조치와 야당의 관심을 요청했다. 유용원 의원실 제공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이 2월 우크라이나에서 북한군 포로 2명을 면담한 사진과 음성을 공개했다. 유 의원은 포로들이 북한으로 강제 송환되지 않도록 정부의 조치와 야당의 관심을 요청했다. 유용원 의원실 제공


북한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맞붙는 쿠르스크 전선에 북한군 파병을 공식 인정했습니다. 그에 따라 이미 한국행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북한군 포로의 북한으로 압송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생포한 두 명의 북한군 포로 신분이 이미 노출된 데다 한국행 의사 또한 뚜렷하게 밝힌 가운데 북송 될 경우 이들은 물론 가족들에 대한 심각한 인권침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조선중앙통신에 낸 서면 입장문을 통해 “러시아 연방에 대한 우크라이나 당국의 모험적인 무력 침공을 격퇴하기 위한 쿠르스크 지역 해방 작전이 승리적으로 종결됐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김정은 동지께서는 조성된 전황이 북러 조약 제4조 발동에 해당된다는 분석과 판단에 근거해, 우리 무력의 참전을 결정하고 러시아 측에 통보했다”며 이번 파병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정과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북러 조약 제4조에는 양국 중 한쪽에 대한 유사시 다른 한쪽의 자동군사개입이 명시됐습니다. 앞서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화상통화에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언급한 것과 별개로, 북한이 파병을 처음으로 공식 인정한 겁니다.

북한의 파병 인정에 우리 국방부는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가담한 것은 유엔 헌장과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명백한 불법적 행위로, 이를 공식 인정했다는 것도 스스로 범죄 행위를 자인한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북한은 북한대로 자신들의 논거를 들고 지속적으로 파병의 정당성을 주장하겠죠. 또 정식 교전국 지위 인정을 요구하며 포로 송환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 뻔해졌습니다.

북한 참전 인정에 복잡해진 셈법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서 북한 군인 2명을 생포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생포 당시 북한군 병사가 지니고 있던 신분증. 젤렌스키 X 캡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서 북한 군인 2명을 생포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생포 당시 북한군 병사가 지니고 있던 신분증. 젤렌스키 X 캡처


그럼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1월 생포했다고 밝힌 북한군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이들의 향후 거취 결정에 기준이 될 규정은 전쟁포로의 대우에 대한 국제조약인 제네바 협약에 있습니다. ‘교전 중에 붙잡힌 포로는 전쟁이 끝나면 지체 없이 석방해 본국으로 송환해야 한다’는 게 협약의 기본 원칙입니다. 그간 북한과 러시아가 북한군 파병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북한이 포로 송환 요구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는데, 이제 상황이 확 달라진 셈입니다. 북한군 포로가 북한으로 돌아갈 공산이 커진 셈이죠.

공식 매체를 통해 참전 사실을 공식 인정한 북한은 앞으로 적극적으로 정식 교전국 지위 인정을 요구하며 포로 송환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정부는 “이들의 한국 송환을 위해 우크라이나 정부와 소통하고 있다”는 입장을 반복합니다. 하지만 사실 할 수 있는 게 많지는 않아 보입니다. 12·3 불법계엄 이후 이때까지 국내 일각에서 주장하던 우크라이나 군사지원 주장도 쏙 들어가면서 반대급부로 우리가 우크라이나에 요구할 수 있는 것 또한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죠.

우크라이나도 러시아에 붙잡혀 있을 우크라이나군 포로를 돌려받기 위해선 종전이나 정전협상 과정에서 러시아와 협상을 벌여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교전국 지위를 주장하게 될 북한의 입김 또한 셀 듯합니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선 북한군 포로가 한국으로 오게 되면 러시아와 협상에서 내세울 수 있는 게 크게 줄어들게 되니 고민이 클 겁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후 처리 문제, 특히 포로 교환 문제는 어느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처리하기 어려운 문제”라며 “현재로선 북한도 업적을 내세우며 주요 당사자로 협상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는데, (북한을 포함한)당사국들 사이 합의에 따라 포로들의 거취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습니다.

한국 정부, 국제사회 노력이 필수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6월 19일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28년 만에 동맹관계를 전격 복원한다는 조약을 체결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평양=TASS 연합뉴스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6월 19일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28년 만에 동맹관계를 전격 복원한다는 조약을 체결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평양=TASS 연합뉴스


다만 이들이 북한으로 돌아갔을 때 인권이 탄압될 가능성이 높아 국제기구의 도움을 받거나, 정치적 망명을 통해 자신들이 원하던 한국으로 올 수도 있습니다. 제네바 협약에서도 포로의 의사에 반해 송환돼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귀환을 원하지 않는 북한 병사들에게는 다른 방법이 있을 수 있다”며 제3국 송환 가능성을 열어둔 바 있죠.

이에 대해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단은 본국으로 돌아가는 게 기본원칙”이라면서 “가장 현실적인 원칙은 정치적 망명”이라고 짚었습니다. 양 위원은 “본인이 정치적 망명 형식으로 한국에 온다는 걸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다만 이를 위해선 우리 정부도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등 여러 결단도 내려야 하는데, 현재 국내 정치 상황에선 쉽지 않다”고 아쉬워했습니다.

결과적으로 ①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북한 등 전쟁 당사자들 간의 협의에서 북한과 러시아가 포로의 뜻을 존중하거나 ②우리 정부와 우크라이나 정부 간 협상에 따라서 이들의 행로가 한반도의 남쪽 혹은 북쪽으로 결정될 듯합니다. 결국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의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는 얘깁니다. 홍 위원은 “포로 송환을 위한 위원회가 설치됐을 때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으로 돌아가면 바로 자유권을 박탈당할 수 있다고 볼 수 있을 때 (이들의 한국행이)가능해질 것”이라며 “다만 이 경우는 이제 전쟁에서 굉장히 특별한 경우 가운데 하나가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