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협상 수장 사퇴에 재계 ‘중대 위기’ 인식
새 정부 출범 후 부총리 임명까지 불확실성 지속
대미 협상력 약화 불가피…관세 충격 예의주시
당분간 기업들 ‘민간외교’에 또 기대야 하는 상황
새 정부 출범 후 부총리 임명까지 불확실성 지속
대미 협상력 약화 불가피…관세 충격 예의주시
당분간 기업들 ‘민간외교’에 또 기대야 하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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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부총리가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한·미 2+2 통상협의’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달 22일 오전 미국 워싱턴 D.C.로 출국하는 모습. 영종도=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김현일·서재근·김민지·박혜원 기자]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사퇴를 두고 기업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가뜩이나 국가 최고 의사결정자의 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산업 지원 정책을 진두지휘하고 기업들을 대신해서 관세 등 통상협상을 펼쳐야 할 경제 수장까지 사라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내 제조업이 성장엔진이 꺼지면서 역성장 국면에 봉착한 가운데 기업들은 ‘한 줄기 빛’마저 사라진 상황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하고 있다. 더욱이 앞으로 대선 전후로 경제 부처가 재정비될 때까지 최소 한 두달 간의 경제 컨트롤타워 부재 상황 속 사실상 개점 휴업을 맞아야 하는 기업들로서는 불안이 더 증폭될 수 밖에 없다. 무한 반복되는 정치 리스크 탓에 또 다시 기업들의 ‘나홀로 민간 외교’에만 기대게 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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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2일 재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불과 일주일 전까지 미국 관세 정책에 대응해 최전선에서 협상을 이끌었던 최상목 부총리의 사퇴를 심각한 위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종잡을 수 없는 관세 정책에 우리 기업들이 맥없이 휘둘리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 사렵탑의 공석은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는 반응이다.
이미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를 시작으로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에 이르기까지 정치 상황이 수시로 급변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주요 의사결정은 수개월째 ‘올스톱’ 상태에 묶여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사업 운영과 관련한 중요한 의사결정은 대부분 대선 이후로 미루고 기다리는 상황”이라며 국내 정치 상황 때문에 기업의 경영 활동이 제약을 받는 상황을 에둘러 전했다.
국내 정치 리더십 공백은 기업 내부 의사결정뿐만 아니라 미국발 관세이슈 대응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최 부총리가 민주당 주도의 탄핵안 표결 시도에 사표를 던진 것을 두고 “풍랑이 있는 와중에 대리 선장까지 없애버린 것”이라며 “건국 이래 최고의 불확실성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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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최 부총리는 지난달 24일 미국 워싱턴D.C.로 건너가 ‘2+2 통상협의’를 갖고 관세·비관세 조치, 경제안보, 투자협력, 환율정책 등의 의제에 합의하며 새 정부 출범 후 ‘7월 패키지’ 마련을 예고했다. 기업들은 미국 행정부의 상호관세 유예 조치가 끝나는 오는 7월 9일 전 관세 리스크 해소를 기대했지만 최 부총리의 사퇴로 이마저도 불투명해졌다. 한 경제단체 고위 관계자는 “경제 및 통상이 중요한 이 시점에 (최 부총리의 사퇴는) 정책 우선순위의 변동으로 인한 협상력 약화와 통상협상의 혼선 등 불확실성을 야기할 것으로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기업인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관세 부과와 주요 산업별 보조금 축소 등 통상 압박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이자 트럼프 행정부의 ‘막후 실세’로 불리는 트럼프 주니어가 지난 29~30일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아 주목을 받았지만 정·관계 인사들과의 만남 없이 기업인들과의 미팅만 갖고 돌아갔다.
당장 국가 정상 간의 외교가 멈추면서 우리나라의 대미 협상력이 눈에 띄게 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각 기업들이 이를 메우기 위해 해외 대관조직을 통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민관 합동의 한 축인 정부 역할 없이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김연성 인하대 교수(전 한국경영학회장)는 “관세를 두고 국가 간 통상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시기에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이런 사태들이 벌어져 기업으로선 난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대외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관세 압박과 경제 사령탑의 부재에 더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 환송으로 정치 불확실성까지 커지면서 하반기에도 비상경영 체제가 지속될 것으로 각오하고 있다.
최근 각 기업들의 1분기 실적 설명회에서도 이같은 분위기를 전하며 입을 모아 불확실성을 강조했다. 기업들은 관세부과에 대한 대응을 묻는 질문에 “관세 정책이 가져올 영향을 정확히 예측하고 대책을 세우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일제히 어려움을 호소했다. 고환율·고금리 등으로 인한 경기부진 속에 경제 사령탑의 부재는 기업들에게도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양준모 교수는 “최 부총리의 사퇴로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에 더해 주식시장에 부동산 PF 구조조정까지 더해져 대응방안을 내놔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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