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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을 던지는 선수나, 그걸 치는 선수나… 한국 야구 발전이 없다고? 이 장면을 보고도?

스포티비뉴스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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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을 던지는 선수나, 그걸 치는 선수나… 한국 야구 발전이 없다고? 이 장면을 보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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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4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한화의 경기는 말 그대로 ‘빅매치’였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말도 있지만, 이날은 시작부터 끝까지 양팀이 물러서지 않고 쫀쫀하게 경기를 하며 팬들에게 긴장감을 선사했다.

리그 최고 선발 투수들로 뽑히는 제임스 네일(KIA)과 코디 폰세(한화)가 시작부터 자신들의 장점을 앞세워 팽팽한 기 싸움을 시작했다. 네일과 폰세 모두 7이닝을 소화하면서 맞섰다. 네일은 이날 7이닝 동안 101개의 공을 던지며 3피안타 10탈삼진 1실점으로 역투했고, 폰세는 7이닝 101구 2피안타 5탈삼진 1실점(비자책) 호투로 맞불을 놨다. 누가 먼저 등을 보이느냐도 관심이었는데, 결과적으로 등을 보인 선수는 없었다. 모두 잘 던졌다.

이 상황에서 앞서 나간 팀은 한화였다. 올해 리그 최강의 뒷심을 보여주며 확 달라진 경기력을 체감하고 있는 한화는 8회 1사 후 김태연의 중전 안타, 플로리얼의 우익수 옆 2루타, 노시환의 고의4구로 만든 1사 만루 기회에서 채은성의 중전 적시타 때 1점을 뽑아냈다. 이어 이진영의 비교적 짧은 좌익수 뜬공 때 3루 주자 플로리얼이 전력으로 홈으로 뛰어 들어 1점을 추가했다.

2점 차이에서 한화의 9회를 책임질 선수는 당연히 마무리 김서현이었다. 올해 마무리로 승격한 이후 거의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 경기의 중요성을 너무 잘 아는 김서현은 시작부터 강력한 패스트볼로 KIA 타선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선두 패트릭 위즈덤과 승부에서 157~158㎞의 공을 연거푸 던졌다. 3B-1S로 몰린 상황에서 5구째 158㎞의 패스트볼을 던져 헛스윙을 유도한 김서현은, 6구째에는 힘을 더 올려 159㎞ 패스트볼로 역시 헛스윙을 유도하며 삼진을 잡아냈다. 한화의 기가 크게 올랐다.


그 다음 타자는 KBO리그 최고 타자인 김도영이었다. 개막전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당해 오랜 기간 빠져 있었던 김도영은 복귀 후 아직 100% 컨디션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아무래도 실전 감각이 100%가 아니다보니 패스트볼 타이밍이 조금 늦는 양상이 있었다. 한화가 이를 모를 리는 없었다. 마침 김서현의 장점은 역시 강한 공이었다. 초구부터 정면 승부였다.

위즈덤을 상대로 158㎞, 159㎞를 연달아 던진 김서현은 초구부터 강력한 패스트볼을 뿌렸다. KBO리그 공식 구속 측정 플랫폼인 트랙맨 레이더에 잡힌 이 공의 구속은 시속 160.5㎞에 이르렀다. 전광판은 반올림한 수치가 올라가니 161㎞가 나왔다. 그런데 김도영도 이를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쳐 우측 방향의 안타를 만들었다. 김도영의 안타에 놀라고, 찍힌 구속에 다시 놀란 상황이었다.


김서현의 개인 최고 구속(트랙맨 기준)은 2023년 5월 11일 대전 삼성전에서 기록한 시속 160.7㎞였다. 이에 근접하는 빠른 공이었다. 올 시즌 김서현의 최고 구속이기도 했다. 김서현의 2024년 최고 구속은 159.8㎞, 올해는 이날 경기 전까지 159㎞였다. 올 시즌 리그에서 가장 먼저 160㎞를 돌파한 선수로 기록됐다. 던진 선수나, 이를 쳐 낸 선수나 모두 대단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 승부는 김도영이 이겼지만, 마지막에 웃은 선수는 김서현이었다. 1사 후 빠른 주자가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침착하게 다음 타자들을 상대했다. 베테랑 최형우와 승부에서는 체인지업을 적절하게 섞었고, 결국 7구째 157㎞의 빠른 공으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이어 콘택트에 일가견이 있는 김선빈도 3루수 땅볼로 처리하고 팀의 승리에 마침표를 찍었다. 시즌 10번째 세이브를 거두면서 한화의 6연승도 이끌었다.

김서현은 경기 후 “오늘은 마운드 올라가기 전 오랜만의 세이브 상황이라 긴장감이 좀 있었는데 잘 막아낸 것 같아 더 말할 것 없이 기쁘다”고 웃었다. 이어 전광판에 161㎞가 찍힌 그 공에 대해서는 “구속은 별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크게 느낀 게 있다면 도영이형이 대단하다는 것이다. 의도치 않게 구속이 높게 나왔지만 그것도 맞을 수 있다는 걸 느꼈고, 다음에 더 붙어봐야겠다는 승부욕도 생긴다. 오늘 많이 배웠다”고 다음 대결을 기약했다.


원로 야구인들을 중심으로 꾸준히 나오는 이야기가 “요새 야구 수준이 예전에 비해 떨어졌다”는 비판이다. 기본기가 부족하고, 선수들의 기초 체력이 약해졌다고 말한다. 그러나 모든 지표는 한국 야구도 더디지만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가리키고 있다. “140㎞대 공이 흔하고, 약한 타구가 많았던 시절에 뛰었던 사람들이 훈수를 둔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은 이유다.

예전에는 꿈의 구속이었던 150㎞가 이제는 흔하고, 타자들은 이 공을 어렵지 않게 받아친다. 심지어 메이저리그에서도 흔치 않은 160㎞를 던지는 토종 선수가 둘(문동주 김서현)이나 나타났고, 김도영과 같은 재능은 이 공도 받아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예전과 타구 속도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졌고, 이 빠른 타구를 받아내는 수비도 악전고투하며 점차 성장하고 있다. 4일 광주에서의 9회는 많은 것을 말하고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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