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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 한반도 안보 문제 논의에도…국제 정세 안중에 없는 '국내 정치'

머니투데이 김인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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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 한반도 안보 문제 논의에도…국제 정세 안중에 없는 '국내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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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미국·일본, 한반도-동·남중국해 '하나의 전구' 논의…무책임한 양당 정치에 군통수권 150일간 4번 변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 3월30일(현지시간) 도쿄 총리 관저에서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 AFP=뉴스1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 3월30일(현지시간) 도쿄 총리 관저에서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 AFP=뉴스1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되면서 약 150일 동안 국군통수권자가 4번 바뀌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외부 요인이 아닌 '극한의 정치 대립'만으로 빚어진 일이어서 그 심각성이 더욱 크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등이 정쟁에만 몰두하는 사이 미국과 일본은 우리 동의 없이 한반도와 동·남중국해를 하나의 작전 구역으로 묶는 구상에 공감했고, 북한은 러시아 파병을 인정하며 반대급부로 첨단기술 등을 이전받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정부 부처 내 공무원들이 중요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려워 사실상 무정부 상태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엄효식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2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군통수권자가 수시로 바뀌고, 군 주요직위가 공석인 현 상황은 장병 사기와 군사대비태세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군통수권 유지 차원의 보완조치를 신중히 검토해야 하며 군심 결집을 위한 최소 수준의 필수 인사조치, 악성 사고 예방을 위한 군 기강유지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국내외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국익 수호의 관점에서 정치권과 정부가 최소한의 협력을 해야만 한다"며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지 않도록 군통수권에 대한 신뢰감을 유지하기 위해 총력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관련 질의를 받고 "군통수권이 권력에 따라 바뀌는 것을 평가할 일은 아니다"면서도 "군통수권자로서 지침은 동일한 만큼 육·해·공군 총장들이 개인의 역할을 수행하고 장병들의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국군통수권, 150일 동안 4번 변화/그래픽=이지혜

국군통수권, 150일 동안 4번 변화/그래픽=이지혜



국군통수권은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약 150일 동안 '윤석열-한덕수-최상목-한덕수-이주호'로 4번 변했다.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1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국군통수권을 행사하게 됐다.


이 권한대행은 6.3 대선 관리와 국정 혼란 수습에 전념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현재 제기되는 각종 안보 위협 등을 대응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문제는 미일 양국이 우리와 논의 없이 한반도와 동·남중국해를 하나의 전쟁 구역인 '원 시어터'(One Theater)로 묶기로 한 구상이다.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은 지난 3월30일 도쿄에서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과 만나 이같은 구상을 선제 제안했다. 중국 위협에 한국과 일본, 필리핀 등이 공동 대응하자는 취지였지만 우리가 없는 자리에서 한반도 안보에 영향을 미칠 사안을 논의했다는 점에서 큰 문제로 평가된다.

한반도와 동·남중국해가 하나의 전구로 설정될 경우 중국의 대만 침공시 주한미군이 대만해협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국제지역연구센터장)는 "중국이 대만해협에서 대만에 무력을 사용하면 미국은 필연적으로 개입하게 되고 주한미군 차출 등의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며 "주한미군 이탈로 생긴 공백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오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원 시어터 구상은 한반도 분쟁시 일본 자위대가 자동 개입할 수 있는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2기 국방부에 우리의 안보 특수성 등을 전달해야 하지만 국방부도 김선호 장관직무대행(차관) 체제로 운영되고 있어 한미 고위급 협상 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 최근 들어선 북한이 러시아 파병을 공식 인정하며 '러북 혈맹'을 과시하고 있다. 북한이 러시아 파병을 인정한 배경으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정상회담을 염두에 두고 협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으로 예상된다. 미북 정상회담이 이뤄질 경우 '한국 패싱' 가능성이 거듭 제기된다.

북한은 또 약 1만5000명의 파병 군인 중 4700여명이 죽거나 다친 점을 부각해 러시아로부터 첨단기술을 이전받을 명분을 쌓고 있는 것으로도 평가된다. 실제로 우리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러시아에서 정찰위성과 발사체(로켓), 레이더 등 첨단기술을 이전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6.3 대선 전까지 트럼프 2기의 관세정책 등 외교·안보 분야 국정 대응도 사실상 마비 상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차기 정부가 들어서기까지 정부 부처의 중요 의사결정이 미뤄질 수 있다"며 "앞으로 한 달 간 사실상 무정부 상태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했다.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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