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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땀 한 땀… 실로 새긴 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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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공예박물관 불교 자수 공예展… 보물 ‘자수 가사’ 47년 만에 공개
보물 ‘자수 가사’. 19세기 제작. 흰색 비단 바탕에 부처와 보살, 불교 경전, 부처의 제자인 존자들을 오색실로 정교하게 수놓았다. 가로 244㎝, 세로 65㎝. /서울공예박물관

보물 ‘자수 가사’. 19세기 제작. 흰색 비단 바탕에 부처와 보살, 불교 경전, 부처의 제자인 존자들을 오색실로 정교하게 수놓았다. 가로 244㎝, 세로 65㎝. /서울공예박물관


오색실로 한 땀 한 땀 삼보(三寶)를 수놓은 19세기 보물 ‘자수 가사(袈裟)’가 47년 만에 일반에 공개됐다. 서울공예박물관이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개최한 특별전 ‘염원을 담아-실로 새겨 부처에 이르다’에서다. 가사는 승려들이 중요한 불교 의식 때 장삼 위에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겨드랑이 밑으로 걸쳐 입는 법의(法衣)를 뜻한다. 1978년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에 출품됐던 유물로, 2018년 허동화(1926~2018) 전 한국자수박물관장이 서울공예박물관에 기증했다. 박물관은 “국립문화유산연구원 문화유산보존과학센터와 협업해 5년에 걸쳐 복원한 뒤 처음 공개한다”고 밝혔다.

2일 개막한 전시 도입부에서 이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현존하는 가사 중 유일하게 화면 전체에 불교의 세 가지 보물인 ‘불·법·승’(부처·경전·존자)을 수놓은 유물이다. 첫째 단에 부처, 둘째·셋째 단에 보살, 넷째 단에 경전, 마지막 단에 부처의 제자인 존자들로 구성해 125개 도상을 수놓았다. 석가모니가 제일 위 단, 정중앙에 묘사됐고, 보살과 존자들의 시선은 석가모니를 향해 있다. 이효선 학예연구사는 “각각의 도상에는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는 깨달음을 향한 희구가 담겨 있다”며 “맨 아래에 배치된 제자들은 각기 다른 표정과 자세, 눈썹과 수염, 의복의 주름 등을 개성 있게 표현해 눈길을 끈다”고 했다.

청룡사 가사도. 서울시 유형문화유산. /서울공예박물관

청룡사 가사도. 서울시 유형문화유산. /서울공예박물관


서산대사 진영.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서울공예박물관

서산대사 진영.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서울공예박물관


서산대사 금란가사. 대흥사 소장. 전라남도 유형문화유산. /서울공예박물관

서산대사 금란가사. 대흥사 소장. 전라남도 유형문화유산. /서울공예박물관


불교 자수 공예를 주제로 한 최초이자 최대 규모 전시다. 조선 태종 15년(1415)에 만든 ‘연당문 자수 사경보’, 임진왜란 당시 선조가 서산대사와 사명대사에게 내린 가사와 장삼, 병자호란 때 승려 군대를 이끈 벽암대사에게 인조가 내린 가사 등 38건 55점을 선보인다. 전시품 중 61%에 해당하는 23건 29점이 국보, 보물 등 국가지정문화유산이다. 대흥사, 수덕사, 선암사, 표충사, 화엄사 등 전국 사찰 9곳이 그동안 비공개로 소장해 온 유물들을 어렵게 내놨다.

특별전 ‘염원을 담아-실로 새겨 부처에 이르다’ 전시장 전경. /서울공예박물관

특별전 ‘염원을 담아-실로 새겨 부처에 이르다’ 전시장 전경. /서울공예박물관


삼국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승려 장인들을 통해 1500년간 이어져 온 ‘가사 작법’의 무형유산적 가치도 조명한다. 왕실에서 발원한 불교 자수 작품들도 볼 수 있다. 김수정 서울공예박물관장은 “조선은 유교를 국가 이념으로 삼아 불교를 억압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왕비와 후궁, 상궁 등 왕실 여성들이 후원자로 나서 다양한 불사를 주도했다”며 “깊은 신심을 바탕으로 이뤄진 작업인 만큼 그 절실한 마음이 치밀하고 정교한 기법으로 이어져 여느 자수품보다 뛰어난 예술적 완성도를 보여준다”고 했다. 7월 27일까지. 관람 무료.

[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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