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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韓 “3년 내 개헌 뒤 퇴임” 친윤 그늘 탈피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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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이 2일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한 전 대행은 “개헌으로 정치를 정상화하고 민생을 보살피겠다”며 “국민 통합과 약자 동행, 통상 해결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는 “헌법 개정에 찬성하는 어느 누구와도 협력하고 (후보 단일화) 통합도 하겠다”면서 “첫해에 분권·견제·균형을 핵심으로 하는 개헌안을 마련하고, 2년 차에 개헌을 완료한 뒤, 3년 차에 새 헌법에 따라 총선과 대선을 실시하고 곧바로 대통령직을 내려놓겠다”고 했다.

개헌의 구체적 일정을 밝히고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한 것이다. 그동안 주요 대선 후보들은 개헌을 공약했다가 당선이 유력해지면 입장을 뒤집곤 했다. 역대 대통령들도 자기 권력에 누수가 생길까 봐 개헌을 외면했다. 권력을 휘두르다 임기 말 국정 실패에 내몰리면 갑자기 개헌 카드를 꺼냈다. 이러니 개헌이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대통령제와 죽기 살기 양당제로 인한 극한 대립과 갈등, 국정 혼란의 악순환이 되풀이됐다.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 이후 현 헌법 구조를 바꾸지 않고서는 나라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명확해졌다. 여야 원로와 단체, 주요 대선 주자들은 개헌으로 후진적 정치를 바꿔야 나라의 미래를 열 수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유일하게 민주당 이재명 후보 측만 소극적이었다. 국회의장이 제안한 ‘대선·개헌 동시 투표’도 이 후보 측 반대로 무산됐다. 한 전 대행이 개헌 동력을 되살리고 정치 개혁의 계기를 만든다면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한 전 대행이 당선돼야 이룰 수 있는 일들이다. 한 전 대행이 당선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는 윤석열 정부 총리로서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 국정 실패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경제·안보 위기 상황에서 미국과 통상 협상을 지휘하고 국정을 챙겨야 할 대행이 중도 사퇴하고 대선에 나가는 게 맞느냐고 의문을 표시하는 국민도 많다. 한 전 대행은 아직 이에 대해 국민 앞에 소상하게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무엇보다 세간에는 한 전 대행이 친윤계가 만든 후보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 친윤계는 두 달 전부터 한 전 대행 출마설을 띄웠고 50명 넘는 의원이 출마 촉구 성명을 발표하려 했다. 한동훈·안철수 후보 등이 대선 후보가 되면 친윤들은 다음 국회의원 공천에서 배제될 것이란 두려움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결국 한 전 대행은 친윤 생존을 위한 카드라는 국민의 인식을 바꿀 수 있느냐에 성공 여부가 달려 있을 것이다. 총리·부총리·수석·대사 등 행정 경험이 풍부하지만 정치를 한 적은 없는 한 전 대행이 이런 어려운 정치적 과제를 풀 수 있을지 주목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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