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를 하고 있다. 대법원 제공 |
대법원은 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 대통령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84조에 대한 해석은 내놓지 않았다. 만약 파기환송심이 마무리되지 않은 채 이 후보가 당선되는 경우 재판 중단 여부를 둘러싸고 엄청난 혼란이 불가피해졌다. 이런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대법원은 하급심 법원에 모든 판단을 넘긴 것이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訴追)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관건은 ‘소추’의 해석이다. 사전 뜻대로 좁게 봐서 수사와 기소만 해당된다는 의견과 대통령 재직 중 형사처벌에 따른 국가 혼란을 막기 위한 법 취지에 비춰 공소 유지(재판)까지 중단돼야 한다고 보는 의견이 헌법학자들 사이에서도 팽팽히 맞선다.
서울고법이 어제 첫 공판기일을 15일로 잡는 등 속전속결이지만, 한 달밖에 남지 않은 대선 전에 형이 확정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재판을 이어가 당선무효형(벌금 100만 원 이상)이 확정된다면 그 혼란은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 대통령직 상실 여부를 두고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리며 또다시 나라는 두 동강이 나고 국정이 마비될 게 자명하다.
어디 그뿐인가. 이 후보는 선거법 사건 외에도 4개 사건 재판(대장동·백현동·성남FC, 위증교사, 대북송금, 법인카드 유용)을 받고 있다. 재판부 자율적 판단에 따라 재판 중단 여부를 결정하는 경우 그때마다 권한쟁의심판이 청구되고 헌법소원이 제기되는 등 엄청난 혼선과 갈등이 불가피하다.
대법원은 검찰 상고이유서에 해당 내용이 포함되지 않아 선제적으로 해석을 내놓는 게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하지만 전례없는 속도로 파기환송을 했다면, 이 판결이 가져올 혼란과 갈등을 최소화할 노력을 하는 게 마땅했다. 민주당이 즉각 대통령 당선 시 진행 중인 형사재판을 정지하도록 하는 법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한 것도 ‘위인설법’ 비판을 받아 마땅하지만, 이런 상황을 방치한 대법원 또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