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李 선거법 사건 이례적 '속도전' 두고 여러 해석
사실상 정치 개입?…선거법 사건 감안 등
대법원 "사법 불신 인식 아래 신속 착수"
2000년 미 대선 직후 연방대법원 재판 사례도
대법관들 보충의견 및 반대의견 통해 상반된 평가
사실상 정치 개입?…선거법 사건 감안 등
대법원 "사법 불신 인식 아래 신속 착수"
2000년 미 대선 직후 연방대법원 재판 사례도
대법관들 보충의견 및 반대의견 통해 상반된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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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를 위해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
대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에 대해 이례적으로 빠른 심리와 선고를 한 것을 두고 갖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대선을 약 한 달 앞두고 대법원이 사실상 정치에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심부터, 선거법 사건 특성을 감안했다는 평가까지 다양하다.
대법원은 '원칙'을 지키며 신속하고 깊이 있는 집중심리를 했다는 입장이다. 다만 대법관 사이에서도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와 "신속만이 능사는 아니다" 등 의견이 엇갈리기도 했다.
이례적인 '속도전' 대선 개입?…대법, 무조건 '원칙'으로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전날(1일) 이 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이번 선고는 이례적으로 빠른 심리로 주목됐다. 지난 3월 26일 2심에서 무죄 판결이 선고된 이후, 검찰의 상고로 대법원에 지난달 22일 사건이 배당됐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배당 당일 직권으로 전합에 회부하고 곧바로 합의기일을 진행하는 등 '속도전'을 폈다.
이에 오는 6월 3일 대선 전 선고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시점은 예상보다 더욱 빠른 5월 1일로 정해졌다.
대선을 약 한 달 앞둔 상황에서 유력 대권 주자에 대한 선고를 두고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는 시각까지 나왔다. 선고 이후 당장 민주당에선 "대법원의 대선 개입"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법조계에선 속도전이 조 대법원장의 뜻이라는 데에 큰 이견이 없다. 조 대법원장은 취임 초부터 '6·3·3 원칙'을 강조해왔다. 이 원칙은 선거법 사건 재판은 1심 6개월, 항소심 3개월, 상고심 3개월 안에 끝내야 한다는 공직선거법 규정이다.
다만 해당 규정은 어길시 처발 조항이 없고 법원 실무상 여러 이유로 사실상 준수되지 않았다. 이 후보 사건의 경우에도 1심 선고는 2년 2개월이 소요됐고, 2심은 4개월이 걸렸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지난달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신속한 상고심 진행에 관한 질문에 "작년부터 공직선거법 사건에 대해서는 법에 정해진 취지를 법관들이 준수하자는 운동을 저희가 많이 벌이고 있다"며 "거기에 사안의 시급성과 성격을 토대로 해서 재판부에서 판단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사건이고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원칙'이 중요했다는 기류다. 사법 불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정치적 고려를 할 이유는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헌법재판소를 보더라도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선고까지 너무나 많은 공격을 받았다"며 "이런 분위기일수록 원칙으로 가야 한다는 위기 의식도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원 "신속하고 집약적 집중심리"…대법관들 보충, 반대의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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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관련한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대심판정에 착석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대법원은 판결 선고 뒤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공직선거법의 취지에 따라 신속하고 집약적으로 깊이 있는 집중심리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공소제기일부터 대법원에 상고 사건이 접수될 때까지 약 2년 6개월이 걸리는 등 1· 2심에서 절차가 지연됐다"며 "엇갈린 실체 판단으로 인한 혼란과 사법 불신의 강도가 유례없다는 인식 아래 대법원에 사건이 접수된 이후 신속하게 1심과 원심 판결문, 공판 기록을 기초로 사실관계와 쟁점 파악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공직선거에 관한 신속 재판 사례는 외국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면서 미국 연방대법원 사례를 제시하기도 했다.
대법원은 "2000년 부시와 고어가 경쟁한 미국 대통령선거 직후 재검표를 둘러싸고 극심한 혼란이 벌어지자, 재검표를 명한 플로리다주 주대법원 재판에 대한 불복신청이 연방대법원에 접수된 후 불과 3~4일 만에 재검표 중단을 명하는 종국재판을 내려 혼란을 종식시켰다"고 밝혔다.
다만 대법관들은 판결문에서 '초고속' 심리에 대해 보충의견과 반대의견을 통해 상반된 평가를 남겼다.
5명의 대법관(서경환·신숙희·박영재·이숙연·마용주)은 보충의견에서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며 신속한 절차 진행이 필요했다고 강조했지만, 대법관 2명(이흥구·오경미)은 "신속만이 능사는 아니다"며 이례적으로 강한 반대 의견을 드러냈다.
신속 처리를 강조한 대법관들은 "특히 사회적으로 갈등이 심하고 분열을 조장해 신속히 해결이 필요한 사건, 공직선거 사건 등 입법자가 적시에 처리하라고 기한까지 정해놓은 사건에 대한 처리 지연은 사법부 불신의 주요한 원인이 됐다"며 "절차 지연과 엇갈린 실체 판단으로 인한 혼란과 사법 불신의 강도가 유례없다는 인식 아래 철저히 중립적이면서도 신속한 절차 진행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대다수 대법관 사이에 형성됐다"고 밝혔다.
반대의견을 낸 대법관들은 "대법원이 신속한 재판의 원칙을 내세워 유례없이 짧은 기간 내에 이 사건의 심리를 마무리하고 결론을 내놓게 되면서 이를 바라보는 당사자와 국민의 시선 속에 비치는 법원의 공정성, 심리의 충실성에 대한 기대와 신뢰가 어느 만큼인지 생각해 볼 일"이라고 했다.
아울러 해님과 바람이 누가 나그네의 외투를 먼저 벗게 하는지 내기하는 내용의 이솝우화 '해님과 바람 이야기'를 들어 "해님의 따뜻한 햇볕도 온기를 전할 시간의 지속이 허용되지 않는다면 내기에 이길 수 없었을 것"이라며 "대법원 전합의 요체인 설득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숙고에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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