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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치 금도' 넘은 한덕수 대행 사퇴, 국민 공감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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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선 출마를 위한 사퇴를 밝히는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선 출마를 위한 사퇴를 밝히는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어제 21대 대통령선거 출마를 위해 사퇴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에 따른 국정 혼란을 수습하고 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해야 할 책임자가 전례 없이 대선을 한 달 앞두고 경쟁에 뛰어든 것이다. 심판이 선수로 등판한 격으로, 정치 금도를 넘어선 처신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한 전 대행은 대국민담화에서 "제 앞에는 두 갈래 길이 놓여 있다"며 "당장 제가 맡고 있는 중책을 완수하는 길과 그 중책을 내려놓고 더 큰 책임을 지는 길이 있다"고 했다. 극단의 정치가 경제·사회 발전과 통합을 가로막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고심 끝에 대권 도전을 결심하게 됐다는 취지다. 하지만 3년 만에 막을 내린 윤석열 정부의 '국정 2인자'로서 극심했던 정치 실종, 경제 위기, 국론 분열 책임이 가볍지 않다. 한 전 대행의 출마에 대해 반대하는 응답이 70%에 달하는 여론조사 결과는 이런 평가와 무관치 않다.

더욱이 그는 한 달 가까이 대선 출마설에 대한 입장 표명 요구에 침묵했다. 그러는 동안 영호남을 찾고 종교 시설, 한미연합사를 방문하는 등 대선 후보에 버금가는 광폭 행보를 이어 왔다. 55년 경력의 고위 공직자로서 그러한 행동이 정치적 중립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공직자 사퇴시한(선거일 30일 전)을 지켰다고 해도 "국정을 대선 출마에 활용했다"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한 전 대행을 단일화 대상으로 여기는 국민의힘 일각에서 무임승차 지적이 나오는 것도 곱씹어봐야 한다.

한 전 대행의 사퇴로 또다시 '대행의 대행' 체제로 회귀한 것은 우려스럽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밤 국회 본회의에 대행직을 이어받을 예정이었던 최상목 경제부총리 탄핵소추안을 전격 상정했고, 한 전 대행은 탄핵안 상정 직후 사의를 표명한 최 부총리 사표를 수리했다. 이에 이주호 사회부총리가 당면 현안인 대미 통상 협상을 포함해 외교·안보와 대선 관리라는 중책까지 떠맡은 모양새다.

이런 상황에서 한 전 대행의 대선 출마 명분이 국민의 공감과 납득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시되기도 한다. 윤 정부 3년의 실정과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반성과 사과가 우선하지 않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