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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헌법 84조' 왜 언급 안했나…해석 논쟁 가열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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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날 李후보 사건에서 '84조' 언급 안 해
헌법 84조 둘러싼 '명확한 해석 없어…의견 팽팽"
"소추에서 '재판'은 제외" vs "법 취지 고려해 해석"
조희대 대법원장이 1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 입장해 장내 정돈을 선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조희대 대법원장이 1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 입장해 장내 정돈을 선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대법원이 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에 대해 유죄 취지로 판단하면서 '대통령 불소추특권'을 둘러싼 논쟁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헌법 84조 해석에 따라 법원이 재판을 계속 진행하고 피선거권 박탈을 가르는 형이 선고되는 상황까지도 상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전날 이 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대법원은 지난 대선 후보 신분이었던 이 후보의 발언이 "공직 적격성에 관한 선거인의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정도로 중요한 사안에 대한 허위사실"이라고 봤다.

대법원이 전날 헌법 84조에 대한 해석을 밝힐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대법원이 선제적으로 '재판 중지'에 대한 해석을 보여 혼란을 줄여줄 것이란 일각의 기대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판단하지 않았다. 심리 대상인 검찰의 상고이유서에 해당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고, 현재 재판에서 문제가 된 것도 아닌데 대법원이 선제적으로 판단을 밝히는 것 역시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이 배경인 것으로 보인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訴追)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불소추특권의 범위에 검찰의 공소 제기만이 포함되는지, 진행 중인 형사 재판도 포함되는지를 두고 해석상 대립이 있다.

대법원의 전날 파기환송 결정으로 이 후보는 모두 5개 재판을 받게 됐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비리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쌍방울 대북송금 △경기도 법카 유용 등이다. 84조의 '소추'의 의미를 좁게 해석하면 이 후보는 당선되더라도 형사 재판 법정에 출석해야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비전형 노동자 간담회에 참석해 수첩을 살펴보고 있다. 황진환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비전형 노동자 간담회에 참석해 수첩을 살펴보고 있다. 황진환 기자



명확한 해석이 없는 상황에서 먼저 헌법의 문구를 그대로 존중해 당선 후에도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는 시각이 나온다. 한국외대 전학선 교수는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재판 진행이 가능해 보인다. 재판 정지를 주장하는 쪽은 검사가 형사 재판을 수행하는 공소 유지 개념으로 소추를 해석하지만, 재판은 검사가 아닌 법원이 하는 것"이라며 확장 해석을 경계했다.


고려대 장영수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 84조는 형사재판에 대한 규정을 두지 않고 학설은 나뉜다. 결국 법적 구속력을 갖는 국가기관의 유권 해석이 필요하다. '재판 정지'에 대한 일차적 판단은 담당 법원에 있다"고 말했다. 또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한 것은 대선 전 유죄든 무죄든 깔끔하게 정리하고 선거를 치르는 게 바람직하단 (판단이 깔린 것)"이라고 봤다.

반면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에 재판이 포함된다는 해석도 팽팽하다. 헌재 헌법연구부장을 지낸 김승대 변호사는 "최소한 대통령 재직 기간에는 재판이 중지돼야 한다"며 "국가 원수의 자격을 고려할 때 재직 중 새롭게 기소되지도 않지만, 이미 기소돼 진행 중인 재판의 대상도 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헌법 제84조의 취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희대 정태호 법학전문대학교 교수는 "대내외적으로 중차대한 직무를 수행하는 대통령이 정상적으로 업무 수행을 하도록 특권을 인정하는 것 헌법 84조의 취지"라고 답했다.


나아가 "법관이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대통령 자격을 박탈하는 형을 선고한다면 민주주의 원리에도 반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 역시 "국민들은 대선 전 (후보자의) 불법행위 등을 감안해 투표한다"며 "주권자의 의사 결정이 개입된 상황에서 일반 법원 판사의 선택이 앞서는지 하는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게 된다면 우선 각 재판부가 재판 진행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가 재판받는 서울고등법원과 서울중앙지방법원, 수원지방법원 등 해당 재판부의 판단 몫으로 남는 것이다.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라는 국가기관이 법원을 상대로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 헌법재판소가 84조에 대한 해석을 내놓으면서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다. 헌법 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당선 이후) 형사재판 진행으로 권한 침해가 현저히 예측된다"고 봤다.


헌재는 '검수완박' 권한쟁의심판 사건에서 "소추 기능은 공소의 제기와 유지 여부의 결정 및 공개된 법정에서 피고인의 상대방 당사자로서 수행하는 변론 및 입증 활동, 이에 관한 법원의 재판에 대한 불복 등을 포함한다"는 반대 의견을 남긴 바가 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 당선자의 형사 재판 절차를 중단하게 하는 내용의 법 개정에 나섰다. 형사소송법 제306조에 '피고인이 대통령 선거에 당선된 때에는 법원은 당선된 날부터 임기 종료 시까지 결정으로 공판 절차를 정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제6항을 신설하는 게 골자다. 법 시행 당시 대통령에게도 해당 조항을 적용한다는 부칙도 담겨 사실상 이 후보 재판을 염두에 둔 법 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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