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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억 먹었지만 튀지는 않았던 그 선수… 연봉 100만 달러 굴욕 이겼다, 올해의 반전 후보

스포티비뉴스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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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워싱턴 팬들에게 패트릭 코빈(36·텍사스)이라는 이름은 그렇게 유쾌한 기억으로 남아 있지 않다. 많은 돈을 줬지만, 그만한 활약을 못했으니 당연한 일이다.

워싱턴은 2019년 시즌을 앞두고 코빈과 6년 총액 1억4000만 달러(약 1963억 원)에 대형 계약을 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그럴 만한 자격이 있는 선수로 여겼다. 2012년 애리조나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코빈이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좌완이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안정적이고 가장 꾸준한 좌완 중 하나였다. 애리조나에서 6시즌 동안 172경기(선발 154경기)에 나가 56승54패 평균자책점 3.91로 활약했다.

한 시즌 180이닝을 던질 수 있는 이닝이터였고, 2013년과 2018년은 200이닝을 소화하기도 했다. 리그에서 보기 드문 유형의 선수였다. 여기에 당시 FA 시장에는 좋은 좌완 선발이 없었다는 점도 워싱턴이 지갑을 더 화끈하게 연 이유였다. 그러나 이 계약은 결과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

코빈은 워싱턴 입단 후 성적이 뚝 떨어졌다. 6년 동안 170경기에 모두 선발로 나갔으나 47승77패 평균자책점 5.11에 그쳤다. 6년 계약의 첫 3년이 굉장히 중요했는데 정작 이 시기에 원금을 회수하지 못했다. 첫 시즌인 2019년은 좋은 활약을 했지만, 2020년은 평균자책점 4.66, 2021년은 5.82, 2022년은 6.31을 기록하며 계약 실패를 일찌감치 확정했다.


다만 먹기는 했지만 튀지는 않았다. 워싱턴은 리빌딩 버튼을 눌렀고, 더 이상의 추가 지출을 자제하면서 코빈에게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계속 맡겼다. 아무리 리빌딩이라고 해도 누군가는 던져야 했다. 코빈은 2021년 16패, 2022년 19패, 2023년 15패로 3년 연속 리그 최다패를 기록하면서도 묵묵히 던지기는 했다. 부상도 특별히 없었다. 그래도 미운 정이라고, 코빈의 워싱턴 마지막 등판 때는 워싱턴 팬들이 ‘수고했다’는 의미의 박수를 보내주기도 했다. 부상으로 등판도 못한 채 속을 썩이는 선수보다는 그래도 낫다는 의미였다.

지난해를 끝으로 워싱턴과 6년 계약이 모두 끝난 코빈은 당초 현역 연장조차도 불투명했다. 은퇴를 선언한 것도 아닌데 스프링트레이닝 시작까지도 새 소속팀을 찾지 못했다. 그런데 3월 중순 로테이션 보강이 필요했던 텍사스가 코빈에게 손을 내밀었다. 로테이션을 일시적으로 메워줄 선수가 더 필요했고, 코빈도 메이저리그에서 현역을 연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연 평균 2000만 달러 이상을 받았던 코빈은 단돈 1년 100만 달러의 계약에도 흔쾌히 도장을 찍었다. 어쩌면 굴욕이었지만, 코빈은 야구를 계속 할 수 있다는 것 자체에 감사했다고 털어놨다.


그런데 그런 코빈이 대반전을 일으키고 있다. 텍사스의 로테이션에 포함된 코빈은 시즌 첫 5경기에서 24⅔이닝을 던지며 2승1패 평균자책점 3.28로 선전하고 있다. 텍사스로서는 이미 100만 달러의 투자 원금은 회수했다고 볼 수 있다. 고액 연봉자라는 짐이 어깨에서 덜어지자, 오히려 성적이 좋아지는 아이러니한 양상이다. 압도적이지는 않지만 꾸준하다.


올해 5번의 등판에서 무실점을 한 적도 없지만, 그렇다고 4실점 이상을 한 적도 없다. 매 경기 5이닝 정도를 던지면서 1~2점으로 계산이 되는 투구를 하고 있다. 사실 구속이나 레퍼토리가 지난해와 특별히 달라진 건 아니지만 말 그대로 노련함으로 위기를 정리하면서 힘을 내고 있다. 땅볼 유도라는 특유의 장점이 결정적인 순간 빛을 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물론 피안타율이 0.299에 이르고, 구속도 압도적이지 않다. 현재까지의 성적은 다소 운이 따른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 앞으로 이런 성적이 유지되기 어려울 수도 있고, 로테이션을 계속 지킬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연봉 때문이라도 써야 했던 워싱턴 시절과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지금 코빈은 언제든지 방출해도 크게 부담이 없는 선수다. 다만 이 활약이 계속 이어진다면 올해의 반전 후보로도 등극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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