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캠프와 한동훈 캠프. 이승욱 기자 |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대로70길 19에는 ‘선거의 명당’으로 불리는 대하빌딩이 있습니다. 지상 11층, 지하 4층 규모의 이 빌딩이 명당으로 꼽히는 이유는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 2007년 이명박 전 대통령, 2012년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이 이곳에 선거사무실을 낸 뒤 대통령에 당선됐기 때문입니다. 12·3 내란으로 탄핵당한 내란 우두머리 피고인 윤석열 전 대통령의 선거사무실도 이곳에 있었습니다.
4월 30일 찾은 김문수 후보 선거사무실. 이승욱기자 |
6월3일 치러지는 조기 대선을 앞두고도 여러 후보가 대하빌딩에 선거사무실을 차렸습니다. 1차 경선이 진행될 때는 김문수·한동훈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홍준표 전 대구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등 네 후보의 선거 사무실이 자리잡기도 했습니다. 2차 경선이 끝나고 2강으로 압축된 김문수 후보와 한동훈 후보의 선거사무실은 각각 6층과 9층입니다. 그런데 2개 층을 사이에 두고 있는 두 후보의 선거사무실 풍경이 대조적입니다.
지난달 30일 찾은 김문수 후보 선거사무실에는 ‘손가락도 애국이다. 1일 1기사마다 1댓글’, ‘대한민국 대통령 김문수 됐나? 됐다!’, ‘방송토론 총력전 응원 댓글 20개씩’ 등 공격적인 문구가 담긴 홍보물이 벽에 붙어있었습니다.
김문수 후보 선거사무실에 붙은 ‘손가락도 애국이다. 1일 1기사마다 1댓글’ 등의 문구가 담긴 홍보물. 이승욱기자 |
김문수 후보가 정책 발표를 하거나 여러 개인·단체의 지지 선언이 이어지는 브리핑 공간은 평소 몰려든 지지자들로 시장통을 방불케 합니다. 이날은 김문수 후보가 당 대선 후보 경선 3차 티브이 토론에 참여하기 위해 여의도에 없었음에도 약 20∼30명의 지지자가 사무실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대부분 나이가 지긋한 노인들이었고, 해병대 모자를 쓴 이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이들은 “현직 대통령을 헌 신발짝처럼 버렸는데 그걸 왜 고발을 못 하나”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을 탄핵한 세력을 향해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이날 오전에 김문수 후보 지지 선언을 한 나경원 의원의 지지자도 눈에 띄었습니다. 유튜브로 동영상을 만든다는 그는 “오늘 나경원 의원이 지지 선언 하는 것을 보고 찾아왔다”며 “어떤 포인트에서 찍어야 영상을 잘 찍을 수 확인하려고 좀 일찍 왔다”고 했다.
승강기를 내리면 바로 보이는 한동훈 후보 홍보 선간판. 이승욱기자 |
김 후보 사무실에 이어 찾은 3층 위 한동훈 후보 사무실은 상대적으로 젊은층을 공략하려는 노력들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승강기를 내리자마자 보이는 곳에는 한동훈 후보의 얼굴이 잘 보이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입간판에는 공격적인 문구 대신 ‘성장하는 중산층의 시대를 열겠습니다’, ‘아주 보통의 하루를 지켜드리겠습니다’ 같은 희망적이거나 감성적인 문구가 담겼습니다.
특징은 연예인 등신대를 따라 한 듯, 한동훈 후보의 전신 입간판이 설치된 것입니다. 한 후보와 사진을 찍고 싶어하는 지지자들에게 ‘후보자 대용’으로 제공하는 ‘포토존’이라는 게 캠프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지지자들은 많이 보이지 않았는데 이따금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려는 민원인이 사무실을 찾기도 했습니다. 사무실을 관리하는 한 관계자는 “후보 일정이 여의도나 국회에 있으면 지지자가 많이 오지만 오늘처럼 외부 일정(티브이 토론회)이 있을 때는 많이 오지 않는다. 지지자들이 후보의 당일 일정을 확인한 뒤 후보를 따라 다닌다”고 했습니다.
한동훈 후보 선거사무실이 자리잡은 층의 복도에 축소 등신대가 여럿 설치된 모습. 이승욱기자 |
‘노인 사랑방’ 구실을 하는 김문수 캠프 사무실과 후보의 ‘자기애’로 충만한 한동훈 캠프 사무실. 후보의 특징을 이만큼 잘 보여주는 사례도 없는 것 같습니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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