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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대미문의 사법부 폭주, 국민 불신 감당할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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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이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 재판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 재판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재판장 이재권)가 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오는 15일로 지정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 후보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지 하루 만이다. 사법부가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는 의구심을 뒷받침하는 듯한 속도전이다.

이번 판결은 전원합의체 회부 결정과 선고에 걸린 속도, 낙선자에 대한 ‘6·3·3 원칙’ 적용 등 어느 것 하나 전례없다는 점에서 ‘대법원의 폭주’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지난달 22일 조희대 대법원장이 사건을 전합에 회부한 지 9일 만에 2심을 뒤집는 판결이 내려졌다. 속도전이란 비판을 의식한 듯 대법원은 2000년 미국 연방대법원의 대선 재검표 사건(조지 부시 대 앨 고어)을 예로 들었지만, 가당치 않다. “연방대법원에 접수된 뒤 불과 3~4일 만에 재검표 중단을 명하는 종국재판을 내려 혼란을 종식시켰다”는 것인데, 3년전 윤석열 당선으로 끝난 대선 관련 사건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견강부회다. 당선자에게 적용하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6·3·3 원칙’(1심 6개월→2심 3개월→대법원 3개월 내 선고)까지 낙선자에게 적용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이번 판결은 그동안 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확장하기 위해 노력해 온 대법원 판례의 흐름을 정면으로 거스른 것이다. 대법원은 지난해 10월31일 이 후보와 유사한 혐의로 1·2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그러더니 이번엔 6개월 전 판결을 뒤집어 혼란을 자초했다.

대법원의 무리수는 대법원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겠다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의구심을 키운다. 그렇지 않다면 최근 대법원 판례까지 거스르면서 폭주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힘들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파기환송심 재판에 출석해야 할 처지다. 이번 선고가 윤석열 내란 사태 이후 누적돼온 ‘사법 불신’을 임계치로 치닫게 했음을 점을 대법원은 직시해야 한다.

가뜩이나 12·3 내란 사건을 맡은 지귀연 판사가 구속기간 산정 기준을 바꿔 윤석열을 석방시키고 재판과정에서 각종 특혜를 베푸는가 하면, 내란 임무 주요 종사 혐의로 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재판도 비공개로 진행해 ‘밀실 재판’이란 비판을 사고 있다. 내란범들에 대한 국민 법감정과 관례에 반하는 비상식적 조치들이다. 이번 판결은 대통령 선거를 통한 국가 정상화를 희망하는 시민들의 기대를 배반하는 것이자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망가뜨린 행위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대통령 당선 시 형사재판 절차를 정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을 상정했다. 사법부의 자승자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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