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등급 항소심 패소후 인터뷰
“기득권층 짜고친 판, 왕실 개입”
“기득권층 짜고친 판, 왕실 개입”
영국 해리 왕자와 그의 부인 메건 서섹스 공작부인 [AFP]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차남 해리 왕자가 불화를 겪어온 왕실 가족들과 화해하고 싶다고 밝혔다.
해리 왕자는 2일(현지시간) 영국 내 경호 등급 복구를 위한 항소심 패소 이후 BBC 방송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한 인터뷰에서 “가족 일부는 책(자서전 ‘스페어’)을 쓴 일로 나를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나는 가족과 화해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인생은 소중하다. (암 투병 중인) 아버지께 얼마나 긴 시간이 남았는지도 나는 모른다. 아버지는 이 보안 문제 때문에 내게 말도 안 하려고 하신다”며 “하지만 화해하면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인 배우 메건 마클과 2018년 결혼한 해리 왕자는 2020년 1월 왕실에서 독립을 선언하고 미국으로 이주했다. 영국 정부는 같은 해 2월 해리 왕자를 주요 인사에게 제공되는 자동 경찰 경호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그는 2023년 자서전 ‘스페어(Spare)’를 내고 찰스 3세, 형 윌리엄 왕세자, 형수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빈과 빚은 충돌을 상세히 공개해 파장을 일으켰다.
이날 영국 런던 항소법원은 영국 내무부가 감독한느 왕실·VIP행정위원회(RAVEC)가 해리 왕자의 영국 내 경호 수준을 ‘사안별 평가’로 바꾼 결정에 대해 “부당한 대우가 아니다”고 판결했다. 앞서 RAVEC는 2020년 2월 왕실 주요 인사에게 제공되는 ‘자동 경찰 경호 대상’에서 해리 왕자를 제외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해리 왕자가 영국을 방문할 때마다 사안별로 평가해 경호 수준이 달라진다.
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해리 왕자 측은 항소심에서 테러 조직 알카에다의 살해 위협을 받은 일, 파파라치의 위험한 추격을 받은 일 등을 언급했다. 또한 사안별 경호는 해리 왕자에 대한 차별 대우라고도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2월 패소하자 항소했다. 패소로 해리 왕자가 물게 된 양측 소송 비용은 150만 파운드(약 28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일간 더타임스는 전했다.
해리 왕자는 이번 판결에 실망했다면서 “기득권층이 짜고친 판(stitch-up)”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2020년 경호 등급 강등 결정에 왕실 일부의 개입이 있었고, 영국 방문 사안별로 경호를 검토하는 것은 자신의 생활을 통제하려는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해리 왕자는 찰스 3세에게 개입을 요청했는지 질문에 “아버지께 개입을 요청한 적이 없고, 물러서서 전문가들이 본인의 일을 하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송 과정에서 왕실의 개입이 있었음을 알게 됐다. 당시 RAVEC 위원장이 궁을 방문한 이후 조치가 바뀌었다고 한다”며 “안전을 가족을 통제하는 레버리지로 활용하는 선례를 세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2016년 이후로 많은 일이 있었지만, 이제는 용서할 수 있다. 내 가족의 개입, 아버지, 형, 새어머니도 용서할 수 있다”며 “내가 용서하기 어려운 것은 나의 일상에 영향을 주고 내 가족을 위험에 빠뜨린 2020년의 결정”이라고도 말했다.
해리 왕자는 “현재로선 내 가족을 안전히 영국에 데려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나는 우리나라를 사랑한다. 영국이 그립다. 아이들에게 내 조국을 보여줄 수 없을 것이라니 슬프다”고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해리 왕자 입장에선 왕실 업무에서 물러나기로 한 결정의 의도치 않은 결과로 영국에서 더 낮은 수준의 보호를 받게 됐고 무언가 잘못됐다고 느꼈을 법하다”면서도 “RAVEC의 판단에 이의를 제기할 법적 근거는 없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