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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관세전쟁 사령탑 쫓아낸 민주당, 수권정당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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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관세전쟁 사령탑 쫓아낸 민주당, 수권정당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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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협상 와중 명분·이유 없는 탄핵 시도





분풀이성 폭주로 국가 리스크 증폭 자초





집권 겨냥 정당이 국정공백 아랑곳 않나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의 사임에 이어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마저 1일 밤 사퇴해 국정 서열 4위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대통령과 국무총리 역할을 맡는 초유의 ‘대대대행’ 사태가 현실이 됐다. 최 전 부총리는 한덕수 전 대행이 대선 출마를 위해 1일 사임하면서 2일 0시부터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돼 있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탄핵소추를 강행하자 사표를 전격 제출했고, 한 전 대행이 임기 만료 1시간여 전 수리해 물러났다. 최 전 부총리는 탄핵 소추되면 6·3 대선 이전에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와 직무에 복귀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는 만큼 굳이 자리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사임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이 최 전 부총리를 쫓아낸 것이나 다름없다.

이로써 지난해 12월 1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 소추된 지 다섯 달도 안 되는 사이 대통령 권한대행 자리가 한덕수·최상목·한덕수·이주호로 계속 바뀌었다. 대행이 바뀔 때마다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내온 미국 국무부는 2일에도 “이주호 대행과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유일 동맹국이 넉 달 동안 네 번이나 지지 메시지를 내야 하는 나라는 그 자체로 정상이라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최 전 부총리는 나라의 긴박한 현안인 한·미 관세 협상을 총괄해온 사령탑이다. 협상 전선에 어떤 이상이 올지 모른다. 이미 미국의 관세 인상 여파로 4월 대미 수출이 전년 대비 6.8% 급감했다. 이런 통상전쟁 와중에 민주당이 최 전 부총리를 탄핵한 것은 어떤 명분도 이유도 찾을 수 없는 폭거다. 민주당은 최 전 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 시절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점을 탄핵 사유로 들었는데, 마 후보자는 이미 헌법재판관에 임명돼 업무를 정상 수행하고 있다. 민주당 스스로도 그동안 최 전 부총리 탄핵안을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고 법사위에 묵혀둠으로써 탄핵의 명분이 없음을 자인해왔다. 이랬던 민주당이 1일 이재명 후보가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 파기 환송을 선고받자 수 시간 만에 묵혀둔 탄핵 소추를 밀어붙여 본회의 표결까지 진행했다. 이 후보 판결에 대한 분풀이 이외엔 이유를 찾기 힘들다. 이런 식으로 국가위기에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는 정당이 과연 집권 자격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 전 대행과 최 전 부총리 연속 퇴진으로 당장 국무회의부터 정족수(15인 이상) 미달 논란이 벌어졌다. 정부가 국무회의 개의엔 문제없다는 입장을 밝히긴 했지만, 제대로 된 국정 수행이 될지 의문이다. 이런 마당에 민주당은 2일 대통령에 당선되면 진행 중인 형사 재판을 정지시키는 골자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법사위에 상정했다.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될 경우 그의 피선거권이 박탈될 수도 있는 파기환송심 진행을 정지시켜 대통령 지위를 유지해주려는 ‘1인 맞춤형 법안’이란 비판이 나온다. 헌법적 판단을 받아야할 현직 대통령의 형사재판 진행 여부를 이처럼 위헌과 ‘위인설법’ 논란이 불가피한 편법으로 처리하겠다는 건 정도가 아니다.

이런 사태의 책임에는 한덕수 전 대행도 자유로울 수 없다. 국정과 대선 관리 책무를 져온 그가 직접 ‘선수’로 뛰겠다며 사퇴한 것 자체가 “(대법원과) 짜고 쳤다”는 음모론 등 민주당의 공격 빌미를 준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한 전 대행이 출마의 정당성을 얻으려면 윤석열 정부의 국정 실패와 계엄 사태에 진심으로 반성하고 쇄신하는 모습부터 보여야 한다. 또 3일 결정될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단일화는 밀실 야합 대신 투명한 정책·비전 경쟁을 통해 성사돼야 유권자의 신뢰를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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