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 인권을 위한 행정사 모임’의 최희성 행정사(왼쪽)가 이주민 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 본인 제공 |
이주민 권리 보장을 위해 행정·법률적 지원을 제공하는 행정사 단체가 출범한다.
4일 ‘이주민 인권을 위한 행정사 모임’(이행)은 오는 7일 서울 종로구 전태일 기념관에서 출범식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현재 6명의 정회원과 3명의 준회원이 모였다. 이들은 12회 행정사 시험에 합격한 행정사 동기들로, 국내 이주민들의 열악한 현실을 바꾸는데 도움이 되겠다고 의기투합했다.
이행 출범에 앞장선 최희성 행정사(35)에게 2020년 12월 경기도 한 농장의 숙소용 비닐하우스에서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속헹씨가 한파로 숨진 사건은 큰 충격을 줬다. 이후 이주민을 위한 활동을 고민하던 그는 지난해 이주민의 입국과 출국, 거주 등 모든 과정에서 행정적 조력을 하는 행정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행정사는 행정 업무를 대행하거나 자문하는 국가 공인 자격사로, 이주민들과 관련해서는 주로 비자 업무를 대행한다. 그간 일부 행정사들은 이주민들의 비자 업무를 대행하면서 직접 브로커 역할을 하며 알선료를 받는 등 문제가 있었다. 지난해부터 정부는 외국인 유학생에게 요양보호사 자격 취득을 허용했는데, 시험에 합격하고 요양 시설에서 일하면 E-7 취업비자를 받을 수 있다. 최 행정사는 “이렇게 정부 지침이 바뀌면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요양보호사 자격 취득 프로그램을 시작하는 행정사들도 있을 정도로 이주민을 그저 돈벌이 대상으로 보는 행정사들이 있다”며 “송출국에 직접 회사를 설립해 브로커로 활동하며 사기를 치는 사례까지 있었다”고 말했다.
‘이주민 인권을 위한 행정사 모임’ 이행 소속 회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희성씨 제공 |
그는 “이주민 단체에서는 행정사들과 ‘겸상을 하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기피의 대상이었다”라며 이런 업계의 문제를 개선하고 이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이행을 설립하기로 했다. 출입국 정책이 ‘땜질식’으로 발표되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도 크다. 최 행정사는 “외국인 체류자격 부여 기준이 법률, 시행령, 심지어 시행규칙도 아닌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의 내부지침으로 처리되고 있다. 그마저도 사전 고지 없이 수시로 바뀌는데 올해 벌써 5회나 수정됐다”며 “행정사들이 문제의식 없이 지침이 바뀌는 대로 따르기만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3일 이행 소속 행정사들과 이주민 단체는 화성 외국인보호소 앞에 모여 장기 구금자 강제 송환 규탄 집회를 진행했다. 지난 2월 출입국관리법 개정으로 구금 기간의 상한을 20개월로 정했는데 법무부는 20개월 이상 보호소에 구금된 이주민을 개정 법률 시행 전 강제 출국시키려고 했기 때문이다. 최 행정사는 “한국 사회는 이미 이주민 없이는 단 하루도 지금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이주민들을 폭력적으로 잡아 가두고 쫓아내기를 멈추지 않고 있다”며 “무제한으로 구금할 수 있도록 했던 법을 어렵게 개정하라고 했더니 20개월이나 구금할 수 있게 했고 또 무리하게 강제 출국시키려고까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이행’은 출입국 행정에 대해 함께 공부하며 정책의 방향까지 제시하는 단체가 되는 것이 목표다. 최 행정사는 “한국 사회는 이주민들에 대해 이중적인 시각을 갖고 있어 ‘이행’의 활동이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혼자라면 엄두 내지 못할 일을 함께 한 걸음씩 디뎌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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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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