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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달라졌어요… "우크라에 5000만 달러 무기 판매 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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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취임 뒤 첫 무기 판매 승인
"광물협정 체결에 성의 표시" 평가
직접 지원은 아냐… 거래 성격 심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1일 키이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키이우=로이터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1일 키이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키이우=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5,000만 달러(약 720억 원) 규모 미국산 무기 판매를 승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취임 뒤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넘기겠다는 의향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러시아 두둔에 바빴던 기존 트럼프 행정부의 태도가 러시아 압박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젤렌스키 "광물협정은 평등... 곧 비준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 앨라배마주 터스컬루사에 있는 앨라배마대 캠퍼스에서 연설하고 있다. 터스컬루사=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 앨라배마주 터스컬루사에 있는 앨라배마대 캠퍼스에서 연설하고 있다. 터스컬루사=AP 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포스트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는 연방 상원의회 외교위원회에 "우크라이나에 최소 5,000만 달러 규모 군사장비·서비스의 '직접상업판매'(DCS)를 승인했다"는 공문을 보냈다. 미국 방산업체들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판매할 수 있도록 트럼프 행정부가 허가했다는 얘기다. DCS는 세부 거래 내용을 공개하지 않아 어떤 무기가 전달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전향적인 변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20일 취임 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했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일제히 중단시켰다. 지난해 4월 미국 의회가 통과시킨 600억 달러(약 90조 원) 규모 안보 지원 패키지의 집행은 물론, 이미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실어 보냈던 무기 전달까지도 동결했다. 그런데 이날 미 국무부의 DCS 승인으로 미국산 무기가 전장에 다시 투입될 가능성이 열렸다.

변화의 조짐은 지난달 30일 체결된 양국 간 광물협정에서도 감지됐다. 협정문에 '미국의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을 의무화하는 조항은 없다. 하지만 자국 희토류 자원 개발권을 미국과 공유하기로 한 우크라이나 측 결정에 트럼프 행정부가 무기 지원으로 '성의 표시'를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정부 소식통은 영국 더타임스에 "원하던 것(희토류 자원)을 얻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에게 보여준 첫 번째 중대한 선의"라고 평가했다.

또한 이 협정에서 미국은 '러시아의 침공'이라는 표현을 적시하며 전쟁 책임이 러시아에 있다는 점도 사실상 인정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도 이날 광물협정을 "평등하고 역사적인 협정"이라며 "의회가 곧 비준 절차에 들어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제는 무기 구매... 더 신중해져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볼고그라드에서 지역 정부 관게자와 대화하고 있다. 볼고그라드=타스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볼고그라드에서 지역 정부 관게자와 대화하고 있다. 볼고그라드=타스 연합뉴스


물론 이날 미국 국무부가 승인한 DSC 방식은 미국 정부가 무상 또는 대출 형식으로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직접 전달했던 바이든 행정부의 접근법에 비해 '거래적인' 성격이 훨씬 강하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영국 가디언에 "이제는 돈을 주고 미국 무기를 사는 입장이 됐다"며 "미국 외에는 만들지 못하는 핵심 무기 유형을 구매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 야욕에 변화가 감지된다는 관측도 나왔다. 미국 CNN방송은 미국과 유럽 정보기관 당국자들을 인용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더 이상 '우크라이나 영토 추가 점령'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미국의 휴전 압박에 '전쟁 지속'보다는 현재까지 빼앗은 우크라이나 영토를 러시아 땅으로 인정받는 식의 종전 협정 체결을 새 목표로 세웠다는 뜻이다. CNN은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도 평화 협정 타결 관련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이정혁 기자 dinner@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