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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거나 우울할 땐 ‘라임 AI’를 찾으세요”...병원, 친구보다 먼저 찾는 정신건강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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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거나 우울할 땐 ‘라임 AI’를 찾으세요”...병원, 친구보다 먼저 찾는 정신건강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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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트레스 관리 서비스 '라임 AI', 출시 2주 만에 월간 활성 이용자 1만 명 달성

- 언어 패턴으로 스트레스 분석, 31가지 맞춤형 대처 전략 제공

- 신뢰성, 전문성, 사용성 강화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거나 우울할 때 병원에 가기는 부담스럽고, 친구에게 털어놓기도 어렵습니다. 블루시그넘은 병원과 친구 그 중간 지점에 있어요. 전문성을 갖추고 있으면서 언제 어디서나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지난 3월 MWC(모바일 월드 콩그레스)에서 정식 출시한 ’라임 AI’(Lime AI)가 출시 2주 만에 월간 활성 이용자 1만 명을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현재 라임 AI는 1.4만 명의 이용자가 사용하고 있다. 라임 AI는 사용자의 대화를 분석해 스트레스 수준을 평가하고, 상황에 맞는 대처 전략을 제안함으로써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서비스다. 영국, 캐나다에서 신규 건강 앱 랭킹 1위, 미국에서 2위를 차지하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호응을 얻고 있다.

서울 관악구 소재 블루시그넘 사무실에서 윤정현 대표를 만나 라임 AI와 감정 기록과 관리로 정신 건강 돕는 ‘하루콩’, ‘무디’ 서비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정신건강의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고자 시작

"정신건강 분야의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서 시작했습니다."

윤정현 대표는 정신건강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에 대한 효과적인 접근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고 블루시그넘을 창업했다. 정신건강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지만, 실제로 상담이나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여러 장벽이 존재한다. 회당 10만 원 넘는 경제적 부담뿐만 아니라 1개월 이상 대기하는 것도 부담이다. 가장 큰 장벽은 정신과 상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다.

"스트레스를 받는 순간, 우울한 순간에 바로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필요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3억 명이 우울증을 경험하지만, 실제로 치료를 시작하는 비율은 20%에 불과합니다. 이런 현실을 바꾸고 싶었어요."


윤 대표는 특히 한국의 상황이 스트레스에 더 취약한 환경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은 인구 밀도가 높고 경쟁이 치열한 환경이라 정신건강 관리가 더욱 중요합니다. 미국에서는 '실패해도 다른 주로 가면 된다'는 마인드가 있지만, 한국에서는 한 번의 실패가 전체 커리어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스트레스 관리는 더욱 중요합니다."

블루시그넘은 의학적인 전문성과 기술적 역량을 결합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면서도 과학적 근거를 갖춘 정신건강 관리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윤 대표가 ‘전 세계 누구나 우울한 날 가장 먼저 찾는 이름’이 되는 것을 목표로 블루시그넘을 창업한 이유다.

언어 패턴으로 스트레스 분석, 31가지 맞춤형 대처 전략 제공

라임 AI는 사용자의 언어 패턴을 분석해 스트레스 수준을 평가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PNAS(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미국 국립과학원회보)라는 학술지(미국 국립과학원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서 발행하는 학술지로 과학, 의학, 생물학, 물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 논문을 게재)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사람이 사용하는 기능어(function word)나 어휘, 표현 패턴으로 심리적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예를 들어 '나'라는 단어를 얼마나 많이 쓰는지, '정말로'와 같은 강조 부사를 얼마나 자주 사용하는지에 따라 스트레스와의 상관관계가 나타난다. 블루시그넘은 이런 언어 패턴을 분석하는 딥러닝 모델을 개발했다.

라임 AI는 사용자의 대화를 분석해 다섯 단계로 스트레스 수준을 평가하고 가장 적합한 전략을 제안한다. 자기 격려, 생각과 관찰, 심호흡, 가지치기, 감정 레이블링, 휴식, 광합성, 거리두기, 감정 표현, 그라운딩, 목표 구체화 등 31가지 다양한 전략이 포함되어 있다.


전략은 구체적이다. 예를 들어 호흡법은 단순히 '심호흡을 해보세요'라고 하지 않고 ‘숨을 빠르게 들이쉬고 길게 내쉬세요’ 또는 ‘천천히 들이쉬고 빠르게 내쉬세요’라고 상황에 맞게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사용자의 상황과 에너지 수준을 고려해 맞춤형 전략을 제안하는 것도 큰 장점이다. 피곤한 상태라면 운동 보다는 휴식을 추천한다. 윤 대표는 ”상황을 바꿀 수 있는지, 행동할 만한 에너지가 있는지 등을 파악해 가장 적합한 전략을 제안합니다."라고 설명했다.

블루시그넘은 라임 AI를 1인 가구와 장년층, 노년층을 위한 서비스로 발전시키며, 향후 차량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음성 서비스를 개발할 계획이다.

