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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인터뷰] 소노 새 사령탑 손창환 감독 "근거 있는 농구...억울한 선수 없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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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를 위해 일하겠습니다.”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통의 사람들이 모여 직장에서 일하듯 프로 구단도 마찬가지다. 선수부터 코칭스태프, 프론트 모두가 한 팀을 이뤄 우승이라는 성과를 위해 달린다. 성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숙명을 피할 수 없지만, 이마저도 구성원 모두가 제 몫을 다해야 이룰 수 있다. 결국 사람의 마음을 살 수 없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탈이 나기 마련이다. 소노의 3번째 사령탑, 손창환 신임 감독은 존중 속에 선수를 위해 일하겠다고 다짐한다.

비주류에서 주류가 되기까지, 직업만 5번을 넘게 바꿨다. 화려한 조명 뒤에서 뛰어다니던 과거는 현재를 만든 자양분이 됐다. 덕분에 각양각색, 스타부터 벤치 자원까지 모든 선수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는 힘이 생겼다. ‘엄마’라는 별명도 얻었다. 지난 시간 동안 가치관만 키운 것도 아니다. 실력을 쌓기 위해 다방면으로 뛰었다. 한국농구연맹(KBL) 최초의 전력분석원, 코치 시절 동안 수많은 경기를 뜯고 파헤치며 경기력에 근거를 제시하는 능력을 키웠다.


◆사람이 하는 농구

‘강한 자가 버티는 것이 아니라 버티는 자가 강한 자다’라는 명언이 잘 어울리는 사람이다. 손 감독의 프로 선수 생활은 딱 5년이었다. 이후 구단 홍보, 마케팅, 전력분석, 코치까지 경험하며 누구보다 오래 프로 바닥에서 살아남았다. 손 감독은 “나도 이런 시기가 없었더라면 그냥 그저 그런 사람이 됐을 것”이라면서 “사회를 겪으며 다른 사람을 이해할 필요성, 이해하는 힘이 생겼다”고 말했다.

굴곡진 삶을 살았다. 손 감독은 SBS(현 정관장)에서 짧은 선수 생활(1999~2003년)을 하고 2005년 KT&G(현 정관장)서 전력분석원으로 활동했다. 2015년부턴 KGC(현 정관장) 코치로 코트를 밟아 두 번의 우승에 이바지했다. 2022년엔 김승기 전 감독과 함께 캐롯(현 소노)으로 둥지를 옮겼으나, 김 전 감독이 사퇴하면서 김태술 감독 체제에서 전력분석과 국제 업무 등을 맡았다.

손 감독은 “오래 선수 생활을 했더라면 지도자로서 선수들을 이해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 선배 입장에서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말만 했을 거다. 하지만 사회를 겪으면서 부딪혀도 대화로 풀어나가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걸 배웠다”며 “세상은 코트 위처럼 단순하지 않다. 회사 비용으로 선수들 밥을 사주려면 긴 단계를 거쳐야 했다. 서류를 작성해서 본사 총무과에 도장을 받고, 긴 결재 라인을 기다려 최종 승인을 받은 뒤에야 밥을 사주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사진=KBL 제공

사진=KBL 제공


이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어느 팀이든 선수를 지도자로 키우고 싶다면 바로 코치보다는 잠깐이라도 프런트 업무 등을 맡았으면 한다”며 “세상과 접점을 만들어야 모든 것이 자신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현실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코치 시절 손 감독의 별명은 ‘엄마’였다. 2023년 임금 체불 사태가 발생한 구단에서 입대 선수를 위해 일용직을 뛰었던 이야기는 그의 가치관과 성심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손 감독은 “KGC에 있을 때도 군대 가는 선수들 밥은 항상 사줬다. 캐롯이 어렵다고 해도 밥은 꼭 먹여서 보내고 싶었다. 보험을 해지하거나 적금을 깰 수는 없으니 아는 친구에게 부탁해 일용직 일을 나갔다”며 “사실 돈은 벌어왔는데 다 사주진 못했다. 몇몇 선수들은 내가 이렇게 돈을 벌어왔다는 걸 알았는지 못 먹겠다며 ‘그냥 군대 가겠습니다’하고 갔다. 아쉽고 미안하고 고맙고, 많은 감정이 들었다. 당시에는 배고프니까 단합이 더 잘됐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어떤 감독이 되고 싶냐고 묻자 손 감독은 고민도 없이 “당연히 선수를 위하는 감독이 돼야죠”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그는 “강한 감독님들 밑에선 선수의 실수가 반항이라는 오해를 낳기도 하더라”며 “이번에 감독직을 맡고 주장과 몇몇 선수들에게 이야기했다. ‘나 정말 열심히 할 거야. 하지만 당장 우승, 플레이오프 진출 약속은 못 한다. 대신 일이 생겼을 때, 너희가 억울하지 않게 만들게. 이건 약속할 수 있다’고. 말 그대로 선수를 위해서 일하는 감독이 되겠다”는 굳은 다짐을 전했다.


사진=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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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의 소노로

2023년 창단한 소노는 선수층이 두텁지 못해 약체 평가가 따랐지만 ‘얕봐선 안 되는 팀’ 중 하나였다. 악으로 깡으로 부족한 부분을 메우며 끈질긴 농구를 펼쳤다. 그러나 한 번에 몰아친 위기에 한없이 추락했다. 올 시즌 초반 김승기 감독이 선수 폭행 문제로 사퇴했고, 소방수로 나선 김태술 감독도 팀을 일으키지 못했다. 결국 19승35패, 8위로 마침표를 찍었다.

최우선 과제는 방향성을 잡는 것이다. 우선 백코트 진만큼은 리그 톱 수준이다. 이정현, 이재도에 필리핀 아시아쿼터 케빈 켐바오까지 있다. 손 감독은 “빠른 농구에 잘 맞는 선수들을 살릴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훈련 계획부터 세세하게 짜고 있다”며 “가드진이 공존에 성공하면 무서울 거다. 모션 오펜스(유기적인 움직임과 패스를 기반으로 득점하는 공격 전술)를 할 계획이다. 손발이 맞는 경기력을 갖춰야 한다. 물론 이 선수들이 40분 다 뛸 수 없으니 플랜 B, 플랜 C까지 짜고 있다. 빠르게 원상복구를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사진=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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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최초의 전력분석원 출신인 만큼 설득력에 이점이 있다. 손 감독은 “잘하고 계신 스타 출신 지도자분이 많다. 경험이 풍부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머릿속에 있는 걸 단순히 경험에만 기대어 설명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며 “전력분석을 해봤으니 근거를 제시할 수 있다. 정확히 문제점을 짚어서 문서화, 정형화해서 설득력을 높일 수 있다. 이런 과정들이 방향성을 확실하게 구체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든든한 지원군도 합세했다. 미국프로농구(NBA) G리그 지도자 출신 타일러 가틀린이 수석 코치를 맡는다. NBA와 KBL, B.리그(일본)를 모두 경험해본 인사다. 손 감독은 “여러 리그를 경험한 만큼 외국인 선수나 리그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 정보력이 좋다”며 “추구하는 농구 스타일도 잘 맞고, 스킬 트레이닝 능력도 갖추고 있다. 한국 생활 3년 차라 간단한 소통도 가능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미소 지었다.

사진=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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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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