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부산사무소, 축산물업체 관계자 8명 송치
원산지 표기법 위반 혐의…업체 대표 등 3명 구속
2021년부터 3년간 닭, 돼지고기 2천여 t 국내산으로 속여
부산·경남 초중고교, 군부대 등 3천여 곳 납품
원산지 표기법 위반 혐의…업체 대표 등 3명 구속
2021년부터 3년간 닭, 돼지고기 2천여 t 국내산으로 속여
부산·경남 초중고교, 군부대 등 3천여 곳 납품
수입산과 국내산 정육 모습. 정혜린 기자 |
수입 축산물 2천여 t을 국내산으로 속여 전국 초중고교와 군부대 등 3천여 곳에 급식으로 납품한 축산물 업체 관계자 8명이 무더기로 검찰에 송치됐다.
친인척과 과거 동료 직원 등 친분으로 얽힌 업체들이 공모해 은밀하게 원산지 위조 작업을 하고 허위 거래명세표를 발급하는 등 장기간 계획적으로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부산사무소는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A축산물 포장 업체 대표 B(40대·남)씨 등 3명을 구속 송치하고, 공범 5명을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했다.
B씨를 포함한 4명은 지난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수입산 닭고기 1800t을 포장 갈이를 통해 국내산으로 둔갑시켜 학교 및 군부대에 납품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B씨의 가족이자, A업체 부사장인 C(40대·남)씨 등 3명은 2021년 1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수입산 돼지고기 220t을 국내산으로 속여 급식으로 납품한 혐의를 받는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따르면, A업체와 브라질산 닭고기를 거래하는 세 축산물 업체는 각자 사업장에서 닭고기의 수입산 표시 포장재를 모두 제거한다. 이를 B씨의 또 다른 자회사 등에서 손질 작업 후 국내산 상표를 붙여 A업체로 전달하면, 국내산 정육 제품으로 포장해 전국 급식업체 등에 납품하는 수법이다.
A업체 자회사 작업장에서 발견된 브라질산 닭고기 포장재.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부산사무소 제공 |
이들은 브라질산 닭다리를 국내산과 구분이 어렵게 하기 위해 발골작업으로 순살을 만들거나 양념육으로 만들어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량 납품되는 국내산 순살 닭다리살의 가격은 1㎏당 9천원~1만 원대인 반면에, 수입산의 경우 3500원 정도에 불과하다. A업체는 국내산과 수입산 닭고기를 섞은 뒤 국내산이라고 속여, 다른 업체보다 2천~3천원 더 낮은 단가를 제시해 납품 입찰을 받는 등 경제적 이익을 얻은 것으로 추정된다.
A업체 임원인 C씨 또한 유사한 수법으로 수입산 돼지고기를 국내산으로 포장해 자회사와 전국 급식업체 등에 납품했다. 특히 군부대에서 돼지 갈비뼈에 등심이 붙은 '토마호크' 부위 주문이 들어오자, 수입산 돼지 갈빗대에 국산 등심 부위를 식용 접착제로 붙여 인위적으로 만든 가짜 '토마호크'를 납품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렇게 원산지를 속인 닭과 돼지고기 2천여 t을 3년 동안 초중고교를 비롯해 군부대와 유치원·어린이집, 병원, 요양원 등 전국 3천여 곳의 급식에 납품했다.
특히 초중고 학교의 경우 부산·경남 지역이 절반 이상을 차지할 만큼, 부산 전역의 학교들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수입산 돼지 갈빗대에 국산 등심을 인위적으로 붙여 만든 토마호크 부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부산사무소 제공 |
해당 업체가 이처럼 오랜 기간 대규모 범행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전반적인 범행 과정에서 거래 업체, 자회사와 조직화된 공모 관계가 유지됐기 때문이다.
A업체는 연매출 500억 원 상당의 부산지역 최대 규모 식육포장처리업체로, 축산물 포장부터 급식 납품, 배송까지 모두 8개의 자회사를 운영했다.
자회사나 거래 업체의 대표 대부분이 B씨와 친인척이나 과거 직장동료 등 친분이 있는 관계로 얽혀 여러 개의 업체들끼리 장기간 은밀한 범행 공모가 이뤄졌다는 게 농관원 측 설명이다.
또 거래 업체들로부터 국내산 허위 거래 명세표를 발급 받아두는 등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보인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부산사무소 관계자는 "급식 납품 업체는 가족기업이나 1인 기업인 경우가 많고, 입찰이 있을 때만 한시적으로 운영해 단속 사각지대가 있다"며 "가족 혹은 친분 관계에서 공모해 은밀하게 위조 작업을 하고 증거를 인멸하기도 해 수사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교 등의 협조를 통해 앞으로도 적극적인 원산지 단속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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