윤 대표는 "라임 AI는 30대 직장인을 타깃으로 합니다. 하루콩과 무디가 감정 기록과 관리에 초점을 맞췄다면, 라임은 더 실용적이고 전문적인 스트레스 대처 전략을 제공합니다. 창업 초기부터 저희가 궁극적으로 만들고자 했던 서비스에 가장 가깝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감정 기록과 관리로 정신 건강 돕는 ‘하루콩’과 ‘무디’

블루시그넘은 라임 AI 외에도 '하루콩'과 '무디'라는 두 가지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하루콩은 무드 트래커, 감정 다이어리 서비스다. 하루의 감정과 일상을 몇 번의 탭만으로 간단히 기록할 수 있다. 사용자가 어떤 활동을 할 때 기분이 좋고, 안 좋았는지를 분석해 자기 이해를 도와준다. 최근에는 디즈니와 계약을 맺고 디즈니 캐릭터 기반의 테마를 출시하는 등 주 사용자인 10~20대 여성층의 니즈에 맞춘 서비스로 확장하고 있다. 현재까지 누적 1천만 다운로드를 기록했으며 미국, 캐나다, 영국에서 1위 무드 트래커로 자리잡았다. 앱스토어 오늘의 앱으로 10회 이상 선정되었고, 3년 연속 구글 플레이 올해의 앱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무디는 감정 관리 서비스다. 귀여운 캐릭터와 함께 대화하며 감정을 기록하고, 그에 맞는 퀘스트 카드를 받아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정신의학, 상담심리학, 임상심리학 등을 바탕으로 한 1,500개 이상의 모듈을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짜증이나 화가 날 때 감정을 입력하면, ‘산책하기’, '발로 발박수 치기'와 같은 가벼운 활동부터 ‘글쓰기’ 퀘스트까지 다양한 해소법을 제안받는다. 최근에는 캐릭터와의 라포(신뢰 관계)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업데이트를 진행 중이며, 다음 날 아침에 전날 기록한 감정을 바탕으로 편지를 받는 기능도 추가했다. 주 사용자는 10~20대 여성이다.
신뢰성과 전문성 강화

블루시그넘의 차별화 포인트는 '신뢰성'과 '전문성'에 있다. 의사, 심리 전공 AI 연구원, 전문 상담사 등으로 팀을 구성해 전문성을 높였다. 신경과학, 정신의학, 심리학 분야의 최신 연구 논문 등 공신력 있는 자료에 기반해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이번 달 출시 예정인 '크레디 마크'는 정보에 대해 출처를 표시해, 사용자에게 신뢰도를 더욱 높여줄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차별점은 사용자 개인정보 보호다. 블루시그넘은 유저 데이터를 학습이나 분석에 활용하지 않는다. 사용자들이 털어놓기 어려운 고민들을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모든 데이터를 암호화하고, 열람할 수 없도록 했다.

블루시그넘은 라임 AI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버드 의대 부속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GH)과 약 200명의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는 미국 사용자를 대상으로 라임 AI 사용으로 스트레스가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한 연구도 시작했다.

전문성 못지 않게 사용성 개선에도 주력하고 있다. 사용자의 피드백을 확인하고 이를 서비스 개발에 계속해서 반영하고 있다. 사용자들을 사무실로 초대해 제품을 소개하고 피드백을 듣고 서비스 개발에 반영하는 '딥다이브 위크'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정신건강 테크 시장은 아직 초기"

정신건강 테크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라는 것이 윤 대표의 평가다.

"전문가를 만나는 시간이 일주일에 1시간이라면, 저희는 나머지 6일 23시간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사용자들이 '어떤 서비스를 써봤다'가 아니라 '친구와 술을 마셨다', '넷플릭스를 봤다' 정도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단계입니다. 이는 아직 시장이 초기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존의 병원이나 심리 상담 외에 온라인 서비스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이는 접근성을 한 단계 향상시킨 정도입니다. 테크 기반의 높은 접근성을 가진 서비스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명상 앱이 비교적 널리 알려져 있지만, 쌍방향으로 소통할 수 없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윤 대표는 "명상은 매우 좋은 방법이지만, 단방향으로 오디오를 제공하다 보니 사용자가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용자 기반 맞춤형, 쌍방향 소통이 중요합니다.“라고 말했다.
정신건강 관리의 생활화를 위하여

블루시그넘은 해외 시장에서 현지 언어에 익숙하지 않은 해외 거주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를 계획 중이다. "미국이나 일본에 계신 한국 분들이 심리 상담에 대한 니즈가 많지만, 언어 문제로 접근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모국어로 대화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장기적으로는 현지인들에게도 확장할 계획입니다.“

블루시그넘은 단순한 앱 서비스를 넘어 일상의 모든 공간에서 정신건강 관리를 지원하는 것이 목표다.

"저희의 궁극적인 목표는 '정신건강 관리의 생활화'입니다. 하루콩으로 감정을 기록하고, 무디로 일상 속 작은 스트레스를 관리하며, 라임 AI로 더 심층적인 고민을 해결하는 서비스들이 모여 사람들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기를 바랍니다.“
'적극적인 소통'과 '객관적으로 보기' 추천

"많은 대표님들은 불안한 상황이나 어려운 결정을 혼자 고민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팀원들과 중요한 고민을 공유하는 편입니다. 장단점이 있지만 투명한 소통이 장기적으로 더 건강한 조직 문화를 만든다고 믿습니다."

윤 대표는 이러한 소통 방식 덕분에 일 스트레스가 상대적으로 적다고 말한다. 팀 내에서도 고민을 나누는 문화가 자리잡혀, 문제 해결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개인적인 스트레스 관리법으로는 '거리두기‘와 ’의도적인 활동 전환‘을 추천했다.

"일과 생활의 균형을 위해 의도적으로 일 생각을 차단하고 다른 활동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휴일에는 최소한 1-2시간이라도 업무와 완전히 분리된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에게 지나치게 몰입하고 욕심을 가질 때 스트레스가 커집니다. 대표님들은 특히 완벽주의 성향이 강한 경우가 많은데, 자신을 가족이나 친구처럼 생각하고 객관적으로 조언한다면 상황이 한결 나아질 수 있습니다."라고 조언했다.

블루시그넘이 정신건강 관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가고 있다. 전 세계 누구나 '우울한 날 가장 먼저 찾는 이름'이 되기 위한 여정이 기대된다.

조광현 객원 스타트업 전문 기자 hyun@venturesquar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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