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쿼터로 한국에 돌아오고 싶어…일단 에르난데스 공백 메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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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투하는 코엔 윈 |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코엔 윈(26·LG 트윈스)에게 '2025년 5월'은 2026년 KBO리그 취업을 위한 '실무 평가 기간'이다.
첫 번째 실무 평가에서는 합격점을 받았다.
윈은 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SSG 랜더스와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을 5피안타 3실점으로 막았다. 몸에 맞는 공 1개를 내줬지만, 볼넷은 허용하지 않았다.
직구(48개) 최고 구속은 시속 147㎞를 찍었고, 포크볼(28개)과 커브(11개)를 섞어 던지며 SSG 타선을 요리했다.
이날 LG는 SSG를 12-4로 대파했다.
KBO리그 데뷔전에서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달성한 윈은 동료들의 득점 지원도 넉넉하게 받아 선발승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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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1군 무대 데뷔전 치른 코엔 윈 |
LG는 외국인 투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가 지난 달 15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오른쪽 허벅지 통증을 느꼈고, 오른쪽 대퇴부 대내전근 손상 진단을 받자 서둘러 일시 대체 선수를 영입했다.
미국, 일본, 대만에서 뛰는 선수와 계약하기 어려운 상황에 LG는 호주 선수를 택했다.
윈은 올해 2월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서 벌인 LG 스프링캠프에 합류해 2주 동안 함께 훈련한 적이 있다.
신장 193㎝에 체중 86㎏인 윈은 2024-2025 시즌 호주프로야구(ABL)에서 15경기 3승 2패, 평균자책점 2.35를 올렸다.
ABL 시즌이 종료돼 일자리를 찾던 윈은 LG의 영입 제안을 반겼다.
윈이 LG에 머물 시간은 길지 않다.
4월 17일 '재활 선수 명단'에 오른 에르난데스는 5월 말 복귀를 목표로 재활 중이다.
윈에게는 내년 KBO가 도입할 예정인 아시아 쿼터가 동기부여가 된다.
LG도 윈을 영입하면서, 에르난데스의 공백을 어느 정도 메우고, 내년 아시아 쿼터 선발도 대비할 수 있다.
경기 뒤 만난 윈은 "내년에 KBO가 아시아 쿼터를 도입하면 당연히 한국, LG에 돌아오고 싶다"며 "일단 지금 내가 할 일은 에르난데스가 빠진 기간에 팀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5월에 윈이 에르난데스의 공백을 잘 메우면, 윈이 2026년 아시아 쿼터로 한국 무대에 설 가능성은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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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투하는 코엔 윈 |
일단 첫 등판은 무사히 마쳤다.
윈은 "야구를 시작한 뒤, 오늘 가장 중요한 경기를 치렀다"며 "긴장감을 해소하고자 LG 동료들과 많은 대화를 했다"고 전했다.
등판 하루 전인 3일에는 팀 동료 임찬규의 투구를 메모하며 지켜보기도 했다.
윈은 "임찬규와 나는 비슷한 유형의 투수"라며 "임찬규의 어제 투구(6이닝 4피안타 1실점)에 SSG 타자들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유심히 살폈다. 오늘 등판 때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3루수 문보경, 유격수 오지환 등 최고의 야수들이 좋은 수비를 했고, 포수 박동원도 나를 잘 이끌어줬다"며 "내가 흔들렸을 때 팀 동료들의 도움을 받았다"고 LG 동료들에게 공을 돌리기도 했다.
윈의 또 다른 조력자는 LG에서 외국인 투수로 뛴 크리스 옥스프링 시드니 블루삭스 코치다.
윈은 "LG와 계약했을 때 옥스프링 코치가 '투수에게 중요한 건, 멘털이다. 너는 최상위 레벨에서도 경쟁할 수 있는 투수'라고 격려해줬다"며 "옥스프링 코치의 조언 덕에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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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가 스프링캠프에 초청한 호주 투수 코엔 윈 |
KBO리그 데뷔전에서 윈은 1회초에 KBO리그 개인 통산 홈런 1위 최정에게 좌중월 솔로포를 허용했다.
윈은 이 피홈런을 '환영 인사'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는 "최정에게 홈런을 맞고 '그래, KBO리그에 온 걸 환영한다는 인사를 이렇게 하는구나'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차분해졌다"며 "최정이 KBO리그 홈런 1위라는 걸 알고 있다. 홈런을 친 최정에게 경의를 표한다"라고 밝혔다.
호주 국가대표인 윈은 2023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에서 한국을 상대로 2⅓이닝 3피안타 무실점,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에서도 한국전에 등판해 1⅓이닝 1피안타 무실점했다. 프리미어12에서는 문보경을 삼진 처리하기도 했다.
윈은 "사실 국제대회 경기 내용을 세세하게 기억하지 못했는데 올해 2월 LG 스프링캠프에서 문보경이 '내가 삼진을 당했다'라고 말했다. 그때 기억이 났다"며 "사람의 인연이 참 신기하다. 이런 일화들이 쌓이면서 동료들과 더 돈독해졌다"고 웃었다.
4번 타자 3루수 문보경은 이날 만루포와 3점포를 쏘며 4타수 2안타 7타점으로 활약하고, 4회 실점 위기에서 다이빙 캐치로 윈을 도왔다.
윈과 문보경 사이에 기분 좋은 에피소드가 하나 더 늘었다.
LG 팬들도 윈을 열렬하게 응원했다.
윈은 "오늘 만원 관중(2만3천750명) 앞에서 투구했다. 이닝을 마치고 들어올 때마다 팬들께서 내 이름을 연호해줬다"며 "LG 팬들의 응원은 중독적이다. 이런 기분을 계속 느끼고 싶다"고 말했다.
윈은 면접을 치르듯이 취재진과 인터뷰했다.
'면접'도 합격점이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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