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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윤욱재 기자] "무조건 필승조로 쓰려고 데려왔지"
김태형 롯데 감독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가득했다. 롯데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두산과 트레이드를 실시했다. 롯데가 1라운드 출신 외야 유망주 김민석을 포함해 외야수 추재현, 우완투수 최우인 등 선수 3명을 두산에 내주면서 신인왕 출신 우완투수 정철원과 내야수 전민재를 데려온 것이다.
현재까지는 롯데의 '압승'으로 점철되는 분위기다. 전민재는 롯데의 새로운 주전 유격수로 등극, 17경기 연속 안타를 폭발하는 등 꾸준히 안타를 생산하면서 타율 .387 36안타 1홈런 10타점으로 기대 이상의 맹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지금은 헤드샷 여파로 오른쪽 안구 전방 내출혈이 있어 휴식을 취하고 있지만 각막과 망막에는 이상이 없어 머지 않아 복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전민재도 전민재이지만 정철원이 없었다면 롯데 불펜은 정말 큰일이 날 뻔했다. 정철원은 김태형 감독의 기대처럼 셋업맨 역할을 수행하면서 18경기에 등판, 16이닝을 던져 2승 1패 9홀드 평균자책점 6.19를 기록하고 있다. 비록 평균자책점은 높지만 홀드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는 선수다. 현재로선 롯데가 7~8회 박빙의 리드시 1순위로 꺼내는 '필승카드'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정철원 1명에게만 의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롯데 불펜에는 최다 출장 1위인 좌완투수 정현수가 있지만 정현수는 대부분 좌타자를 상대하는데 집중하고 있어 정철원과 똑같은 역할을 수행하기엔 무리가 있다.
앞서 롯데에서 셋업맨 역할을 맡았던 선수는 구승민, 김상수, 최준용 등 여러 선수들이 있다. 그러나 구승민은 개막 첫 등판에서 기대 이하의 피칭을 보이며 2군행 통보를 받아야 했고 이제 막 1군으로 돌아온 상태다. 여전히 그는 홀드 1개와 평균자책점 15.43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 2023시즌을 앞두고 롯데에 입단해 '방출선수 신화'를 일으킨 김상수 또한 올 시즌에는 20경기 17⅓이닝 2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7.79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오른쪽 팔꿈치 부상으로 개막 엔트리 진입이 좌절된 최준용은 이제서야 복귀의 기지개를 켜고 있는 형편.
경기에서도 롯데 불펜의 적나라한 현실이 드러난다. 롯데는 지난 2일 사직 NC전에서 4-3으로 1점차 신승을 거뒀으나 불펜에서 무려 투수 6명이 투입되는 등 힘겨운 승부를 펼쳐야 했다.
롯데는 2-0으로 앞선 상황에서 7회초 수비를 맞았다. 롯데 벤치는 선발투수 나균안이 6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자 7회에도 마운드에 올렸다. 불펜 사정을 뻔히 알고 있는 롯데로서는 6이닝을 81구로 막은 나균안을 최대한 길게 끌고 가려고 했다. 그런데 나균안은 7회에 안타 1개와 볼넷 1개를 내주면서 흔들렸고 결국 롯데는 1사 1,2루 위기에 정철원을 호출할 수밖에 없었다.
정철원은 최고 구속 149km까지 나온 빠른 공을 앞세워 온 힘을 다해 투구했다. 한방이 있는 포수 김형준을 중견수 뜬공 아웃으로 처리한 정철원은 대타로 나온 베테랑 타자 박건우를 투수 땅볼로 유도하면서 위기를 탈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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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8회까지 막기엔 무리였을까. 정철원은 8회초 선두타자 한석현에 볼넷을 내주더니 권희동에 좌전 2루타를 맞으면서 무사 2,3루 위기에 놓였고 롯데는 정현수를 마운드에 올려 위기를 수습하려 했다. 정현수는 김주원을 2루수 땅볼로 처리했으나 3루주자 한석현의 득점은 막을 수 없었고 좌타자인 박민우에게는 볼넷을 허용하면서 안정적인 피칭을 보여주지 못했다. 역시 주자가 있는 상황에 등판한 것이 부담으로 작용했을까.
롯데에게는 더이상 선택지가 없었다. 8회초 1사 1,3루 위기. 롯데는 결국 마무리투수 김원중을 내보내는 승부수를 띄웠다. NC는 1루주자 박민우가 2루 도루에 성공하면서 득점 확률을 높였고 롯데는 손아섭을 자동 고의 4구로 내보내 만루 작전을 폈지만 김원중이 서호철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한데 이어 김형준의 타석에서는 폭투까지 저지르면서 끝내 2-3 역전을 헌납하고야 말았다.
고민은 계속됐다. 롯데는 8회말 나승엽이 우전 적시 2루타를 작렬, 4-3 역전에 성공했으나 9회를 누구에게 맡기느냐가 문제였다. 선두타자 한석현을 좌완투수 송재영이 1루수 플라이 아웃으로 처리, 첫 번째 아웃카운트를 수확한 롯데는 구승민과 김상수까지 호출하고 나서야 겨우 1점차 리드를 지킬 수 있었다.
만약 롯데가 정철원과 짝을 이룰 만한 셋업맨 카드가 1장이라도 더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힘겨운 승부를 하지 않아도 됐을지도 모른다. 롯데는 올해 20승 14패 1무(승률 .588)를 기록하며 단독 3위를 질주, 기대 이상의 성적표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팀이다. 그러나 앞으로 불펜투수진이 얼마나 접전 상황을 버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난 해 겨울 정철원을 데려온 것처럼 트레이드라도 시도하면 좋겠지만 지금은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이라 상황이 다르다. 어떤 구단이든 순위 싸움이 치열한 시즌 중에는 쓸만한 불펜 자원을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할 확률이 극히 적은데다 만약 트레이드 시장에 나와도 '금값'으로 분류될 수밖에 없어 영입하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과연 롯데는 불펜투수진 운용에 어떤 해결책을 갖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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