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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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오월 영령을 향한 참배에 나서던 중 참배를 반대하는 광주시민들에 가로막혀 돌아선 뒤 시민들을 향해 읍소하고 있다. 2025.05.02. /사진=뉴시스 /사진= |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일 개헌과 통상 해결, 국민통합 기치를 내걸고 대권 출마를 선언했다. 첫 행보로 쪽방촌과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찾으며 사회 통합의 의지를 드러냈다. 여야 진영간 극한 대립과 갈등으로 사회가 분열되고 국가 경쟁력을 좀먹는 상황에서, 유일한 호남 출신 범보수 후보란 정체성을 내세워 국민 통합형 대통령 적임자임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 전 총리는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21대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국민께 드리는 약속'이란 제목의 기자회견은 꾸밈 없이 간결했다. 개헌과 통상현안 해결, 국민통합과 약자 동행 등 3가지 약속을 설명하는 방식이었다. 출마선언에 통상 등장하는 정치적 수사나 과장 없이 할 수 있는 것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확실히 정치인 문법은 아니더라. 굉장히 간결하고 꾸밈 없더라"며 "'행복하고 국민이 잘사는 나라 만들고 미사여구가 들어가는 게 정치인의 워딩인데 딱 본인 스타일대로 본인이 할 수 있는 것, 지향하는 것만 간결하게 말하고 끝났다"고 했다.
이어 "정부 브리핑 느낌이지만, 새롭고 참신해 보였다. '180대 1로 싸워서 내가 이겼다(한동훈)' 이런 말 없지 않나"라며 "겸손하고 상대가 흠 잡기가 어려운 출마선언이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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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선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마치고 차량에 오르고 있다. 2025.05.02. /사진=뉴시스 /사진=조성봉 |
또다른 관계자는 "장소도 그렇고 어떤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인재라든지 그런 부분이 좀 준비가 부족했던 것 같다"며 "아무래도 좀 급하게 나오신 거라 차차 캠프가 정비되며 나아질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한 전 총리는 출마선언 후 기자들의 질문을 7개 받았다. 대변인이 도중에 시간관계상 질문을 마치려 해도 질문을 더 받자며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평정심과 정중함을 잃지 않던 한 전 총리는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를 탄핵소추한 것과 관련한 질문에 "어제 저는 정말 실망했다. 우리나라 정치수준이 정말 이 정돈가. 비참함과 참담함을 느꼈다"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한 전 총리는 기자회견 내내 급변하는 대외환경과 경제, 안보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선결조건으로 국민통합을 언급했다. 또 이를 위해선 개헌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적 안정, 통합, 조화와 협치를 이루지 못하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없다"며 "그리고 이 문제는 현재의 헌법 체제를 가지고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자신이 욕심이 없단 점과 자기 희생 의지도 수차례 강조하며 기존 정치인과 차별화했다. 출마선언에서 "우리 국민들께서 제 등을 딛고 우리 국격과 시대에 맞는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앞으로 나아가시라" "우리 청년들이 저를 디딤돌로 삼으시길" 등을 언급했다. 또 "저는 (대통령을) 3년 이상 하지 않겠다. 3년 안에 제가 말씀드리는 모든 걸 이룰 수 있다면 그 안에라도 기꺼이 하야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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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한덕수(왼쪽) 전 총리가 2일 서울 종로구 주민공동시설 '새뜰집' 온기창고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포옹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05.02. /사진=뉴시스 /사진= |
그는 협치와 사회 통합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도 내놨다. 한 전 총리는 "대통령이 되면 2주에 한 번은 기자회견을 하려 한다. 야당 당수(대표)와 2주에 한 번 같이 식사하며 국정을 논의하고 노조와 2주에 한 번 만나겠다. 주요 기업, 시민단체와도 2주에 한 번 소통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김영삼, 박정희, 김대중, 이승만 대통령 묘역을 차례로 참배하고, 오세훈 서울시장과 쪽방촌을 찾았다. 한 전 총리는 오 시장이 내세운 '약자와의 동행' 정책에 큰 관심을 나타내며 공약에 대폭 포함시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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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민주묘지 참배를 반대하는 광주시민·정당인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2025.05.02./사진=뉴시스 /사진= |
한 전 총리는 첫 지방 일정으로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찾았으나 일부 시민단체의 반대로 참배하지 못했다. 한 전 총리는 민주의문 앞에서 묵념만 하고 돌아갔다. 그는 "저는 호남사람입니다. 우리는 서로 사랑해야 합니다. 서로 미워하면 안 됩니다"라고 외쳤다.
정치권에선 "정치인들에게 들어보지 못한 언어"란 반응이 나왔다. 앞서 2021년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5·18 묘지를 찾았다가 시민단체 등 반대로 참배가 무산됐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아직 우리 당에 호남 출신 대통령은 없었다"며 "우리가 호남 후보를 내세운 것은 통합을 위해 한 발자국 나가겠다는 의미인 거지 호남 표를 얻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국민들이 한덕수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아직 잘 모르기 때문에 그가 그리는 세상과 행보를 보면서 평가를 해나갈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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