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세상]
희정 '죽은 다음'
죽음에 대한 물음은 삶의 본질에 대한 성찰이다. 죽음의 과정과 그 이후를 들여다볼 때 삶을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다. 책 '죽은 다음'은 무심코 지나쳐 온 죽음의 풍경을 구체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스스로를 '기록노동자'로 소개하며 노동 문제와 사회적 약자·소수자들의 투쟁 현장 등을 기록해 온 르포르타주 작가 희정의 신간이다. 저자는 장례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해 염습실에서 고인을 마주하고 수의 제작자, 묘지 관리자 등 죽음 곁에서 일하는 이들을 인터뷰하며 이 시대의 죽음과 애도 문제를 조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죽음에는 법·제도·문화 등 삶에 적용되는 세상의 문법이 반영된다. 산업재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치솟는 자살률, 반복되는 참사, 비혼 가구 증가로 외롭고 갑작스러운 죽음이 늘었다. 죽음이 만연해졌지만 대다수는 여전히 죽음을 알지 못한다. 더욱이 생애 주기 내 다른 의례처럼 장례 절차는 외주화하고 있다. 가부장제·혈연 중심주의에 기반해 상조회사나 장례식장이 죽음을 주도하면서 죽음의 소외도 심화하고 있다. 가족 구성이 다변화하고 있지만 법률상 시신 인수, 사망진단서 발급 등은 혈연 직계 가족 중심으로 제한돼 있어 무연고 사망·장례가 늘고 있다.
책은 장례 노동 현장에서 포착한 죽음에 대한 사유다. 낙인과 터부, 제도와 환경 등을 살피며 임종에서 빈소까지 죽음의 이야기를 다각도로 펼쳐낸다. 사회가 장례 노동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장례업 노동자 개인에게 삶과 죽음의 의미는 무엇인지 등을 장례 노동자와 죽음을 앞둔 이, 예비 사별자 등의 시점을 오가며 풀어낸다. 저자는 죽음의 불평등을 통해 삶의 불평등을 살핀다. '죽으면 다 똑같다'고 하지만 장례식장에서 보는 각 죽음의 위상은 다르다. 화환과 일회용품 용기에 적힌 고인의 회사 이름과 대관하는 장례식장, 빈소의 크기 등은 빈부 격차의 지표다. '생전장례식' 등 삶의 결정권을 타인의 손에 맡기지 않으려는 대안적 장례도 함께 소개한다.
희정 '죽은 다음'
경기 수원시의 한 화장장 모니터에 화장 현황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
죽음에 대한 물음은 삶의 본질에 대한 성찰이다. 죽음의 과정과 그 이후를 들여다볼 때 삶을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다. 책 '죽은 다음'은 무심코 지나쳐 온 죽음의 풍경을 구체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스스로를 '기록노동자'로 소개하며 노동 문제와 사회적 약자·소수자들의 투쟁 현장 등을 기록해 온 르포르타주 작가 희정의 신간이다. 저자는 장례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해 염습실에서 고인을 마주하고 수의 제작자, 묘지 관리자 등 죽음 곁에서 일하는 이들을 인터뷰하며 이 시대의 죽음과 애도 문제를 조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죽음에는 법·제도·문화 등 삶에 적용되는 세상의 문법이 반영된다. 산업재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치솟는 자살률, 반복되는 참사, 비혼 가구 증가로 외롭고 갑작스러운 죽음이 늘었다. 죽음이 만연해졌지만 대다수는 여전히 죽음을 알지 못한다. 더욱이 생애 주기 내 다른 의례처럼 장례 절차는 외주화하고 있다. 가부장제·혈연 중심주의에 기반해 상조회사나 장례식장이 죽음을 주도하면서 죽음의 소외도 심화하고 있다. 가족 구성이 다변화하고 있지만 법률상 시신 인수, 사망진단서 발급 등은 혈연 직계 가족 중심으로 제한돼 있어 무연고 사망·장례가 늘고 있다.
책은 장례 노동 현장에서 포착한 죽음에 대한 사유다. 낙인과 터부, 제도와 환경 등을 살피며 임종에서 빈소까지 죽음의 이야기를 다각도로 펼쳐낸다. 사회가 장례 노동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장례업 노동자 개인에게 삶과 죽음의 의미는 무엇인지 등을 장례 노동자와 죽음을 앞둔 이, 예비 사별자 등의 시점을 오가며 풀어낸다. 저자는 죽음의 불평등을 통해 삶의 불평등을 살핀다. '죽으면 다 똑같다'고 하지만 장례식장에서 보는 각 죽음의 위상은 다르다. 화환과 일회용품 용기에 적힌 고인의 회사 이름과 대관하는 장례식장, 빈소의 크기 등은 빈부 격차의 지표다. '생전장례식' 등 삶의 결정권을 타인의 손에 맡기지 않으려는 대안적 장례도 함께 소개한다.
죽음을 다루는 많은 책이 그렇듯 죽음을 다룸으로써 삶을 더 선명하게 드러낸다. 책은 어떤 태도로 삶을 지속해 갈 것인가를 거듭 묻는다. 무엇보다 살아 있는 이들이 서로를 끝까지 책임지는 사회를 꿈꿀 수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전통 상장례 절차인 고복(혼을 부르는 의식), 반함(고인의 입에 쌀, 동전 등을 채워 넣는 의식), 성복(상복으로 갈아입는 절차) 등을 각 장 제목으로 붙였다. 삼일장의 절차, 그 과정에서 유족이 할 일 등 장례와 관련한 실용적 조언도 담았다.
죽은 다음·희정 지음·한겨레출판 발행·388쪽·2만2,000원 |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