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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대선에 붕 뜬 부동산 시장... 끝날 기미 안 보이는 '관망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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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대선에 붕 뜬 부동산 시장... 끝날 기미 안 보이는 '관망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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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공급 지표 수년째 악화하고
수요자들도 "대선 지켜보자" 관망
악성 미분양 2만5117호...82%가 지방


지난달 28일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뉴시스

지난달 28일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뉴시스


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 조기 대선까지 정국 혼란이 5개월가량 지속되며 부동산 시장의 수요·공급자 관망세도 장기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택 분양 등 공급 지표가 계속 악화하고 지방의 악성 미분양(준공 후 미분양) 규모는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난제도 쌓이는 형국이다.

우선 주택 공급을 가늠할 수 있는 여러 선행지표는 비상등이 켜진 지 오래다. 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전국에 분양된 공공주택은 2만1,471호로 지난해 동기 대비 49.7% 감소했다. 특히 주택 수요가 몰리는 수도권 물량(5,972호)이 작년 동기 대비 71.2%나 줄었다. 서울은 1분기에 일반 분양한 단지가 서초구 래미안 원페를라(1,097호)가 유일했을 정도다.

1분기 인허가 실적 역시 6만5,98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1.5% 감소했고, 착공도 3만4,021건으로 25.0% 급감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 경기가 좋지 않다보니 무리하게 주택 사업을 계획하지 않는 것 같다"며 "분양 역시 흥행을 위해 대선 이후로 일정을 미루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래픽=이지원 기자

그래픽=이지원 기자

수요자들의 관망세도 짙어지고 있다. 토지거래허가제가 2월 일시적으로 해제된 후 서울을 중심으로 거래가 증가했으나 허가제 재지정, 금리 동결에다 6월 대선 이후 관련 정책이 바뀔 수 있다는 심리까지 더해져 다시 주춤하는 분위기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매매 문의는 평소 수준이긴 하지만 실제 계약하는 사람들은 조금 줄었다"며 "집을 사더라도 6월 이후에 나올 정책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불확실한 상황이 오래 지속되다보니 지방을 중심으로 다 짓고도 분양이 안 된 '악성 미분양' 주택은 쌓여만 가고 있다. 3월 기준 전월 대비 5.9% 증가한 2만5,117호가 준공 후 미분양 상태이며, 이 중 지방 물량은 81.8%(2만543호)에 달한다. 특히 부산(2,438호) 대구(3,252호) 등 규모가 큰 광역지자체에서도 악성 미분양은 골칫거리가 됐다. 전북은 전월 대비 3월 미분양 주택이 28.4%(520호)나 폭증했고, 경남도 23.1%(3,026호)나 늘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관련 과제들은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대선 후 관계당국이 서둘러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조언한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급을 늘리기 위해선 단기, 중기, 장기에 걸친 체계적 대책이 필요하고 로드맵도 구체적으로 설정해야 한다"며 "잔뜩 위축된 지방의 주택 수요를 어떻게 살릴지도 일찍이 논의에 돌입해야 하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