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 해외주식 시장 점유율, 지난달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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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증권이 해외주식 거래량과 시장 점유율을 부풀린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지난달 해외주식 점유 면에서 업계 1위를 내줬다. /더팩트 DB |
[더팩트ㅣ이라진 기자] 키움증권이 해외주식 거래량과 시장 점유율 부풀리기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경쟁사인 토스증권에 해외주식 점유율 1위 타이틀을 빼앗기며 체면을 구겼다. 이달 초 연이은 시스템 먹통 사고로 소비자들의 신뢰마저 잃은 가운데 키움증권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지난 1월 리워드 이벤트인 '히어로 멤버십'을 도입했다. 해외주식 체결금액 기준을 충족한 고객을 대상으로 최소 1만원에서 최대 50만원의 현금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해당 멤버십 도입 후 키움증권은 체리피커(얌체 소비자)의 자전 거래와 거래량 부풀리기를 방조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멤버십을 도입하자, 보상만 노리는 체리피커들의 유입이 급증했다. 체리피커들은 미국 단기채 상장지수펀드(ETF)를 반복 매매해 거래량을 부풀리고 현금 리워드를 챙겼다.
실제로 멤버십 도입 후 키움증권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해외주식 매수·매도 상위에 'iShares Short Treasury Bond', 'SPDR Bloomberg 1-3 Month T-Bill', 'iShares 0-3 Month Treasury Bond' 등의 상장지수펀드(ETF)가 등장했다. 이 상품들은 모두 미국 단기 국채를 기초자산으로 한다. 가격 변동성과 호가 스프레드가 작아 체리피커들은 빈번하게 해당 ETF를 통해 현금 리워드를 받았다. KB증권은 지난해 9월 체리피커 논란에 이들 ETF의 온라인 매수를 막기도 했다.
이에 키움증권이 이를 제어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긴커녕 오히려 리워드 혜택을 확대해 이같은 거래를 장려한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왔다. 더군다나 리워드 멤버십 도입 후 해외주식 시장점유율이 크게 늘어난 점도 불거진 의혹에 힘을 보탰다.
'히어로 멤버십' 도입 후 키움증권의 해외주식 시장 점유율은 한 달 만에 약 10%포인트 상승했다. 이에 따라 키움증권은 토스증권을 제치고 업계 1위를 탈환했다.
이 같은 논란이 일자 키움증권은 4월부터 '히어로 멤버십' 등급 산정 시 미국 단기채 ETF 종목인 'BIL', SGOV' 등의 거래금액(매수·매도 합산)을 제외했다.
아울러 키움증권은 해외주식 시장 점유율 부풀리기 의혹도 받고 있다. 키움증권은 지난 3월 발표한 IR 보고서에서 2월 키움증권의 해외주식 거래대금이 32조원, 해외주식 시장거래대금은 77조5000억원이라고 작성했다.
문제는 키움증권이 매수와 매도를 단순 합산하는 방식을 택했다는 것이다. 예탁원 등은 해외주식 거래대금을 집계할 때 순매수분만 계산한다. 이에 업계 내에서는 키움증권이 단순 합산 방식을 택해 결과적으로 시장 점유율이 높아진 것처럼 의도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부풀리기 꼼수 논란에도 키움증권의 해외주식 점유율은 지난달 급락했다. 토스증권에 1위 자리를 빼앗겨 키움증권의 향후 행보가 진척되기 어려워 보인다는 업계 관측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의 4월 첫째 주(1~4일) 해외주식 점유율은 18%로 집계되며 토스증권에 업계 1위 자리를 내줬다. 같은 기간 토스증권의 해외주식 점유율은 19%를 기록했다. 키움증권의 해외주식 점유율이 3월 말만 해도 32~34%로, 2위로 점유율이 15%대였던 토스증권과 격차가 컸던 점과 비교하면 크게 줄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최근 연이어 발생한 주식 주문 먹통 사태로 투자자들의 거래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키움증권은 지난달 3일과 4일 이틀 연속 주문 처리 지연 사고를 냈다. 미국 정부의 상호관세 발표,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등 증시 변동성을 자극하는 대형 이벤트가 예정된 날인 만큼 투자자들의 원성이 높아졌다.
이에 키움증권은 피해를 본 투자자에게 보상한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투자자들의 불신은 깊어지고 있다. 특히, 매매 지연 사태에 대응해 내놓은 수수료 일주일 무료 방침이 오히려 마케팅 꼼수라는 지적까지 받았다.
이같은 상황 속에 키움증권의 실적도 하향세를 그리고 있다. 판관비가 크게 늘어난 영향으로 당기순이익과 영업이익이 줄었고 재무상태도 축소됐다.
지난 30일 키움증권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77% 내린 2356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영업이익도 지난해 1분기보다 3.62% 감소한 3255억원에 그쳤다. 지배주주 순이익 또한 2353억원으로 같은 기간 4.14% 줄었다. 법인세차감전순이익은 3192억원으로 같은 기간 2.39% 감소했다. 다만 매출은 3조66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8.46% 늘었다.
해외주식 거래 수수료 수익이 매출 증가를 견인했지만 판관비 부담이 영업이익과 순이익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판관비는 159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2.33% 늘었다.
또한 국내주식 수수료 수익은 같은 기간 737억원으로 17.65% 감소했다.
재무상태 역시 축소됐다. 자산총계는 49조60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4% 줄었다. 부채총계는 44조5866억원으로 같은 기간 5.27% 감소했다. 자본총계는 5조0172억원으로 같은 기간 3.91% 줄었다.
키움증권 측은 자전 거래와 거래량 부풀리기를 방조했다는 논란에 대해 "논란이 된 종목을 '히어로 멤버십' 등급 산정 시 제외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해명했다. 또한 해외주식 시장 점유율 부풀리기 의혹에 대해서는 "올해 IR 자료에서 해외주식 시장 점유율은 표기하지 않았다"고 덧붙여 해명했다.
raj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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