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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전 총리(왼쪽)와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 뉴시스·뉴스1 |
“단일화가 발등의 불이다. 단일화 방식과 시기를 국민의힘 판단에 전적으로 맡겼다.”(한덕수 전 총리 측 핵심 관계자)
“(단일화 시점 마지노선은) 다양한 해석이 있다.”(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
국민의힘이 21대 대선 후보로 김 후보를 확정한 다음 날인 4일 곧바로 선거대책위원회 산하 단일화 추진 기구를 띄웠지만 양측은 ‘단일화’ 공감대 속에도 온도차를 드러냈다. 한 전 총리 측은 “단일화는 시간이 중요하다”며 단일화 방식을 당에 일임해 신속하게 진행하려는 기류다. 반면 김 후보 측에선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다. 전날 후보 확정 후 한 전 총리가 먼저 김 후보에게 전화해 “빨리 만나자”고 했지만 김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단일화 방식은 숨 좀 돌리고 말하겠다”고 했다. 김 후보와 한 전 총리가 담판을 지어 후보를 추대하는 방안도 있지만 김 후보 측은 2002년 대선 당시 여론조사 경선 방식의 ‘노무현-정몽준’식 단일화를 거론하고 있다.
● 서두르는 당 지도부·한덕수, 느긋한 김문수
김 후보와 한 전 총리는 전날 10분간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는 후보 선출 뒤 기자들과 만나 “오늘(3일) 처음 전화가 와서 통화를 했는데 앞으로 언제든지 자주 만나지 않겠냐”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단일화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당 지도부는 전날 대선 후보가 확정되자 곧바로 김 후보 캠프를 찾아 단일화 방식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총리 측은 당 지도부에 어떤 룰이든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협상을 서두르고 있다. 한 전 총리 측 핵심 관계자는 “늦어도 11일 이전엔 단일화해야 해서 시급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후보는 이날 경기 포천에서 기자들과 만나 “가급적 넓은 폭으로 모든 분이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반(反)명(반이재명) 연대’를 내걸고 한 전 총리는 물론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 등이 함께할 수 있는 단일화를 추진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
반면 한 전 총리는 이날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단일화 이후 입당을 고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개헌과 (관련해) 해야 하는 중요한 일에 의견들을 모으는 것이 우선”이라며 “개헌 문제에 우리가 생각을 같이하는 분들을 모으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 국민의힘 내부서 “단일화 협상 서둘러라” 분출
국민의힘에선 7일을 단일화 1차 데드라인으로 보고 있다. 공식 선거운동 시작일인 12일부터 선거운동에 돌입하려면 7일에는 선거 공보물 발주에 들어가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를 추진할 경우 통상 이틀 정도 시간이 필요한 만큼 현실적으로 7일까지 단일화에 합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 일각에선 1997년 대선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소속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 자유민주연합 김종필 전 총재의 ‘DJP 연합’ 모델과 같은 후보 간 담판을 통한 단일화를 거론하고 있지만 김 후보 측은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당 지도부는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 경선 시 대선 후보 등록 기한인 11일이 2차 데드라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8, 9일 단일화 여론조사를 위한 사전 준비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11일을 넘기면 한 전 총리로 단일화가 될 경우 국민의힘 기호인 ‘2번’을 쓸 수 없다. 수백억 원에 이르는 당 자금 지원도 받을 수 없다. 투표용지 인쇄가 시작되는 25일을 넘기면 김 후보와 한 전 총리 이름이 모두 투표용지에 노출돼 단일화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단일화 합의가 지연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이날 김 후보도 참석한 당 선대위 회의에선 단일화가 11일을 넘길 경우 문제점이 집중 논의됐다. 김 후보는 이 자리에서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대전제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구체적인 단일화 시한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당 의원총회를 열어 김 후보를 압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민의힘 의원 단체 텔레그램 대화방에선 이날 “사심을 버리고 조속히 단일화를 성공시키자”, “이재명 후보와 싸우기 위해 빨리 힘을 합치자” 등의 글이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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